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욕심과 성공

신규교사의 우당탕탕 일기 3

by 노을

일하기를 3개월째.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욕심이 많았다. 아니지, 몇십 년 동안 나는 꾸준히 꿈꿔왔다. 교사로 성공하겠다고. 다양한 성공의 루트들이 있었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교사, 문제를 잘 만드는 교사, 교사들의 교사, 교육과정 전문가, 생기부 전문가 등등등.


이런 욕심을 버리게 된 건, 사실 일하고 한 달쯤 지나서였던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난 약했고, 나약했고, 허약했다. 그걸 3월 내내 느꼈다. 고작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것도 바빴다. 심지어 내게 주어진 일은 적었다. 부장님께서 많이 일을 가져가 주셨고 나는 정말로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는 걸 신규인 나도 느낄 정도였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모든 욕심을 버렸다. 당분간 한... 5년간은. 망할 교육과정에 익숙해지려면 이 정도의 시간은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나는 교사로서 성공하기를 포기했지만, 다른 걸로 성공하고 싶어진 걸 수도 있다. 글 작가라던가, 사진작가라던가, 노래가사 쓰는 작가라던가 말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일을 할수록 점점 강해진다. 물론 학교에 관한 글로 변했다. 하지만 매번 잠에 밀린다. 자지 않으면 당장 내일 열이 나고, 뭘 먹든 체하고, 통증이 올라오고, 공황도 쉽게 찾아온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아님을 알기에. 학기 중에는 모든 걸 학교에 맞춘다.


그나마 내가 선택한 유일한 한 가지는 생기부였다. 생기부를 잘 쓰고 싶다. 예전에는 고3을 맡고 싶었다. 대학을 잘 보내고 싶었다. 그들이 원하는 학과를 보내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하지만 안다. 그건 학생 하나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학교도 여러 관점이, 노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게 대입을 포기한 것은 아니나 친구 교사가 생기부를 분석하는 걸 보고, 학교 동료 교사분이 생기부 특강을 하는 걸 보고, "아 이거다" 싶었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과 쓸모 있는 능력이라 생각했다. 저것은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능력치라고 생각했다. 그런 능력 하나만 학교에서 가져가도 연금보다 더 많은 걸 가지고 오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배워야겠고, 배우고 싶었다. 대학을 보내는 능력이 아닌, 대학을 보내는 생기부를 만드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을.


엊그제 나는 우연히 부장님의 나이를 알게 되었고, 충격을 받았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본 부장님은 여러 면에서 그러하지 않아 보였다. 가장 놀라웠던 건 그 연차에도 아직까지 수업 준비를 위해 인강을 듣고, 수업 준비를 한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연차가 쌓일수록 더 수업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실제로 보니 너무 충격이었다. 그니까... 나도 여전히 연차가 쌓여도 더 많은 시간을 수업 준비에 써야 한다는 건...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야 가능하니까.


며칠 전에 어떤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수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희열을 느끼냐고, 아이들의 생활지도 측면에서 변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냐고, 시험문제를 내면서 전문성이 증진시키는 게 좋냐고. 다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걸 포기하게 되면 흔히 말하는 공부 못하고, 생활지도가 어렵지만 눈 감고 지내면 되는 학교를 가도 그리 힘들지 않다고.(우리 학교 옆 동네 남고가 그러했다.) 몸이 아프면 이 모든 것이 포기가 되었다. 그게 아니면 난 포기할 수 있을까? 아니지, 정확히는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게는 좋은 학교가 될 것이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런저런 학교를 다니게 될 테고, 그건 그다지 문제가 아닐 확률도 높다. 어느 학년이 좋은 애들 일지, 그 학교를 튕기면 어느 학교로 배정받을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결국 욕심과 성공을 포기하려면 빠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모든 것을 가지고 갈 수 없다. 놓을 것을 정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싶을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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