신규교사의 우당탕탕 일기 2
학교를 복직하고 아니 복직하기 전에 나는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찾아야 했고, 그것이 정식적인 루트로 학교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이 까다롭기에. 그 공식적인 루트를 찾다 보니 나온 것은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신청 기간에 맞춰 일찍 신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기 1번을 받았다. 처음 대기라는 이야기도 없었고, 바로 진행해 줄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그건 뭐 내가 한 번 더 확인 안 한 잘못이라 치자.
무튼 난 대기 1번이었다. 2월쯤부터. 학교에서 워크숍을 할 때 교감선생님에게 말을 해두었다. 이러이러한 과정을 통해 근로지원인을 쓰려고 합니다. 아마 3월부터 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만 모른 채 대기 1번이었으니까. 아직까지도.
3월을 보내보니, 학교가 커서 과학 실험을 할 때 협력교사가 있어서 사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렇게라면, 이런 상태면 충분히 근로지원인이 없어도 수업을 하는 게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알아야 했다. 대기 1번이 언제 빠지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지원인을 배정받는지, 얼마나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등등. 그래서 관리자분들께는 올해 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했고, 나도 이 과정만 배우고 올해는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멈췄다면 내가 이렇게나 눈치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 일어났다. 분명 나는 교감선생님과 부장님께 이야기드렸다. 그래서 올해 안 쓰는 걸로 확답을 드렸으나 갑작스럽게 교무실에 파티션을 수정하려고 2분의 기사분이 오셨다. 책상도 옮기고 새 자리 하나를 만들었다. 혼자서 속으로 '이건 뭔 일이지?, 내가 말을 어정쩡하게 했나?, 지금 가서 다시 말씀드려야 하나?' 등등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행히 5분 뒤면 부장님이 오실 거라서 부장님 오시면 여쭤보고 교감선생님에게 가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장님은 오셨고, 내게 이렇게 전해주셨다. 올해 안 쓰더라도 언제 쓸지 모르니까 미리 설치해 두자고 정했다고. 다만 그 시기를 교감선생님과 부장님 사이에 소통이 안되었고, 나와 그들 사이에 소통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없던 자리를 하나 만들었으니 교무실은 비좁게 느껴진다. 책상이 작은 편도 아니니까. 그 순간 들어온 부장님의 말. "교무실이 참 비좁네."라는 말. 괜스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 난 분명 괜찮다는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벌인 교감의 결정이니, 책임도 그가 지는 것이 맞다고 아무리 되새겨도 나를 빼고 생각할 수가 없다. 그 교감도 처음이고, 부장님도 처음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을 거고, 날 배려한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일 테니까.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내가 불편했다면 불편한 거라고 남에게는 그리 잘 이야기하면서. 또 내게는 허용되지 않는 말이 여기 있네. 결국 이 불편함은 장애로 비롯되었고, 나는 다시 장애를 원망하게 된다. 모든 관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다양함 속에 장애가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가 별게 아닌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눈의 색깔, 목소리의 높낮이, 피부결 이런 것처럼. 그리고 내가 타인이 겪는 첫 번째 장애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의 장애인의 첫 번째 개척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미 길들여진 길에 맘 편하게 걷고,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 그러나 사회에서, 교직에서 장애를 가진 이가 내 주변에는 너무 없다. 언제나 나는 스타터다. 억울하기도, 화가 나기도 한다. 도움을 받는 것이 눈치 볼 일이 아니라, 당당히 요구해도 별일이 아닌 것. 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 아마, 현생에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내가 무엇도 아니지만, 학기 말쯤에는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너네 혹시 아니? 사실 선생님은 한 팔이 불편해. 흔히 말하는 장애인이지. 근데, 너네에게 이 사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쌤은 겁이 많았어. 이 사실을 밝히는 데에. 너희가 생각하는 장애인이 어떨지 몰라서. 근데 세상에는 장애인이 수없이 많을 거야. 당장 우리 학교에 특수반이 있는 것처럼, 쌤처럼.
난 교사가 꿈이었고, 결국 교사를 하고 있어. 어렵고 힘들었는데 결국 할 수 있더라. 장애란 건, 남들에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처 하나인데, 그걸 너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 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그 상처로 도움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은 아닐 거야. 쌤처럼. 사실 장애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너희가 쓴 안경처럼. 안경을 쓰기 위해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너네가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처럼, 그냥 그런 거야. 그러니까 도와줬으면 좋겠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아니, 불편을 겪는 모든 사람을."
이렇게 진정 생각할 수 있는 날이,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러니 내가 살아갈 사회에서는, 내가 살아올 학교에서는 그런 어려움이 없기를.
당장 나도 특수반 친구들을 보면 어떻게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그들이, 특수반 친구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눈치는 안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