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사례 02_ 이중언어아동의 언어 발달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늘은 메일을 통해 이중언어의 언어발달 상담을 요청하신 어머님과의 상담 사례를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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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에서 20개월 교정18개월 남매쌍둥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생후 6개월부터 남편이 도와주지만 퇴근전까진 혼자서 보고 있고
이맘때쯤 많이들 고민 하겠지만
저희 둥이는 생후 18개월에 드뎌 엄마 아빠 맘마 이 세단어를 했고요
남편이 외국인이라 저희집은 이중언어고
전 쭉 한국어로 애들을 키워왔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말이 느려도 신경쓰지 않았었어요
근데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선생님이 언어치료를 권하셔서
일단 체크만 받아보고 결과는 아직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사실 한국이라면 몰라도 외국에서 언어치료를 권하기에
좀 당황스러웠던게 사실이고
그날 이후로 제가 좀 의욕을 잃었습니다
병원 선생님은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라고 하고
전 한국어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른둥이 쌍둥이 이중언어니까
아이들을 위해 한 언어로 통일하는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갑자기 육아의 갈피를 잃었네요..
아이들의 인지발달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가 요즘 최대 고민이고요
예를들어 돼지는 꿀꿀 뭐 이렇게 알려줘서 아이가 이게 돼지라는걸 언제 알게 되는걸까
돼지 어디있지?하면 가르킨다던가 기저귀 가져와 라는 말을 해도 그 다음 액션이 없는데 도대체 보통 아이들은 언제쯤 엄마가 뭘 가져와 했을때 가져오는지 계속 이렇게 저 혼자만 말하고 하는게 괜찮은 것인지
요즘 너무 답답하고 오래된 독박으로 울적해서 좀 두서가 없었네요
바쁘시겠지만 자그마한 조언이라도 부탁 드립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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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재활사 홍샘 답변:
안녕하세요 ^^어여쁜 남매 쌍둥이를 그것도 외국에서, 그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키우시고 계신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하는 마음 보내드립니다.
현재 18개월이 되었는데, 언어 치료에 대해 권고를 받으셨다고요. 마음이 많이 힘드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1. 우선, 아이들에게 '이중언어'라는 환경은 매우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어머님께서 항상 마음에 염두해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정보가 많이 없어서 정확한 언어진단을 내려드리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인 이중언어의 개념을 조금 설명을 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아이들의 언어를 진단하는 데 수용 언어(이해언어)와 표현언어를 평가를 하게 되는데요, 이중언어 아동이 저에게 언어평가를 의뢰해 오면 언어검사는 반드시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의 언어를 각각 평가를 합니다. 모국어 하나만 사용하는 아이는 그 하나의 언어 평가가 아이의 언어능력이 될 수 있지만, 이중언어 아동의 경우에는 몇개가 안되는 어휘들일지라도 한국어와 영어 각각의 언어에 대해 이해하고 표현하고 있는 언어능력이 실제 그 아이의 언어능력이 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을 간과한 대부분의 치료실에서는 하나의 언어만을 평가하여 아이를 언어발달지체로 진단을 하게 됩니다. 어머님께서는 주로 한국어로 아이에게 언어를 사용하셨더라하더라도 아이들은 아빠와의 대화에서 또는 주변 환경에서 들려오는 영어를 흡수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진짜 언어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알고있는 한국어와 영어에 대한 이해언어능력과 표현언어능력 모두를 확인해주셔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언어일지를 기록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아이의 언어능력이 단어 2-3개를 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아이들의 내면에 흡수되어 있는 이해어휘들은 그것의 몇십배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휘 목록 기록표(이해/표현)를 만들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한국어, 영어 각각). 그리고 반드시 제스쳐(예: 빠이, 박수, 만세 등)도 확인해주세요. 이해하는 제스쳐와 표현할 수 있는 제스쳐도 아이의 언어능력에 포함됩니다.
