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육아에 지치고 허덕이는 수많은 엄마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이다. 오늘도 나의 아들은 바빠지면 예민해지는 엄마의 눈치를 보고, '엄마가, 엄마가'를 시전 하며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부모교육을 하며 수도 없이 '많이 안아주세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나의 일상도 어디에 내놓고 싶지 않을 만큼 숨기고 싶은 나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부족한 경험이지만 그래도 이 세계를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나의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엊그제, 아는 분을 통해 전화로 부모교육을 진행해 드린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말만 느린 아이라고 생각해서 간단한 부모교육을 해드리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드렸지만, 통화가 계속될수록 나는 아이의 엄마에게 마치 내 아이처럼 화를 담아 쓴소리를 하고 있었다.
지금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이 제일 필요해요.
쓴소리가 듣기 싫어 형식적으로 전화를 끊고 싶어 하는 어머님과 마치 아이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이 끊임없는 잔소리를 하고 있는 나와 대치상태가 계속되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이의 엄마는 그분인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화를 품고 가르치려들었을까.
나는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어떤 자극이 들어와도 그다지 화가 잘 안나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이 나를 건드린 것일까.
한참을 가만히 앉아 무거운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어렴풋이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나조차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아이의 어머니에게 강조하며 그렇게 할 수 없는 부분을 할 수 있다고, 그분의 상황을 다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훤히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나의 건방진 마음과 나 또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음을 숨기려는 민망한 마음에 화가 난 것이었다. 나의 일상 또한 그분처럼 아이를 외면하고 있었고, 그런 나의 이중적인 모습이 나를 툭툭 건드렸다.
어쩌면 나와 상담했던 그분에게는 위로와 인정이 제일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해주신 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히 잘해오셨다는 격려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이미 다 알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육아가 배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감당이 안 되는 나날을 견디고 계실 것이다. 따듯한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이리저리 재단하며 섣불리 판단하는 나의 언행이 그분을 다시 한번 할퀸 것만 같아 내내 마음이 씁쓸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분께 한 말들은 모두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한참 설거지하다 무심코 아이를 보면 두 손을 벌려 안아달라고 서있는 아이, 공부하러 가야 한다고 하면 딱 한 번만 안아주고 가라고 말하는 아이,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말하는 아이.
내 아이도 엄마의 사랑에 고픈 아이였음을...
함부로, 쉽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많이 애쓰고 버텨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