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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Mar 11. 2021

백번은 천재를 낳고 믿음은 기적을 낳는다.

정성: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나는 '정성'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담으면 그 작은 일들에는 순간순간의 마음이 담기고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오늘 우연히 <비긴 어게인>에 나온 윤도현 씨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아이유의 'Love poem'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 준비하는 과정을 인터뷰한 영상이었는데, 한때 국민가수라고 불렸던 이 가수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가수의 노래를 부르기 앞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노래를 부르려면 백번은 불러 보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힘들지만 너무 행복하다."

10초도 안 되는 짧은 인터뷰였지만, 이 한 마디를 통해 윤도현이라는 가수의 마음가짐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단순히 팝송이라서 자연스러운 발음을 연습하기 위해 노래를 반복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로 된 가사를 그것도 자신의 고음역대를 여러 번 오가는 노래를 백번 반복해서 부른다는 것. 아마도 연습을 한다면 하루에 최소 열댓 번은 부른다고 해도 열 번 부르는 것을 열흘 동안 반복하는 것. 그래야 그 노래를 자신이 진정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

이 가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끊임없는 노력을 당연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성실함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재능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이해력이 느려서 아주 작은 것에도 다른 사람보다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예를 들면 종이 책 한 장을 넘기기 위해 아니, 한 문장을 넘기기 위해 문장 안에 있는 단어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충분히 이해해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보통 그런 식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앞에서 발표라도 해야 하는 날이 오면, 다른 사람보다 준비 과정이 어림잡아 10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100%로 소화한 상태에서 발표를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정성을 쏟지 못한 발표는 이곳저곳에서 티가 난다. 그렇지만 정성을 쏟는 준비 시간을 거쳐 발표를 하면, 발표하는 순간순간마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매끄럽게 준비된 결과만을 보며 하나도 떨지 않고 발표를 잘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발표 하기 전날까지(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줄줄 외울 정도로) 발표 연습을 반복한 후에야 가능한 일인데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그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백번이든 천 번이든 연습을 반복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정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무언가에 정성을 쏟아부으면 반드시 티가나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래서 '정성'이라는 단어가 내 삶 속 곳곳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정성'은 드러나지 않는 누군가의 성실함을 예쁘게 포장해 세상에 드러내 주는 선물 포장지 같기 때문이다.


울음으로만 표현하던 갓난아이가 엄마의 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과정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다. 아이를 키우며 언어가 발달해가는 전 과정을 지켜보니 우리 아이들이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고 연단의 과정을 겪어내야 하는지를 비로소 알겠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언어를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 아이가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수고와 애씀이 필요할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아이도, 언어를 알려주는 부모에게도 말이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이지만, 내가 언어재활사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한 자폐 아동의 어머니는 아이와 그 시간을 견디고 견뎌내다가 결국 암 진단을 받으셨다. 본인의 아픔은 덤덤히 담아내시면서도 아이의 언어가 자라는 모습을 말씀드리면 마냥 아이처럼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아이들이 '언어'를 하나의 도구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매일 반복된 일상들이 쌓인 결과이다. 엄마의 정성을 담은 언어가 아이의 귀에 촉촉이 젖어들고, 그 씨앗이 아이의 내면에 스며들어 흡수되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아이들은 말을 배워간다. 

정성이 담긴 엄마의 언어와 아이를 향한 견고한 믿음이 우리에게 '언어'라는 기적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지치지 않으시길. 

우리 아이의 언어가 세상에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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