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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Jun 28.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22

스페인 남부 여행 04. 지중해 연안 도시 말라가에서의 여유



이번 챕터에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말라가에 대한 기록을 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말라가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유럽 최남단 도시로, 스페인의 남쪽 지중해에 위치하고 있다. 예쁘고 멋진 것들을 많이 감상하며 최대한 살아보는 여행을 하길 원했기 때문에 말라가에서의 일정을 4박 5일로 잡았다. 일주일정도 있고 싶었지만 날씨가 어떨지 몰라서 4박 5일만 했는데 이 정도로도 충분히 즐기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비야에서 여유롭게 이동하고 싶어서 점심쯤에 말라가에 가는 버스로 예약했다. 세비야에서 말라가로 가는 alsa 버스는 Plaza De Armas라는 버스 정류장에서 타면 된다. 나는 한 층 아래로 내려가서 말라가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로 약 2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말라가에 도착이다. 말라가의 버스터미널은 도심과 조금 떨어져 있어서 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다. 중간에 나는 잘못 내리는 바람에 숙소에 걸어가느라 좀 헤매긴 했지만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말라가의 TOC Hostel로 예약을 미리 해뒀고 오후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다. 오후 늦게 도착하기도 했고 4박 5일의 세비야 여행으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에 도착한 첫날에는 길 감각을 익히는 정도로만 설렁설렁 돌아다니기로 했다. 숙소에서 간단하게 먹을 저녁을 마트에서 사다 둔 후, 말라가 대성당(Catedral de la Encarnación de Málaga) 쪽으로 걸어가다 말라가 공원(Parque de Málaga)에도 잠깐 들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Málaga)도 한번 보고 항구 쪽에서 젤라또도 먹었다. 해변까지는 좀 멀긴 했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길을 익혀두고 싶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걷고 또 걸었다.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가볼 만한 곳들이 많긴 했는데 조금 애매하긴 했다. 날씨가 매우 덥거나 체력이 떨어져 있을 때는 버스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긴 했지만 또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기도 해서 잘 먹고 잘 걸어 다니기로 결정했다.



둘째 날. 티센 뮤지엄(Museo Carmen Thyssen Málaga)과 까사 미라 젤라또(Casa Mira)

네르하에서 반나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말라가에서 오후를 보낼 곳이 없을 찾던 와중에 일요일 4시 이후부터는 티센 뮤지엄이 무료라는 정보를 찾았다. 말라가에 도착하면 3시 좀 안될 것 같아서 이곳에 가보기로 했다. 말라가에서는 관광은 최소화하고 쉬면서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술관도 피카소 뮤지엄만 가려고 했는데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가야지!


티센 뮤지엄 입장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편이어서 어제 가보지 않았던 거리를 걸어볼 생각이다. 말라가의 쇼핑 거리처럼 보이는 거리를 걸으며 아이쇼핑을 하던 중에 사람들이 엄청 많은 젤라또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평점도 높고 맛있다는 리뷰가 많아서 나도 먹어보기로 했다. 대기표까지 있는 젤라또 가게는 처음이었다. 나는 순번은 100번이었는데 아직 40번대 밖에 안된 순번을 보고 잠시 고민했지만,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끝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 젤라또를 보면서 골랐으면 젤라또는 보면서 고를 수가 없어 아는 맛인 피스타치오와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Tarta de la abuela를 골랐다. 직역하자면 '할머니의 케이크'라는 이름인 것 같은데 이름이 너무 귀여워서 골랐다. 까사 미라의 젤라또의 맛은 깊고 진했다. 특히 피스타치오가 너무 고소했다.


티센 뮤지엄의 외관과 내부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들



셋째 날. 피카소 뮤지엄(Museo Picasso Málaga)과 알카사바(Alcazaba)

바르셀로나에서 이미 피카소 뮤지엄을 갔기 때문에 말라가에서는 시간이 되면 가고 안되면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피카소가 태어난 곳이 말라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 이번 기회에 가게 되었다. 이미 미술관들을 많이 가보았기 때문에 미술관의 느낌은 다 비슷한 분위기긴 했지만 피카소는 워낙 개성이 뚜렷한 작가이기 때문에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여성의 나체 작품이나 당시 스페인 내전의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미노타우로스를 차용하여 표현한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전 일찍 피카소 뮤지엄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알카사바에 다녀왔다. 말라가의 알카사바는 군사 목적도 있지만 주거 공간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전에 갔던 세비야의 알카사르보다 규모는 좀 더 작은 것 같다. 그럼에도 알카사바 성곽에 올라가니 전망이 너무 좋아서 말라가의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후라 날씨는 더웠지만 성곽 위에는 바람이 불어 잠시 더위를 식혀주었다. 주거공간이었던 곳도 있었기 때문에 곳곳에 작은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었는데, 작은 분수와 주위를 둘러싼 작은 꽃 정원이 귀여워서 한참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다른 도시보다는 작기 때문에 대단한 것을 보러 간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다른 도시에서 많이 가보기도 했고 성곽을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간다면 너무 만족할 만한 곳이었다.  


알카사바
말라가의 피카소 뮤지엄에서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넷째 날. 말라가 해변에서 낮잠

대망의 해변 일정. 말라가에 오기 전부터 해변에 꼭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하루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말라가에서는 일정도 여유롭게 짜고 무언가를 보고 듣고 하는 것에 마음 쓰지 않는 여행을 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이 날을 굉장히 고대했는데, 바다가 너무 차가워서 수영은 하기 어려운 날씨였다. 그래도 햇빛은 강했기 때문에 해변에서 시간 보내는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숙소 근처 마트에서 맥주와 과일, 도넛을 사고 천 돗자리와 책 한 권을 들고 해변으로 향했다. 소매치기 걱정을 하며 시간 보내기는 싫었기 때문에 이 날은 동행을 구해서 다니게 됐다. 둘이 번갈아가면서 바다에 들어갔다가 모히또를 마시고 낮잠을 자고 책도 읽으며 모래 위에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앞 쪽에 자리 잡은 남자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시원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받았던 순간이 지금도 말라가 여행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하루다. 재밌었던 건 수영복마저 벗으며 태닝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곳에서 우리만 우산으로 햇빛을 적당히 가리고 수건으로 최대한 안 타려고 가리려고 노력했었다는 것. 그럼에도 훈장처럼 살이 많이 타서 자국이 진하게 남았지만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나서 좋다. 이번 말라가 여행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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