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 상담사례 01
어머님: 안녕하세요^^ 34개월 된 남자 아이의 엄마입니다.
밴드의 글을 보고 우리 아이는 단순히 말이 느린 아이 같아 자문을 해 봅니다.
지금 하는 말은 엄마 누나 형 우유 책 이런 단순한 단어들만 합니다.
이모를 이음 무슨 단어를 말할때 마다 앞에 한 단어만 말하고 음음 이라고 합니다 .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하구요..혹여나 무슨 문제가 있나 의심해봤지만 지극히 정상입니다. 물건도 정리하면 그 자리에 잘 정리하고 또 찾아오라는 것 또한 잘하고 퍼즐을 엄청 잘하고 블록도 이리 저리 모양을 만든니다.
또 공룡을 좋아하는데 공룡이름을 다 말할줄은 모르는데 다 구분할줄도 압니다.
근데 말이 정말 정말 늘지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늘지 ..자문해봅니다
홍샘: 안녕하세요^^ OOO님,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저희 아들도 40개월이 되었는데, 친구네요^^
상담드리기 전 미리 말씀드리는 부분은, 저는 이 상담을 통해 치료를 연계한다거나 기관을 소개하는 등의 행위는 하지않습니다. 오로지 어머님께서 갖고 계신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드리도록 할께요.
이렇게 메세지를 주셔서 반갑습니다.^^
현재 언어표현이 어떤 수준인지 알려주시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언어능력의 예: 이해언어능력(이해 어휘, 지시따르기 능력 등), 표현언어능력(현재 표현 어휘들) 그리고 언어검사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머님: 이해능력, 지시 따르기 능력은 정상인거 같아요.
엄마, 누나, 이음(이모), 형 , 색칠, 공음(공룡) , 우유, 물, 책 단어들에 앞단어만 하고 뒷단어는 음으로 표현합니다.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데 제가 잘 못알아 들으면 책을 찾아와서 보여주는 아이입니다. 문장 구사는 못해요. 언어검사는 30개월 이후에 해 보려했으나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는 집콕이라 하지 못했습니다.
홍샘: 어머니께서 판단하시기에 이해언어능력이 정상이라면 어느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네요. 혹시 정보를 더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해 어휘들은 사람, 동물, 사물 등 몇개 정도의 어휘들을 이해하고 있는지, 지시따르기는 하나의 물건을 가져오는 간단한 지시따르기부터 두개 이상의 물건을 가져오거나 행동을 요구하는 지시따르기 수행도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제일 복잡한 지시를 수행한 예를 하나 알려주세요^^
현재 34개월이라고 하셨는데, 현재 표현언어 수준은 검사를 시행해보지는 않았으나 또래 아동과 비교하여 현저히 느린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해언어능력이 또래아동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이라면 가정에서 3개월정도 적극적으로 아이의 언어를 자극해보신 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언어발달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언어지도 방법은 아이의 이해언어능력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자세히 주시면 다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아이의 언어를 자극시켜주실 때 주로 어떤 방법으로 지도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
어머님: 사람은 주변에 이모 이모부 사촌 동생들 다 구분한다고 해야 할까요. 6형제라 이모 삼촌 숨모 8명 정도의 형 누나 동갑 친구 다 구분 해요. 동물은 웬만한건 다 구분하고 공룡을 워낙 좋아해서 다 말할줄 모느니 앞글자만 말해요.
(파라사우루룰푸스 면-> 파, 프테라로돈은 ->프)
웬만한 공룡은 다 구분하고 무슨공룡 가져와 이러면 다 가지고 옵니다. 물건은 두 가지 이상 가져오라고 해본적은 있는데 '물이랑 기저귀 가져와요.' 하면 가져왔거든요.
주변에서 책 많이 읽어주고 또 노래 많이 들려 주라고 해서 책 읽어주고 노래나 동화읽는 시디를 틀어줍니다. 또 가끔 책 읽어줄때마다 엄마 입 봐바요 해도 보다가 웃고 또 따라하다가도 캥/거/루 이렇게 하나 하나 따라 하라고 하면 하다가도 한꺼번에 캥거루 이러면 캥음 이렇게 말해요.
