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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May 29.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21

스페인 남부 여행 03. 지중해의 발코니를 품은 곳 "네르하"



세비야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유럽 최남단 도시인 말라가로 향했다. 스페인 남쪽 지중해 쪽에 있는 말라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안달루시아 마을이다. 보통 그라나다 또는 말라가에서 근교로 "네르하(Nerja)"와 "프리힐리아나(Frigiliana)"를 가곤 하기 때문에 나 또한 말라가에 가는 김에 가보기로 했다. 말라가에 늦은 오후에 도착한 후, 바로 다음날에 네르하로 이동하는 방향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따라서 세비야에서 말라가로 가는 방법이나 말라가 여행에 대한 기록은 다음 챕터에서 하기로 하고 이번 챕터에서는 네르하에 대한 기록만 하려고 한다.


유럽의 발코니(Balcón de Europa)라고 불리는 네르하. 말라가에서 네르하는 alsa 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말라가와 굉장히 가까운 소도시다. 나는 전 날에 버스를 예약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네르하에 도착하기까지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었는데,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Busterminal Málaga에 버스 탑승 시간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는 것부터 첫 단추가 잘못 껴진 느낌이었다. 보통 버스 터미널은 건물 입구가 눈에 잘 띄었는데 말라가의 버스터미널은 어디가 입구인지, 건물 뒤쪽으로 온 것 같은데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도 찾기 어려웠고 버스 정차 구역에도 별다른 설명이나 인포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하필 이 날이 일요일이라서 사람이 없나 싶기도 하고. 버스터미널 매점에서 alsa 버스 어디서 타냐고 물어 겨우 찾아왔는데 출발 시간이나 들어오는 버스, 곧 출발할 버스 등에 대한 정보가 기입된 전광판도 없어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예약 당시 체크한 출발 시간은 한참 지났고 중간에 alsa 버스가 왔는데 네르하는 안 간다고 하고 물어볼 곳은 없고 대환장 파티였다. 나는 오미오 앱을 통해 버스를 예약했는데 예약 시에 네르하행 버스가 없다는 noti를 봤음에도 예약이 되길래 버스터미널에서 물어볼 요량으로 일단 버스 예약을 했었는데 그게 문제였나 싶기도 했다. 진짜 가는 버스 없나,,30분만 더 기다려보고 안 오면 이번에는 네르하에 가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말라가 구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런 결심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네르하행 alsa 버스가 도착해서 네르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네르하에 도착해서 첫 느낌은 그냥 작은 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요일이라 상점들이 다 닫아 조용하기도 했고, 네르하 버스터미널은 마을 초입이기 때문에 문을 닫은 상점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당일치기할 때 네르하와 프리힐리아나(네르하에서 버스 타고 15분 정도 가면 나옴)를 묶어서 여행하기 때문에 나도 그러려고 했다. 프리힐리아나로 가는 버스는 시간대 별로 출발하기 때문에 보통은 오전에 네르하에 도착해서 바로 프리힐리아로 갔다가 돌아와서 오후에 네르하를 보고 말라가로 가는 루트로 여행을 많이 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나는 프리힐리아나에 가진 않았다. 프리힐리아나가 하얀 건물로 구성된 마을이라 그리스 산토리니 느낌이 난다고 들었는데 그다지 땡기지도 않았고 요일마다 다른 출발과 도착 시간이 적힌 스케줄표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못 가게 됐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명승지인 유럽의 발코니를 보기 위해 마을 안쪽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과거 알폰소 12세가 방문했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유럽의 발코니라고 그리 말한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곳이라고 한다. 따라서 유럽의 발코니 한쪽에는 알폰소 12세의 동상이 있는데 같이 사진 찍기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동상과 함께 사진을 몇 번 찍어봤다. 단체 패키지 투어로 많이 오는 곳인지 곳곳에 한국인들이 많이 보여서 반가웠다.

난간에 기대 서있는 알폰소 12세 동상과 유럽의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네르하 모습


유럽의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드넓고 시원했다. 그럼에도 내게는  감흥이 없었고 왼쪽 옆에 Playa Calahonda라는 해변이 아름다웠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예뻐서 그곳에 시간을 많이 보냈다. 유럽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해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아직 5 초라서 그런지 태닝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수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려가서 우측으로  걸어가다 보면 네르하 구시가지와 가까운 Playa el Salón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이    해변이라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면 살론 해변에서 하는  좋겠고 태닝하고 누워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칼라온다 해변이  좋을  같았다. 햇빛이 뜨거워서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같았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네르하 구시가지와 살바도르 성당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요일에 왔기 때문에 닫은 상점이 많았기 때문에 구경하거나 식당을 가는데에  어려움도 있었고, 열린 카페나 식당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서 뷰가 좋은 카페를 찾았음에도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Playa Calahonda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목과 해변의 모습
네르하 구시가와 오르차타. 아침 햇살 맛과 비슷한 스페인의 여름 음료


모든 곳이 다 좋을 수는 없고 개인의 취향이 가지각색이라 내게는 여운을 주지 못한 곳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여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혼자 여행하면 감상을 나눌 상대가 없어 고독이 함께하기 때문에 즐겁지 못했나 싶어서. 말라가나 네르하처럼 남부 휴양지는 혼자 보다는 여럿이 오는 게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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