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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Kim Sep 28. 2024

스타트업에서 기업으로, 이직 후 적응기 2

이처럼 뚜렷한 차이 속에서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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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eddiekim-works/50



3개월이 합을 맞추는 기간이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현 회사와 나는 핏이 완벽히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부분은 인정한다.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할 때는 PRD 문서를 받은 후 요구사항을 구체화하는 기획 단계부터 솔루션 도출, 케이스 별 정책 수립, QA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 회사에서는 PO를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정말 답답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난 후,
나는 현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인정했다.


협업자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전의 경험으로 축적해 온 동료 PM, PO들의 업무를 생각하며 PO, PM 직군에 대해 이해하고 프로덕트를 설계하고 검증할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정리하며 단단하게 소화하고 내가 현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가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주말에는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내가 생각하는 프로덕트의 성장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디자인 작업 전 전달받은 기획서를 검토 및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업에 필요한 방향을 재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런 혼란 속에서도 배운 점이 있었다.



첫번째,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려는 노력

모든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그러하듯, 나 또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정의하고 고민하며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이전에는 작성된 PRD를 보며 피그마에서 바로 구체화하며 고민했다면, 이제는 피그마를 잠시 덮어두고 내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재작성하며 일하고 있다. 

실제 요구사항을 분석하며 재정성했던 작업 문서 일부

시작은 요구사항과 문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이해해보기 위함이었지만 이제는 작업 전 루틴이 되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그 일을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WWH를 먼저 정리하는 단계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피그마에서 아이데이션하며 정리하는 것과 방식의 차이일 뿐 같은 접근이긴 하지만, 이 방식이 문제를 더 명확히 이해하고, 목표를 더 잘 파악하게 만들고 PO가 집중하는 방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업무 경험이 휘발되기 전 문서화하는 습관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젝트가 끝나면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휘발되기 전에 문서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보통 나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 정리를 이유가 분명할 때 (분기별 개인평가나 포트폴리오 만들 때쯤)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휘발되는 정보가 생기게 되는데, 이 때는 다시 노션을 뒤지거나 피그마 파일, 북마크해 둔 슬랙, 캡쳐해 둔 문서 등을 뒤져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현 회사는 보고 체계로 인해 디테일하게 문서화하며 히스토리 관리를 한다. 덕분에 스타트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체계적인 히스토리 관리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실무적인 포인트에서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런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내게 꼭 필요한 정보는 스스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전처럼 북마크와 캡쳐 등으로 정보를 수집했지만, 나중에는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스펙 단위로 나눠, 문제 정의부터 해결 방향까지 정리한 노션 문서 일부

그래서 지금은 필요한 자료들을 따로 정리해 두고 개발팀에 디자인을 핸드오프한 후, 노션에 자료를 나의 워딩으로 정리하고 있다. 배포 이후에는 전달받은 데이터 분석도 조금씩 따로 시간을 내어 진행하고 있다. 내가 어떤 고민을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작업 과정과 문제 해결 과정 등 내가 겪은 경험을 문서로 남겨 향후 액션을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회고를 마치며

그러나 여전히 실행 과정에서의 아쉬움과 어려움은 남아있다. 결과적으로 팀 내의 아이데이션이 실행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휘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행하여 검증해보고 작은 성취나 실패를 함께 경험하는 이터레이션 과정이 더디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앞으로 더 많은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목표 방향 설정을 단단히 하며 실행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나 또한 지치지 않고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결국, 이번 이직은 내게 꼭 필요한 도전이었다. 익숙했던 자율성과 주도성을 놓지 않으면서 새로운 구조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얻은 배움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 정의와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기록하며 회고합니다. 커리어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커피챗은 언제나 환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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