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의 김의현 ver.
" 왜 이 분야에 관심이 갔어?"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던 질문이다. 설명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설득이 되는 어떤 지점이 있다는 것일까?
내 관심분야는 계속 겹쳐지고 교집합을 만들며 정리되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비슷한 맥락의 다양한 단어들이 혼용되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고령화사회, 장수시대, 노인, 시니어, 세대 등등. 이것은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뜻이고 이것들이 모이는 어떤 지점에서 내가 원하는 사업모델을 찾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기획의 시작] #인생도서관 #사업기획서수업 #비즈니스모델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처음 표출했던 것은 옷으로 시니어의 표현 욕구를 채우겠다는 패션 메이트 사업기획서 작성이었다. CJ에서 진행했던 시니어 산업에 대한 공모 사업이 있었고 아이디어 공모를 했었다. 시니어의 일상 즐거움을 증진하는 아이템으로 패션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를 인생도서관의 사업기획서 수업/비즈니스 수업을 거치며 구체화해보았었다.
[의연한 옷장 프로젝트] #경기문화재단기획자양성과정 #창업동아리 #결과보고서잡지 #창업화
그러다가 이걸 실험해보자. 학교 다니면서 한번 해보자.는 것으로 의류학과 재학 시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때 동시에 진행했던 것이 경기문화재단 기획자 양성과정이었다. 나는 이때 졸업을 하고 이 프로젝트를 사업화해서 진행해볼까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에 사람들의 시선을 옮기는 프로젝트였는데, 콘셉트는 <한 사람의 옷장을 인생에, 옷장에 걸린 옷 한 벌을 그 사람의 경험에 빗대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학교의 창업동아리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진행 / 경기문화재단에서 어르신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했다. 지나고 돌아보니 내가 더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였다. 대상자로 60+세대를 모집했던 이유는 이전부터 나이 든 사람, 노인, 시니어에 대한 막연한 책임감과 관심 그리고 ‘그들은 뭔가 귀한 존재이다. 그러니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기대감이었다.
[‘그 프로젝트를 ‘왜' 하려고 했을까?’를 다시 물어보았다.]
당시 청년 3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60+세대 참여자 여섯 분과 3회의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고 끝에는 우리 모두 친구가 되어있었다는 후기가 있었다. 어르신들은 젊은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고, 기획한 이는 옷이라는 소재로 그들의 인생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결국 옷은 저 스스로 타당성을 가지기 위한 ’수단’이었고,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자연스럽게 시니어의 인생 이야기와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었다.
이처럼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프로그램에서 생겼던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은 새롭게 분야를 정하는 과정에서 나에게 작은 자신감을 주었다. 또한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맡았던 15번의 인터뷰 경험, 2개의 잡지 기획, 제작 경험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과 그것을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대한 흥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공간이 부딪히며 관찰이 시작되었다]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백그라운드가 있다. 나의 친할아버지는 제주대학교 행정학과의 교수님이셨는데, 당신의 인생 테마를 정하고 싶으셨고 그때 당시 우리나라에 없던 학문이었던 '노년학'을 고르셨다. 미국/일본 등의 선진사례를 연구하여 한국에서 많은 논문을 쓰셨고 발판을 다지신 분이다. 할아버지 덕분에 나에게는 '그런 세계가 있다' '노인의 삶도 연구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분야구나' 라는 데이터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할아버지 댁에 살았고, 일을 그만둔 후 진로탐색 과정 중에서 친할머니, 외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오고 가며 지냈다. 그들과 시공간이 부딪혔고 그들에 대해 원래 가지고 있던 애정이 더해져 어느샌가 그들의 삶을 관찰하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것을 세 분 모두 꽤 오랜 시간 텔레비전에 의존하신다는 점, 세대가 공간/시간 적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자연스럽게 ‘ 내가 지금 열심히 산 다음, 나이가 들면 그때의 삶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나이들건데 열심히 살아서 뭐 해가 아니라. 정말 나이가 들면 사회적으로 역할을 가질 수 없을까,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나이가 든 후에 심심한 사람들이 대다수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또한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고령층에 대한 나의 편견을 느꼈고 모든 세대가 서로 간의 편견과 오해 그리고 판단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번의 물음표]
서울시의 청년 지원 공간에서 일을 했을 때의 일이었다. 어르신 한 분이 찾아와 이곳에서 어르신들의 문화 모임을 할 수 없는지 여쭤보셨는데,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적당히 둘러대었던 경험이 있다. 공간의 목적이 있다 보니 그렇게 안내를 드렸지만 내 안에서는 '생각해보니 왜 굳이 이렇게 공간을 나눠야 하지?'라는 물음이 들었었다.
그리고 최근에 고령화사회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시니어들을 직접적으로 만나기 위해 50+센터 등에 프로그램을 제안해보려고 하면 나이대가 설정되어있었고 세대통합 프로그램은 일시적이고 이벤트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이고 겹쳐지고 깊어지면서 이러한 것들을 내가 계속 만나고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것. 그것을 고민하게 되는 것. 멈춰 서게 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용기 내어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발자국을 내딛고 있다.
논문, 전공 서적, 책, 구글링을 통해 혼자서 공부하며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장 관심이 가는 키워드는 장수시대, 새로운 삶의 주기, 세대 간의 연결, 세대 교류, 시니어 시장, 시니어 마케팅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미래탐험대 100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영국의 세대 교류 프로젝트, 지원 기관 등을 방문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것을 준비 중이다.
해외 선진 사례 탐방 프로젝트 지원서에 썼던 문장을 적으면서 글을 마치고 싶다.
" 이렇게 제 삶 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장수 시대에도 삶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고민과 실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삶의 모델을 혁신하는 것이 결국 혁신을 이뤄내는 인구에 속하는 우리가 앞으로 30년 후 노인이 됐을 때 그 혜택을 그대로 받게 된다는 것. 이것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닐까요? 결국 제 관심 분야는 제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잘 살기 위해 장수 시대를 연구하고 싶어졌습니다. 우리의 삶은 결국 다 연결되어 있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나의 미래를 외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