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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빛의 언덕을 지나 고양이학교로 떠나는 힐링여행

툥영 디피랑, 용호도 고양이섬


통영은 밤에 더 빛나는 도시다. 푸른 바다 위로 윤슬이 반짝이는 낮을 지나 밤이 오면 남망산 언덕길에 빛의 공원 디피랑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 가을, 통영의 밤과 낮을 오롯이 즐기기에 좋은 힐링 스폿 두 곳은 디피랑과 고양이섬, 용호도다. 밤에는 고양이들의 취향대로 느릿느릿 디피랑 언덕을 누비고 눈부신 아침이 오면 용호도로 가는 배를 탄다. 고양이 섬의 햇살과 바람 사이를 걷다보면 일상에 지친 마음의 속도가 고양이 걸음마냥 느긋하게 흘러간다.


용호도에서 만나는 고양이학교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 통영

대한민국 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통영에서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디피랑이다. 빛의 피랑(언덕)이라는 이름처럼 디피랑은 남망산 언덕길을 빛과 스토리로 수놓은 야간 디지털 미디어아트 테마파크다. 1.3km의 포장도로와 숲길에 15개 테마로 구성된 빛의 산책로를 걸으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디피랑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2.jpg 남망산 언덕에 빛나는 미디어아트 테마파크, 디피랑


통영은 푸른 바다와 섬, 그리고 문화 예술의 도시다. 통영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공간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임진왜란 이후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 건물이었던 세병관은 현재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세병관을 중심으로 한 통제영 일원에서는 가을철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행사가 성대하게 열려 통영 야경의 새로운 감동을 선사했다.


3.jpg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열린 2025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디피랑과 동피랑에서 바라보는 강구안의 이국적인 야경도 놓칠 수 없다. 통영의 내항 강구안은 예부터 통영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야경명소로 손꼽히던 곳이다. 디피랑에서 강구안을 가로지르는 보도교의 분수쇼까지 보고 나면 ‘대한민국 밤밤곡곡’에 선정된 통영의 힐링 야경 여행이 완성된다.


디피랑에서 바라보는 강구안의 야경



디지털 미디어아트와 피랑의 만남, DIPIRANG(디피랑)

통영의 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디피랑은 디지털(Digital)과 피랑(언덕)의 합성어다. 동피랑, 서피랑의 스토리를 이어 ‘지워진 벽화가 다시 살아난다’는 콘셉트로 조성되었다. 디피랑 입구부터 이어지는 산책로는 빛의 조명이 딸깍하고 켜지는 순간, 거대한 빛의 무대로 변신한다. 어두운 숲길을 걷다 보면 ‘잊혀진 문’이라고 이름 붙여진 포토존을 비롯해 홀로그램 요정, 움직이는 빛의 벽화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이어진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빛의 벽화, 디피랑


6.jpg 디피랑의 15개 테마 산책로가 그려진 지도


빛과 인공조명을 활용한 15개의 테마 산책로에는 현대적인 예술세계와 접목한 벅수, 통영항, 자개, 남해안별신굿, 오광대 등 전통 소재가 현대적인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되어 등장한다. 순수한 동화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스토리 구성과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남녀노소 누구나 동심의 세상을 경험하는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은 디피랑 입구에서 판매하는 인터랙션 라이트볼을 이용해 미디어아트와 상호작용하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휴일에는 대기 줄이 길기 때문에 여유롭게 걷고 싶다면 평일 저녁 방문을 추천한다.


7.jpg 디피랑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여행이다


디피랑 산책의 시작은 시민문화회관에 비치는 ‘생명의 벽’이다. 리얼하고 웅장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예술적 표현의 대형 미디어아트가 관람객의 발걸음을 환상적인 빛의 세계로 이끈다. 매표소 앞 디피랑 산장을 지나면 ‘이상한 발자국’을 지나 ‘잊혀진 문’이 기다린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미디어 아트와 숲속 요정의 마술을 보는 듯한 인공조명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8.jpg 시민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웅장한 미디어아트

‘이보다 환상적인 숲은 없을거야’라고 표현되는 반짝이 숲의 황홀한 반딧불이 군무 앞에선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숲을 지나 오래된 동백나무와 빛그물, 신비폭포, 그림바다를 지나 ‘비밀공방’에 이르면 거대한 방을 채우는 대형화면의 환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 감상이 기다린다. 통영의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로 꽉 채운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9.jpg 황홀한 반딪불이의 군무가 아름다운 푸른 숲


10.jpg 환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나는 비밀공방(사진제공 통영시청)


‘빛의 정원’이라는 특성상 주변 밝기에 따라 운영시간이 조정된다. 춘계(3월~4월, 9월)는 19시 30분부터 24시(입장마감 22시 30분), 하계(5월~8월)는 20시 30분부터 24시까지, 동계(10월~2월)는 19시부터 24시(입장마감 22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수요일 정기휴장, 1월1일과 설날 및 추석 당일 휴무. 온라인으로 티켓 사전 구매 가능, 밤에는 바닷바람이 불어 쌀쌀할 수 있으니 따뜻한 겉옷을 챙기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디피랑을 둘러보는 시간은 약 1시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11.jpg 동화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들



어서와, 고양이 학교는 처음이지?

