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발레 2년차에 접어들며, 책으로 확장된 취미생활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발레에도 풀업이 있구나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취발러(취미발레)가 된지 1년이나 됐는데도 아직 동작의 용어 조차 이리저리 헷갈리고 있다.
30대 초반 무렵 한동안 역도와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에 심취했던 적이 있었다. 그 운동에서 나의 목표는 풀업(pull up)이었다. 철봉에서 스트레이트로 등근육을 이용해 소위 '턱걸이'를 하는 것이 었는데,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풀업을 잘 하지 못한다. 나의 경우 결국 크로스핏 초보시절 두꺼운 밴드에 다리를 걸고 의존해서 풀업을 하는게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밴드의 두께는 점차 얇아졌고, 두 팔과 약간의 등근육으로 내 몸 하나를 들어올리는 힘은 커지긴 했으나 결국 밴드에 의존하지 않고 풀업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크로스핏에 대한 내 흥미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들었다.
취미를 지속해서 흥미를 유지하는 방법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느 것 하나에도 치열하게 빠져드는 성미가 아닌 터라 나는 한 분야에 빠지면 오타쿠처럼 파고들고, 그 재미를 느끼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사람들이 참 부럽기도 했었다. 얼마전 진성 야구빠가 된 친한 친구가 말했다.
"니 성격 상, 뭐 하나에 잘 미치는 법이 없자나. 사람이든, 취미든."
맞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이것저것에 관심은 두지만 이내 곧 그 관심과 흥미는 언제였던지 사그라든다. 약 3개월이면 말이다. 그래도 이번에 발레만큼은 꾸준하고 느리지만 어디가서 제가 "이게 취미입니다." 라고 말할 정도로 유지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의 유무랑 상관없이 그냥 그저 좋아서 한다 라는게 하나쯤 있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래서 지난 번에 이어 발레 관련 책도 사서 탐독하기 시작했다. 지난 번에는 우연한 계기로 발레 수업을 듣게 된 30대 직장인의 가벼운 에세이 였다면, 이번 책은 조금 살짝 무게감이 있었다. 발레가 태동하게 된 배경이나, 유명한 무용수, 발레단이 나타나게 된 히스토리 등등. 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발레, 현대무용 지식이 한번에 머릿속에 쏟아져 들어오려니 살짜쿵 버겁기는 했지만, 몸으로 배우는 발레만큼 눈으로, 머리로, 귀로 읽는 발레도 이 취미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발레의 풀업은 크로스핏 만큼 어려운 동작은 아닌데, 기초중의 기초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우선 1년이 갓 지난 현재까지 1번발 포지션은 꽤나 잘 되고 있고, 골반도 조금은 열려서 큰 무리는 없는데 여전히 팔을 위로 올리고 어깨를 내리는 동작, 손바닥이 이마를 바라보게 '앙오'를 하는 건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꾸만 갈비뼈가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아직 1년차이니, 취미 발레세계에서는 아장아장 갓 걸음마를 뗀 정도라 큰 기대나 욕심 같은 것은 없다. 37도를 육박하는 찌는 더위에서도 부랴부랴 옷을 주워입고 30분 거리의 발레센터를 다녀온 나를 칭찬하며, 앞으로의 1년도 꾸준히 발레 수업에 흥미를 붙여보려고 한다. 곧 창단되는 서울시발레단의 창단공연 표도 난생 처음 R석으로 예매했으니, 발레와 관련된 책이나 공연, 음악 등에도 조금씩 관심을 갖고 돈 쓰는걸 아까워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복으로 연명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몸에 맞는 레오타드도 하나 구입해도 되지 않을까? 우선 살부터 좀 빼고 생각해 봐야겠다.
인생을 살면서 좋은 예술작품을 만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평생 함께 걸어갈 좋은 친구, 동반자를 만나는 일이다. 물론 굳이 춤이 아니어도 그림이나 음악이나 다른 것이어도 괜찮다. 좋은 친구를 여럿 두는 격이다. 공연 한 편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인생의 방향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예술은 영혼의 허기를 채우고, 예술이 없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을 우리 안에서 일으킨다.
예술이 갖는 힘은 무엇일까. 항상성과 초월성, 포용성, 그리고 불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신의 성격을 닮았다. 그래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혹은 글을 쓰는 건, 기도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과 나, 둘이서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은밀한 기도 안에 눈물, 반성, 분노, 감사, 기쁨, 욕망, 집착, 다양한 모습이 들어있는 것 처럼 예술 안에서도 그 모습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