홍샘: 아이의 언어발달과정에 '청각기억능력'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청각기억능력'이란 귀로 말소리를 듣고 음운을 기억해서 다시 그 말소리를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데 바탕이 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요,현재 어머님의 말씀 만으로는 아이의 음운체계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말소리를 따라하기위한 전달과정에 문제가 있는것인지 아니면 청각기억능력이 다소 짧기때문에 단어의 글자수를 모두 기억해서 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것인지는 정확히 판단은 안됩니다. 다만 캥거루를 따라말하라고 했을때 한글자씩은 따라하는 것을 보면, 음운체계상의 발음문제는 아닌 것같은 느낌은 있어요.
혹시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글자가 있다거나 아니면 평소 말할때 발음을 하기 위해 입모양이나 혀를 굴리는 등의 근육조절에 어려워하는 것같은 느낌이 있으신가요?
어머님: 이 음 (이모), 프 음 (프테라노돈), 티 (티라노), 공룡 이름은 앞글자로 다 애기하고 동물을 좋아하는데 동물은 앞글자로 말하기 보다는 꿀꿀/꽥꽥/음머/멍멍 이런씩으로 말해요.
누나/형/요즘엔 아아영(안녕) 사랑해는 사음 해 이렇게 말하고요.
홍샘: 예를 들어보니 조금 더 아이의 언어능력을 이해할 수 있게된 것 같아요^^
우선 진짜 의미있는 단어가 출현하기 전에 '원시어'라는 개념의 용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어가 출현하기 이전의 언어특성 중 하나로, 첫 낱말 이전의 '원시어'라고 불리는 단어같이 느껴지지만 단어 같지 않은 낱말 옹알이를 하는 시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아이의 언어능력이 아직 정확한 단어들이 출현하기 바로 직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시어는 예를 들면 물을 '무'로 컵을 '커'로 엄마를 '마'로 부르는 형태입니다.
아이에게 집중적으로 언어자극을 주셔서 원시어를 단어로 전환되게 해주시면, 이 시기를 거치고 언어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어휘폭발기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어머님과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언어자극을 주시면 원시어가 단어로 전환되고 어휘폭발기를 거쳐 단어들이 쌓이면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원시어를 단어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볼께요.^^
1. 원시어로 대답하면 정확한 단어를 두세번 들려주기(절대 따라말하라고 강요하지마세요.)
2. 1번을 충분히 연습한 단어를 사용해서 연습하기(예를 들어 '사과'를 말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엄마가 먼저 '사'라고 말한 뒤 아이를 쳐다보며 '과'라고 말할수 있는 기회주기. 혹은 반대로 응용해주기. 그리고 항상 마지막엔 목표단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들려주기.
3. 그리고 곧바로 뭐줄까? 라고 질문하여 '사과'를 말할 수 있는 기회주기.
단, 아이가 거부하거나 계속 음이라고 말하면 한번더 정확한 단어를 들려주는 것으로 넘어갑니다.
활동들은 지금처럼 그림책을 활용해주시거나 역할극을 많이 활용해주세요.
그림책은 글자만 읽어주시지 마시고, 그림을 보면서 한두단어로 짧은 문장으로만 언어를 제시해주세요, '오리가 꽥꽥, 빨간 사과' 등으로요. 역할놀이를 할 때에도 짧은 문장을 여러번 반복해주는 것이 아이가 엄마의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참고로 공룡이름은 아이에게는 정말 어려운 수준의 단어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둘셋 하는 아이에게 나눗셈해보라고 시키는 것과 같아요.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실때는 반드시 아이가 말할수 있는 자음소리와 쉬운 단어인가를 확인해주세요^^
어머님: 정말 정말 많이 배우고 또 생각하게 되네요. 그렇게 하는데 밤에 자기 전에 책을 스스로 찾아서 오는데 공룡책 비중이 높아서 그렇게 됐어요.
홍샘: 공룡 좋아하는 것은 계속 유지해주셔도 좋아요^^ 대신 따라하라고 하거나 공룡이름을 계속 확인하시지는 마시고, 엄마가 아이에게 공룡이름을 들려주시거나 색깔로 단순화해서 말해주시거나 순차적으로 제시해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집중적으로 3개월정도 언어자극을 주신 후에도 표현언어가 늘지않고, 어머니께서 지도하시기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상담을 하면서 어머님께서 많은 감사의 글을 남겨주셨어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저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