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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Sep 14. 2020

우리 아이의 담화 능력

이야기가 점점 자라나요

아이들은 영아에서 유아로 접어들면서 점차 혼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혼자서 놀고 있는 아이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쉴 새 없이 혼잣말을 하는 아이를 볼 수가 있다. 또한 아이들은 언어를 탐색하고 연습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독백'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고 독백을 시도하면서 혼자 놀거나 어떤 동작을 시도할 때 혹은 잠들기 위해 몸을 뒹굴거리는 시간에도 중얼 중얼대며 '대치 연습'을 한다.


'대치 연습'이란 하나의 완성된 구나 문장을 사용하면서 단어 하나만을 바꿔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언어 놀이'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하는 혼잣말 혹은 독백 안에는 행동적인 자기 안내(self-guidance)도 포함된다.



학령 전기의 아동들은 진정한 의미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차례를 지켜가며 대화를 하지만 주의 깊게 잘 들어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 아이들의 대화는 '의사소통'이라기보다는 서로 '독백'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피아제는 이것을 '집단적 독백(collective monologue)라고 정의하였다. 피아제는 학령 전기 아동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 설 수 없고, 청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하였다(Piaget, 1926:6).



[대화 기술의 발달]

1. 말에 대해 반응하기

아이들이 대화를 하기 전 처음으로 익혀야 하는 규칙은 바로 다른 사람에 말을 듣고 '반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무엇을 말하면 아이들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반응하는 전략을 먼저 사용하게 된다. 이 전략은 대부분의 질문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일상생활에서 이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아이들이 실제 이해하고 있는 정도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2. 다양하게 반응하기

아동들은 점차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도 발화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반응들을 보일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점차 행동보다 말로 더 많이 반응하게 되고 발화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반응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질문을 듣고 말로 더 많이 반응하게 되며, 2세 이하의 아이들은 다른 형태의 질문보다 '무엇'과 '어디'의 질문을 듣고 말로 더 반응을 보인다.


3. 주제 개시하기

아이들이 대화를 하기 전에 지켜야 하는 또 다른 규칙은 바로 주제를 개시(시작)하는 능력이다. '주제'란 대화의 내용이며 주제를 먼저 개시(시작)하는 사람이 대화의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Foster(1986)는 영아(1개월~24개월)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주제 개시하기'의 발달적 변화를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아동들은 성장하면서 점차 더 많은 주제를 성공적으로 시작하게 되며, 점차 비언어적인 방식에서 언어적인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아동이 처음으로 시작한 주제는 자신에 대한 것에서 점차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한 주제로 변화한다. Foster는 주제 개시하기와 언어 습득의 연관성을 발견하였으며, 주제 개시하기의 발달과 다양한 주제를 개시하는 발달과정이 언어발달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4. 잘못된 의사소통 수정하기

의사소통 과정 중에서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메세지가 잘 전달되게 수정하여 반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말을 하기 이전에도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원하는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신호를 계속해서 반복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점차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고자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반복하거나 수정한다.


5. 대화 이어가기

2세 이후의 아이들의 가장 큰 변화는 대화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즉 부모와 아이가 주고받는 언어의 양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화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호작용에도 집중해야 하며, 앞선 대화와 관련된 대답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 기본적인 언어발달의 기초 규칙을 학습해 온 아이들은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화의 규칙을 배워야 한다. 일상을 가득 채우는 대화에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순서와 상대방의 마음까지 공감해야 하는 다양한 규칙들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차근차근 언어발달을 이루어가듯이 대화 규칙도 하나하나씩 배워나간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표정이나 행동으로 반응하던 것들을 점차 말로써 자신의 순서를 채워나가고 대화의 내용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항상 어른들이 주제를 개시해주어야 대화가 가능했던 시기를 지나 차츰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주제를 개시하게 된다.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자신의 말을 수정하고 반복하며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  비로소 본격적인 '핑퐁 대화'가 가능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아이의 담화 능력이 발달하는 동안 조력자인 부모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오랜 '기다림'이다. 새로운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와 실수들이 모여 단단해지고 그로 인해 여물어진 땅을 밟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자신의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아이들도 핑퐁 대화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와 실수들에 익숙해져야한다. 지금까지 주로 혼잣말을 해왔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던 아이들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대답할 차례를 지켜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전달하기까지는 분명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Reference

Erika Hoff(2006). 언어발달(Language Development), 시그마프레스.
Foster, S. H. (1986). Learning discourse topic management in the preschool years. Journal of Child Language, 13, 231-250.
그림출처: by 초록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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