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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동안 상해를 3만보씩 걸으며

상해여행

by 탱탱볼에세이

지난해 스페인 가는 길에 중국 상해푸동공항에서 환승했다. 상공에서 본 상해는 미래도시 그 자체였다. 산티아고순례길에서 상해친구들을 만났고, 한국드라마를 좋아하고 안재욱의 친구를 함께 들으며 정을 나눴다. 그래서 사실은 처음으로 중국이란 나라가, 그중에서도 상해라는 일선도시가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5월부터 한 달에 만근 하면 하나 생기는 휴가를 차곡차곡 모아서 엄마, 아빠, 오빠랑 7일 동안 상해를 다녀왔다. 다시 상해를 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디디 택시를 타고 민숙(민박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중국여행은 사실 엄청난 장벽이 존재한다. 여기저기 가득한 중국어와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되는 중국 내 인터넷, 그리고 QR코드로 모든 것이 돌아가는 시스템. 이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워서 다니지 않으면 멘붕에 빠지기 쉽다.


사실 동방명주 하나만 제대로 봐도 상해여행 절반은 한 것이 아닐까. 쇼핑몰, 맛집, 디즈니랜드가 유명하다던데. 디디택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이상하게 상해에서 내가 자꾸 찾게 되는 것은 공공도서관, 공원, 절, 수향마을 그리고 지하철패스였다는 사실. 물론 상해임시정부와 윤봉길의사가 도시락폭탄을 던진 훙커우공원(현재는 루쉰공원)에 가볼 수 있어서 애국심이 충전되었다.


발길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루에 3만 보 가까이 걸은 상해는 2,500만 인구 도시답게 매일 새로웠다. 상해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는 놓칠 수 없었던 탓일까. 발바닥과 무릎이 삐걱삐걱함에도 뚜벅뚜벅 그 걸음을 이어갔다.


무질서 속에 나름의 질서가 있는 곳. 입구에 어디든 경비가 삼엄한 곳. 주요 출입구엔 안면인식장치, 주차차단기, 내부엔 보안검색대가 설치되어 외부와 철저히 장벽을 두는 곳. 씨에씨에라고 감사함을 전하면, 뛰부치와 함께 미소로 돌아오는 곳. 길거리에 환경미화원이 정말 많은 곳. 여러 폴로 짝퉁매장이 메인길가에 있는 곳. 화변기화장실이 아직 있는 곳. 자전거, 보조배터리 빌리는 곳이 우리나라 편의점, 일본 자판기처럼 많은 곳.


일상 속에서 철저한 감시문화가 있다가도 공원으로 나온 사람들은 춤을 추고, 체조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고, 장기를 뒀다. 공원 하나의 규모도 드넓었던 덕일까. 땅도 넓고 사람도 많아서 다른 이들과 나의 다름이 어색하지 않더라. 남들과 비슷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아서.


너무 남 눈치 보지 마세요.라고 부모님께 여러 번 말했던 상해여행. 상해 지하철에서 들었던 제왕퐝땅시가 한국 지하철에서도 이제 내 귓가에 들린다. 안 보이던 세상의 안경을 쓰게 되는 일, 그것이 여행 아닐까.


P.S. 잠실역 화장실에 아직도 화변기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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