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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Jun 20. 2024

사장님이 된다는 것

무게가 대단하다

 요즘엔 하루에 적어도 2~3명의 사장님을 만나고 있다. 블로그 작성기한에 맞추려면, 여기저기 바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장님은 마케팅에 마중물을 붓는 것에 가치를 아는 분들이라 좋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없으며, 꾸준히 쌓으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 믿는다.


 사장님에게 절대 물어보지 말아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면, “이게 도움이 돼요?”다. 기본적으로 다들 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안 하면 땅속까지 묻힌다. 한 사장님은 8년째 장사 중인데, 8년 전에 시작할 걸 그랬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셨다.


 마케팅업체에 100만 원이 넘는 큰돈을 쓰셨더라. 믿고 6개월 동안 꾸준히 하는 거라고. 블로거 모집조차 원활하지 않아서, 중도하차도 고민하셨단다. 그땐 이미 위약금을 절반이나 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럼 손해기 때문에 계속하신다고. 내게 다가온 사장님과 대화의 물꼬를 트다보면 위험하다. 그들의 속사정을 다 듣게 되니 말이다.


 사장님들은 우리 가게 여기 있다고 열심히 알리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하지만 자기 블로그에 문신처럼 남는 홍보글이라 블로거들도 신중하다. 체험단 모집도 결국 인기투표인 이유다. 사진으로 보아도 있어 보이는 업체들은 너도나도 서로 신청을 하지만, 허름해 보이는 업체들은 신청하는 사람이 1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내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느껴져서 좋다. “우리 집 음식은 다 맛있는데?” “우리 음식 먹으면 다른 식당에선 이제 못 먹어~” 음식에도 자부심이 그대로 담겨있다.


사실 20대 내내 직원으로 일하면서, 사장님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은 크게 없었다. 그저 월급을 받기 위해 제때제때 해내야 하는 일일 뿐이었다. 사장님의 가게를 가까이에서 홍보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뿜어 나오는 절실함이 저릿하게 내게 전해온다.


 반찬 하나에도 국내산을 사용하고, 재료는 단가가 들더라도 유기농을 사용하고, 고객체질을 반영해 제품을 추천한다. 허투루 저렴한 외국산을 사용하지 않고, 좋은 품질의 최고의 음식을 내놓는다. 고객이 알아줄 때까지 아낌없이 정성을 쏟는 것이다.


 그런 사장님들을 만나다가, 길거리에서 야박한 사장님을 조우했다. 대도로변이라 주차할 곳이 없었고, 주차공간이 넉넉한 프랜차이즈 매장에 주차하고 음료를 샀다. 포장하며 잠시 옆 가게를 들르기 위해 나선 순간. 우리에게 달려와서 차를 빼라고 으르렁거리셨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는데, 당신네들을 위한 주차자리가 아니라며 화를 내셨다. 체류하는 손님을 위한  것이지, 포장했으니 당장 빼라고 독촉을 하시더라. 바로 차를 다른 길가로 옮겼고, 다시는 그곳을 가지 말아야겠단 서운함이 피어올랐다.


 한편,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직원도 만났다. “제가 사장이 아니라서, 카드결제도 괜찮아요. 주차권도 드릴게요. 대신 내가 일하는 시간에 또 와야 돼! 사장님도 쿨하셔서 이해하신다. “고 여유 있게 대해주셨다. 우린 기분이 좋아져서 계획에 없던 제품을 추가구매했다. 앞으론 이 가게를 자주 애용할 작정이다.


 이렇듯 마음은 전염이 심하다. 고운 마음을 쓰면, 따뜻한 마음이 배로 돌아온다. 못된 마음을 부리면, 악한 마음을 가득 품게 된다. 어떤 마음을 쓸지는 주인 마음이지만. 결국 이런 마음이 주변에도 전해져서 평판이 된다. 만족한 손님이 친구를 부르고, 불만족 리뷰 하나로 파리만 날아다니게 만드니까.


 “장사꾼은 결국 장사를 잘해야 돼! 장사가 안 되는 날이 대부분이지만, 장사가 잘 되는 며칠을 만나면 참 뿌듯해. 우린 하루도 안 쉬어. 장사 잘 되게 만들도록 노력하는 하루하루가 참 재밌거든.”


 사장님의 무게를 느끼며, 그들을 더욱 돕고 싶어 졌다. 전해받은 마음을 듬뿍 담아, 오늘도 적는다. 그 마음을 찾고 있는 누군가에 무사히 닿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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