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응원

책방에서 건네는 연말의 응원

by 소원책담

2024년 5월 즈음, 책방이음 조 대표님의 소개로 일삶센터(https://13center.kr)의 청년 도전 지도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일정 기간 일경험을 쌓는 사업이었는데, 우리 책방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책방이음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기로 하면서, 책방이음에서 일경험을 하게 된 청년 두 명과 소원책담에서 함께할 두 명이 같이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은 반반씩 나누고, 각 책방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우리 책방에서는 모임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에 더해, 홍보를 위한 카드뉴스 제작과 영상 제작을 중심으로 일경험을 설계했습니다.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청년들은 종종 소원책담을 찾아옵니다. 혜화동이나 대학로에 들를 일이 있을 때면 잠깐이라도 들러 안부를 전하고, 어느 날은 김밥을 만들었다며 저녁 무렵 일부러 책방까지 와서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소원책담을 좋아하는 OOO”라고 적힌 명함을 만들었다며 슬쩍 내밀기도 했고, 가끔은 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 인터넷에서 우리 책방에 대한 좋지 않은 글을 발견하고 마음이 우울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붕어빵을 한아름 사 들고 청년들이 찾아왔습니다. 마침 책방에 대한, 정확히 말하면 나에 대한 악플에 대해 누군가와 나누고 싶던 터라 그 만남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런저런 안부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연말 이야기, 내년 계획으로 대화가 이어졌고, 그중 한 친구가 내년에 늦었지만 대학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여러 이야기를 나눠왔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라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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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서로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렵고, 상대가 먼저 꺼내지 않은 이야기를 캐묻는 것은 무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 만난 사이여도 과거의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 조금씩 벽이 허물어지고 더 깊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런 의미로 조금 기뻤습니다. 대학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 해보고 싶은 것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에 힘들었던 이야기까지 차분히 풀어놓았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아들에게서조차 듣기 힘든 이야기였기에, 그 마음을 내어준 것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연수의 여행 에세이 『언젠가, 아마도』에는 팔정도(八正道)의 ‘정(正)’을 ‘바르다’가 아니라 ‘능숙하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처음 하는 일은 언제나 능숙하지 않고 서툴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여행은 본래 서툰 것이고 젊음 또한 비슷하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젊음을 ‘서툴다’ 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극단을 피하게 됩니다. 너무 무모한 시도도 줄어들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을 먹지도 않습니다. 세상 일은 지나치게 무겁지도,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도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시도하고, 부딪힙니다. 젊음이든 늙음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책방을 찾은 이 친구들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새해를 앞두고 여러분들의 도전 또한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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