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른아홉, 헬로 마흔
요즘 히사이시조의 지브리 음악을 종종 듣는다.
얼마전 그가 쓴 에세이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를 사서 읽다가, 왠지 독서하면서 저자가 만든 음악을 곁들이면 좋을 거 같아 유튜브로 히사이시조 음악을 틀어뒀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책을 읽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않고 외려 그가 만든 음악선율에 책을 책상위에 올려두고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다.
40살이 목전인 기념인건지, 족히 병원비로 200만원은 쓴거 같다. 너무 건강해 탈이었던 터라 실비납입을 중지해야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올해 보험 덕을 톡톡히 봤다. 없으면 통장잔고 마이너스 났을 듯.
의료비 지출내역이 성형수술이었다면 외모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좋았을텐데, 알수 없는 여러가지 각종 질병으로 인한 것이다. 정형외과 도수치료를 시작으로, 안과를 거의 두달에 한번 씩 가게 됐다.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감기몸살이 심해져서 수액을 맞기 일쑤고, 화장실을 제대로 못가서 단순 장염으로 생각했다가 수술까지 했다. 최근에는 혈액 검사 수치가 많이 좋지 않아 면역질환을 의심하게 된 터 갑자기 대상포진 확진까지 받았다. 곧 큰 병원으로 전원 의뢰를 할 예정..근데 나 사실 코로나는 한번도 안걸린 몸인데.
대체 2024년이 왜 이렇지?
진단서 받아 일주일 병가를 내고, 이제 내일 회사로 복귀한다. 그동안 너무 몸뚱이를 소홀히 대했던 거 아닌가 하는 자책과 회의가 들면서, 별것 아닌 것들로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를 가혹하게 대했던 자신에 반성까지 겹쳤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일 열심히 해서 뭐해?"
일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들이 자기는 의지도 실력도 없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못하겠어서 저 말이 절로 나온다. 몸뚱이가 내맘대로 안움직여 지는것이지. 꾀병이 아니고, 진짜 안하는게 아니고 정말 못하겠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하루 이틀 차이로 제조된 서로 다른 병원의 약봉지를 서너개 씨 쥐어들고서야 정신이 번쩍든다. 어쩌면 마음의 병이 불러온 신체화 증상일지도 모르겠다.
회전목마 놀이기구 안에서 작게나마 위 아래로 움직이며 계속 비슷한 음악을 들으며 한곳을 빙빙 맴도는 느낌이 든다. 올해도 아마 그렇게 지나간건가.
빙글빙글 돌면서 관찰자가 되어 시뮬레이션 놀이를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나 대신 남이 하는 삶을 관찰하는 지겨운 놀이. 회전목마 탈 때 나오는 음악이 뭔지도 까먹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안전히 내려오셔서 퇴장 부탁드립니다"라는 아르바이트생의 말이 무색하게 자리도 옮기지 않은 채 그냥 같은 목마위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인생에 어떤 이벤트가 필요하다기 보다는, 그냥 또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이 내려놓자 그렇게 다짐한다.
세상일의 좋고 나쁨은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어요.
어떤 일을 겪더라도 인생은 +- 0(플러스마이너스 제로)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