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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Jun 30.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23

근교 여행하기 04.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이 인상적인 바달로나



두 달 살이의 끝이 다가올수록 뭔가를 하거나 어디로 또 가야 후회가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남부 여행을 다녀오고 줄곧 바르셀로나에서 조금은 심심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기 때문이다. 가보고 싶었던 근교들을 표시해 둔 맵을 보며 침대에 누워 오늘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체크했다. 타라고나, 피게레스 등 마음이 가는 곳들이 몇 있었는데 이쯤되니 귀찮음이 커져 더 가까운 곳을 찾게 됐다. 그렇게 결정하게 된 바달로나.


바달로나(Badalona)는 표시해 둔 근교였기는 하지만 안 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으로 보던 바달로나의 모습이 바르셀로네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은 꼭 어딘가로 다녀오고 싶었기 때문에 이왕 가기로 마음먹은 거 해변에서 책도 좀 읽고 누워있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를 렌트할 곳이 있다면 해보고. 바달로나는 렌페를 타면 약 20분, 일반 메트로를 타면 약 40분 걸리는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느릿느릿 준비하고 느긋하게 출발했다. 느지막이 나왔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갈 때는 렌페를 타기로 했다. 항상 근교에 갈 때마다 들리는 Passeig de Graica 역에서 렌페 표를 사고 바로 출발하는 기차에 올랐다.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그랬는데 막상 기차를 타고나니 바달로나가 궁금해졌다.


바달로나 기차역은 굉장히 작아서 "바달로나" 이름만큼 귀여웠다. 기차역은 바달로나 해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역에서 나오면 바로 해변이 보인다. 역에서 나와 해변으로 가려면 우측 터널 쪽으로 내려가면 연결된 길이 있다. 그곳을 통해 올라가면 넓은 바다가 보인다.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감정은 내가 너무 바달로나를 우습게 봤구나였다. 내가 간 날이 평일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르셀로네타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깨끗해 보이는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해변 모래사장을 걷다 보면 보이는 놀이터가 너무 예뻐 보였다. 남부 여행 이후에 오랜만에 오는 바다라 그런지 뛰어들고 싶을 만큼 너무 좋아서 가족과 영상 통화하며 이 기분을 공유했다. 한동안 그네를 타며 해변가와 서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배가 고파 근처 카페에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먹었다.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기도 쓰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배를 든든하게 채운 , 다시 해변으로 걸어갔다. 돗자리를 챙겨 오지 않아 아무렇게나 모래 위에 털썩 앉고 가져간 책을 읽었다. 바람도 솔솔 불고 햇빛도 나른하니 독서보다는 낮잠을 자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무것도 챙겨   없어서 하지 못했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다 바다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둥둥 떠다니는 보트도 구경하다 보니 벌써 6시가 넘어간다. 돌아갈 때는 기차가 아닌 메트로를 타고  예정이라  늦었다가 메트로가 혼잡해질  같아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돌아가는 길에  좁은 거리와 작은 상점들, 복작거리는 사람들이 즐비한 거리의 모습은 확실히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정감을 주었다. 바달로나 해변의 엽서와 우표, 집에 가서 먹을 깔끔하게 포장된 과일 팩을 사가지고 Badalona 역으로 향했다. 진작에 알았다면 바르셀로네타가 아니라 바달로나 해변으로 힐링하러 왔을 텐데 너무 미룬  같다. 진작에 와봤다면 좋았을 텐데.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와보고 싶다. 너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낼  있어서 감사하다.


바달로나의 해변. 적당한 바람과 파도 때문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며 해변에서 여유롭게 책 읽기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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