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동 Oct 10. 2024

흑백요리사에 담겨있는 '관록'에 대해

진정성은 모두가 갖고 있다. 단, 그것이 드러나는 지점이 어디인가

1.

1화에서 봤던, 20인의 백(白) 요리사는 대외적으로도, 각각의 개인적으로도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험치, 경력, 실력 그리고 그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등장씬 보면서 소름이 돋았는데, 알면 알 수록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한식대첩 이라던지, 마스터쉐프코리아, 그랜드 마스터 등 타이틀만 봐도 그저 감탄할 사람들이었는데.. 어라? 참가자로 나오는 사람들이라서 의아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름의 자부심이 한가득일텐데, 이를 내려놓고 참가자의 한 사람이 된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80인의 흑(黑) 요리사 분들도 은둔고수에 가까운, 대외적인면이나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동네 혹은 그들이 위치한 지역에서만큼은 입소문이 난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한다. 지역, 혹은 은둔고수인 만큼. 참가하신 것도 대단하지만 진행하면서 보이는 그들만의 당당한 모습과 요리에 대한 진정성은 그 나름의 깊은 울림이 있었다. 


2. 

정말 단순하게 흑(黑)과 백(白)의 차이는 어떻게 나눌 수 있었을까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나는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 테크닉 혹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레시피 뿐만이 아닌 그 너머의 사람에 대한 태도와 인간성에 대한 고민까지 해본 결과가 있는지 없는지에도 기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재료나 특수 향신료 등은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사용하고 직접 활용할 수 있는건 누구나 가능하다. 심지어 일반인도 요리에 취미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가능성과 실존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몰라도 맛이 있어 보이거나, 머뭇거리지 않는 행동 등을 보면 그들이 가진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3.

무엇인가에 진심인 사람들을 잘 관찰해보면 벌어진 상황에 대해 상세히 디테일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만약, 어떤일이 발생 했을 때, 과거의 히스토리와 현재의 문제를 연결해 투영하거나 해결할 가능성이 높은 실마리를 끌어내 논의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준다. 그들은 현 상황에 대해 최대한 벤치마킹할 수 있거나, 아이디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조력자, 진행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리드할 수 있는 것들을 제시한다. 조정()에서도 콕스의 역할이 있듯, 나아 가려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고 지침을 일깨워주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Original' 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건 아니다. 모두가 스승이 있고, 모두에게 그들만의 넘버원이 존재한다. 순간순간 좌절하고 패배하고, 깨우치며 배워나간 결과 그들만의 주관을 지니고 타인의 의견들에 살을 더하고 더 멋진 결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본다.


4. 

흑(黑)과 백(白) 모두가 그런 자신의 주관을 지닌 요리를 만들어 내는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추구하는 컨셉(Concept)을 이용한 사람도 있었고, 철저한 요리의 고증(證)을 제1의 목적으로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퓨전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었고, TPO 에 맞는 요리를 선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각자가 가진 생각을 담아내는 것에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추구하는 가치관과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냐에 따라서 자신의 주관을 내세우는데 차이가 났을 거라 생각한다.


기획자들은 그런 기준을 모두 획일화(劃一化) 시킬 순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지도, 얼마나 내 이름을 널리 알렸는가 혹은 수상이력이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한 갈림길이 되었을 것이다. 프로그램 기획에서도 기준을 찾고 세워서 설득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인지도, 객관적인 정량 데이터를 토대로 내세운다면 누구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쉐프가 심사위원이라고 했을 때, 고개가 끄덕여 지는 것과 같은 납득(納得)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5.

결론적으로 하고싶은 말은 '관록(貫祿)' 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무엇인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런 아우라, 경험, 경력 등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위엄으로 정의하고 있다. 근데 정의된 그 말이 현실에서도 딱 맞게 느껴진다. 온갖 상황에서 '어떻게'를 외치는 우리들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려 하고 설득하려 설명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 사람도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왜 그렇게 해야 어떻게든 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또는 그런 경험을 토대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선택에서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대부분은 고집이 있거나, 강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흐름대로 이끌리는 대로 자신의 주관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옳든, 맞든, 적적하든, 적합하든.. 그저 주관을 지침으로 제안하는 사람인 것이다.


6. 

흑(黑)백(白)요리사를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일상에서 이런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듯 만난다. 진심으로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그 진정한 마음을 우리는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야만.. 결과와 그에 대한 영향이 우리의 피부에 와닿을 즈음에야 문득 깨닫게 된다. 


'그사람은 진심이었구나.. 그사람과 이야기 해보고싶다.',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말이다.


여전히 나는 '관록(貫祿)' 에 대해서 궁금하다. 어떻게 얻게 되는 것일까? 


누군가가 무엇에 대해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 끝없이 왜 그런 것인지를 알려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겉으로 드러난다.' 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주관을 쌓아 놓은 어떤 사람이 베풀어 나누는 철학인가?


그리고 그것으로 진정성을 드러낼수 있을까?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