2. 이중언어 아동도 초기 3년의 가장 중요한 언어발달 시기에는 엄마의 모국어가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의 환경이 두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언어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언어 발달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는 생후 3년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엄마의 모국어인 한국어로 아이의 언어에 기반을 다져주셔야 합니다. 만일 엄마가 제 2언어인 영어를 원어민과 같은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계시고 아이가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기를 원하신다면 영어를 사용하여 초기 3년의 언어발달 시간에 언어자극을 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아이의 정체성과 엄마와의 대화에서 한국어가 사용되길 원하신다면 그리고 어머니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라면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제 2언어가 아닌 제 1언어인 모국어 즉 한국어를 사용하여서 초기 3년동안 언어자극을 적극적으로 주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여 제 2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은 모국어의 능력을 절대로 넘어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이중언어 아이들의 언어발달에서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코드 스위칭(code switching'이라고 하는 것인데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중언어 아이들은 하나의 단어를 사용할 때 한국어와 영어에서의 각각의 단어로 스위칭 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됩니다. 이것은 언어발달 초기에는 단어가 갖는 하나의 개념을 두개의 언어로 각각 개념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더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언어발달이 완성되고 나면 코드스위칭은 아이들의 인지발달과 여러가지 면에서 도움을 주는 능력이 됩니다. 이 것 외에도 이중언어 아동에게는 단일언어 아동의 언어발달과는 다른 발달단계들이 많이 있습니다. 두 언어에서 오는 언어충돌과 여러가지의 이유들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초기에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느리게 발달되는 것처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기억하시면서 지치지 마시고 생후 3년까지는 절대적으로 모국어로 풍부한 언어자극을 주셔서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셔야합니다.
4.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언어발달에는 각각의 단계가 있습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아이들은 우선 엄마의 말소리를 충분히 듣습니다. 그리고 반복되고 자주 듣는 어휘들에 익숙해집니다. 그러다가 그 어휘가 갖고 있는 의미를 어설프게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가 '컵 가져와, 자리에 앉아'라는 간단한 지시사항을 듣고 얼추 뜻을 추측해서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제스쳐를 사용하게 됩니다. 엄마가 만세라고 말하면 두 손을 들어 만세를 표현하고, 엄마가 빠이빠이 하면 손을 흔들며 빠이 인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주 사용한 제스쳐들은 엄마의 말소리 중에서 한글자만 따라하면서 제스쳐를 같이 사용하기도 하다가 점점 제스쳐에서 말로 언어를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이해언어능력->제스쳐->원시어(옹알이같은 단어)->쉬운 단어->단어 폭발기->두개 단어 연결 문장(전보식 문장)으로 확장하게 되면서 언어가 발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아이들처럼 이제 막 단어로 표현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언어능력에서는 의성어 의태어, 쉬운 단어로 여러번 반복해서 짧은 문장으로 언어를 사용해주셔야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반응도 잘 해주지 않고 말로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엄마가 하고 있는 말이 과연 도움이 될까 엄마의 말을 듣고는 있는 걸까 의문이 드는 시기이지만, 그 시기는 아이들의 이해언어능력 즉, 언어의 그릇을 키워주는 매우 중요한 시기 중 하나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분명히 모두 흡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 힘드시겠지만, 아이들의 내면에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물을 듬뿍 길어주는 시기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이 가진 언어의 그릇에 엄마의 말이 듬뿍 담기고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아이들은 반드시 말이 트이는 시기가 옵니다(단, 인지능력에 어려움이 없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 마음 다독이시면서 우리의 소중한 한국어가 아이들의 영혼에도 뿌리내려 자리잡을 수 있도록 어머님께서 이 시기를 버텨내주시면 한해 두해가 지나면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들의 말소리를 듣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남편분과 함께 육아스트레스를 슬기롭게 잘 극복하시면서 잘 이겨내시길 빌겠습니다.
p.s 혹시라도 병원에서 계속 언어치료를 원하신다면, 언어 치료의 시기는 결정해야 한다면, 한국어인 모국어가 좀 더 자리잡은 뒤에 영어 언어치료를 시행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이것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전문가와 함께 의논을 잘 해보시고 가족과 상의하에 결정을 잘 하신 뒤에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가지 잊지 않으셔야 할 점은 영어 언어치료를 시작하신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모국어가 한국어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반드시 어머님께서 가정에서 한국어로 언어자극을 끊임없이 해 주셔야 함을 기억하시길 바립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한국어를 하시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본인의 언어를 사용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시는 것이 나중에 아이들이 제 2언어를 사용해서 학교에 가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아버님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주양육자(=엄마)의 모국어만 흔들리지 않으시면 됩니다.
저의 답변이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메일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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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내용의 글을 저에게 보내주셨지만, 그 글 안에서 어머님께서 그동안 겪으셨을 어려움과 말 못할 고충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생각보다 긴 장문의 글을 보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님께 상담 사례의 공유를 부탁드렸는데,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실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공유해주시라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어머님의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
진정이 되었던 어려움이 다시 또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디 계신 곳에서 건강하시고 일상을 잘 보살피시길 빕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