고양이 섬으로 알려진 용호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약 40분 거리의 섬이다. 용호도는 용초마을의 ‘용’과 호두마을의 ‘호’를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가 있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고양이 학교 입구에 포로수용소로 가는 팻말이 있다.


고양이학교로 가는 길, 반가운 고양이 벽화


과거 폐교되었던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를 리모델링해 2023년 국내 최초의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인 고양이학교가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신규 입소 묘실, 보호실, 캣북 카페와 2층에 노령 묘실, 치료실, 사무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국내 최초의 동물복지 기반시설인 고양이학교는 단순한 보호소가 아니라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통영지역에서 구조된 길 고양이를 치료하고 입양될 때까지 보호한다.


13.jpg 고양이학교를 안내하는 고양이 안내판


호두항 어민시설 전망대

지난가을에는 ‘도도한 소풍 in 용호도’행사가 네 차례나 열렸다. ‘도시를 도망 나온 한가로운 소풍(도도한 소풍)’이란 주제로 단순한 섬 여행을 넘어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즐기며 생명 존중과 공존의 가치를 체험하는 힐링 생태축제였다. 행사는 고양이 사진 찍기, 고양이 장난감 목걸이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과 감미로운 재즈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 등 작은 음악회도 열려 힐링의 시간을 선사했다.


15.jpg 나의 반려섬, 통영 고양이섬 용호도


고양이학교를 찾은 방문객들이 남긴 그림




길고양이가 아닌 섬고양이와 떠나는 치유 여행

고양이 학교는 옛 초등학교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반갑다. 건물 주변의 울타리를 따라 귀여운 고양이 벽화가 이어져 웃음이 나온다. 운동장 벤치는 한적한 바다 뷰를 즐길 수 있는 쉼터다. 바다를 바라보며 그네를 타거나 운동장 곳곳의 고양이 조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당에는 고양이학교에 가지 않는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와 집도 마련해 놓았다.


17.jpg 고양이학교의 정식 이름,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


18.jpg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와 고양이 숙소

고양이 학교의 아이들은 멀리 도시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예의가 깍듯하다. 한가롭게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다가도 한껏 꼬리를 세우고 다가와 가벼운 스킨십으로 인사를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고양이들과 교감할 수 있다.

고양이 학교의 방문 수칙은 철저하다. 1. 손 소독 필수 2. 외부 간식 금지, 3. 쉬고 있는 친구들은 눈으로만 바라보기.


19.jpg 고양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하다


고양이학교 내부는 청결하고 조용하다. 예민한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공간은 따로 있어 방해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고양이학교 입장이 제한되기도 한다.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 방문 인원 조절을 위해 대기를 하기도 한다. 한 번 따뜻한 기억이 쌓이면 평생 그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고양이의 기억법’처럼 고양이학교는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공간으로 유지되고 보살피는 일만 남았다.


20.jpg 예민하고 낯가림이 심한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공간


21.jpg 간식시간을 즐기는 고양이학교 아이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 10시 30분, 14시 30분 배를 타면 용호도로 갈 수 있다. 여객선은 ‘한산도 진두(용초)‘ 방면이며 용호도에서 나오는 배는 오전 7시 40분, 11시 15분, 16시 30분에 출항한다. 호두선착장에서 고양이학교까지는 약 25분 거리로, 바닷길을 따라 걷는 동안 바람과 파도 소리가 섬 여행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학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양을 원하는 시민에게 분양도 진행한다. 섬에는 편의시설이 많지 않으므로 도시락과 간식, 쓰레기봉투는 꼭 챙겨야 한다. 무엇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한가득 담아갈 것.


22.jpg 인생의 반려섬 하나 갖고 싶다면, 통영 용호도가 있다



여행정보

디피랑

주소 : 경남 통영시 남망공원길 29

문의 : 1544-3303

홈페이지 http://dipirang.com

용호도 공공형 고양이보호분양센터

주소 : 경남 통영시 한산면 호두1길 351

문의 : 055-650-6251

글·사진 민혜경(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5년 10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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