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출근하는 아침을 위하여
오늘도 눈치게임 실패인가. 눈앞에서 열차를 보내야만 했다. 집에서 회사까진 20개 정거장을 지나쳐야 환승할 수 있는 경로다. 무조건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라 10분을 더 기다리더라도 다음 열차를 타야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더라. 앉아서 출근한 아침과 서서 출근한 아침의 밀도는 매우 다를 수밖에.
사실 한동안 앉아서 출근할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조조할인의 맛을 안 뒤로, 6시 30분까지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기 때문. 날이 추워지면서인지, K패스에서 기후동행카드로 바꿔서인지, 상해여행 다녀와서 감기에 걸려서인지. 여러 핑계들로 요즘은 집 밖을 나서는 시간이 늦어졌다.
일찍 출근하는 습관이 망가진 것도 안타깝지만, 늦게 나와서 정말 아쉬운 것은 눈치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6시 30분 전에 나오면 열차에서 무조건 앉아서 갈 수 있는데. 7시 너머 출발하면 높은 확률로 서서 가야 한다.
유독 오늘 아침은 새로 산 전기장판 덕에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싫더라. 삐둥대다가 7시 20분에서야 집을 나섰다. 그리고 7시 31분 열차를 보내게 된 것.
눈앞에서 열차를 보내보니 이젠 알겠다. 7시 31분 열차를 보내고 줄 서 있는 것이 전략일 수 있겠다고. 7시 41분 차에선 선두이니 무조건 앉아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10분 기다리기 싫어서, 그냥 서서 출근한 날이 많았다. 회사에 일찍 가서 내 자리에 앉아서 쉬면 되겠지 싶었다. 나 홀로 회사에 먼저 출근해서 사무실 문 열고 근무 전까지 충분히 예열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물론 중요하다. 출근하는 시간 동안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함을 깨닫는 요즘이다.
열차의 시작점인 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 바로 열차의 문이 열리는 순간 무조건 엉덩이를 좌석에 먼저 갖다 붙이는 일. 이렇게 소리 없는 출근전쟁이 매일 아침 반복된다.
그 전쟁에 참전하는 게 싫어서 일찍 나왔는데, 이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것도 일상이겠거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열차를 놓쳤다가 아니라, 100% 앉을 기회를 10분이란 시간을 투자해 확보했다고 생각하기로. 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에서 앉아서 회사에 가는 날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