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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말하기

[언어가 자라듯 발음도 자라납니다]

by 여유 엄마

우리 아이들은 생애 최초의 소리라고 할 수 있는 엄마의 말소리를 뱃속에서부터 들으며 자연스레 말을 배웁니다. 말이 늘기 시작하면서 발음 또한 점점 더 또렷해지고 명료해집니다. 그렇다면 말소리를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소리를 듣는 ‘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태어나 생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아이들은 엄마의 말소리를 들으며 평생 사용하게 될 모국어를 결정하지요. 엄마의 말소리 안에서 자음과 모음을 찾아내어 머릿속에 말소리 주머니(category)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말소리 주머니가 바로 아이들의 발음 능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우리 아이가 또박또박 잘 말하기 위해서 자신의 입술과 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음이 자라나는지 알게 되면 말소리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지요.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치며 우리 아이들의 발음이 자라게 됩니다.

첫 번째, 말소리를 자신의 귀로 흘려듣지 않고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요.

이 단계는 어떤 물리적인 소리가 아이들의 뇌를 거쳐 의미 있는 하나의 소리로 인식하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귀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 능력, 즉 소리를 감각적으로 느끼는 단계에서부터 말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지각하게 되는 단계를 모두 포함합니다. 이러한 청각 능력의 감각적인 단계는 소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았는지 소리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반면 소리를 ‘지각’한다는 것은 그 소리가 ‘ㅂ’ 소리였는지 ‘ㅅ’ 소리였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물리적인 소리가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들을 거치며 소리가 의미하는 바를 뇌에서 처리하게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지요. 소리를 느끼고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알아차린 뒤에 자음과 모음이 만나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내고 그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해석하는 것을 전문 용어로 ‘청각적인 언어 처리 단계’라고 설명합니다. 아이들은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나서야 지금 들려오는 소리가 ‘엄마’라는 말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귀로 먼저 들은 뒤에 순식간에 변화하는 엄마의 입모양을 보며 입술과 혀를 움직여 ‘엄마’라는 말소리를 비슷하게 흉내를 내며 ‘말’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보통 생후 18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가 말할 수 있는 단어의 개수는 어림잡아 50개 정도가 되는데 이때 말소리를 지각하는 능력도 완성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8개월 전후, 엄마의 말을 듣고 단어를 따라 말하는 능력이 이 시기에 급속도로 발달합니다. 바로 이때 우리 아이들은 언어 발달의 이정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단어 폭발기’를 겪습니다. 언어학자들이 연구한 많은 연구에서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보이는 생후 25개월 미만의 모든 아이들은 단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단어 폭발기’의 시기를 반드시 거친다는 것을 밝혀냈지요. 반면에 말이 느린 아이들은 단어 폭발기가 나타나지 않거나 매우 느리게 나타난다는 것도 알아냈죠.

언어학자들이 밝혀낸 이 ‘단어 폭발기’의 의미는 ‘아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단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를 말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단어를 배울 때 일주일에 한 두 개 정도의 새로운 단어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단어 폭발기가 찾아온 아이는 하루에 네다섯 개 혹은 그 이상의 단어들을 새롭게 배우며 단어를 스펀지와 같이 곧바로 흡수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단어 폭발기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단어들을 서로 연결하며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을 이 시기에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귀를 통해 단어를 인지하고 그것을 똑같이 따라 말하려고 하는 ‘모방 능력’이 갖추어졌을 때에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들려주는 말소리를 따라서 말하는 모방 능력을 통해 새로운 단어를 배우게 됩니다.




두 번째, 말소리를 변별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아이들이 또박또박 잘 말하기 위해서는 말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갖추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ㅂ/와 /ㅍ/ 말소리는 입술을 붙였다 떼는 같은 동작을 통해 만들어내는 매우 비슷한 말소리입니다. 아이들은 비슷한 말소리들을 머릿속에서 각각의 말소리로 인식하여 자신만의 카테고리(category)를 만들어냅니다. 뇌 속에 형성된 말소리 주머니를 통해 자신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말소리 하나하나의 경계를 구분하여 범주적으로 지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모국어(엄마의 말)에 포함된 자음과 모음 말소리들을 변별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발음 능력을 키워가게 됩니다. 실제로 언어치료실에서 아동의 발음을 교정할 때에도 말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을 먼저 훈련합니다.

대다수의 발음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청감각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통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하는 순간의 자기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발음이 틀렸는지를 구분하지 못해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기 일쑤이지요. 대부분 발음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부모와 언쟁을 높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발음이 지금 어떻게 소리가 나고 있는지 잘 듣지 못하며 특히 말소리를 변별하는 능력이 아주 취약합니다. 개중에는 자신의 말소리와 타인의 말소리를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도 많이 있습니다.




세 번째, 말소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아이들은 자기 말소리를 듣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음 소리들을 듣다가 엄마의 말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되고 점차 엄마의 말소리 안에서 말소리들을 구분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엄마의 말소리와 나의 말소리가 서로 다르구나’를 깨닫게 되고, 외부와 내부 즉, 나와 타인의 말소리를 동시에 감지할 수 있게 되죠. 말소리를 감지하는 마지막 단계는 ‘내가 지금 말하는 이 말소리에 /ㅂ/ 소리가 들어가는구나’ 이것을 인지할 수 있는 단계인데요 그것이 바로 '내부 감지 능력'입니다. 이러한 단계들을 거쳐 말소리를 지각하고, 변별하고, 감지하는 능력이 골고루 완성되고 종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어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들의 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기에 아이가 말소리를 귀담아듣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말을 할 때 자신의 말소리를 듣는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되묻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고 답답해하는 것이지요.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자신의 말소리에서 발음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부터 아이들이 살피기 시작해야 상대방이 자신의 발음이 틀려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귀를 민감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말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고 타인의 목소리와 내 목소리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 말소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변별해 내는 청 감각 듣기 훈련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귀가 열리면 그 이후에 타인의 말소리를 똑같이 모방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이때 부모의 귀 역시 아이처럼 훈련받은 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가정에서도 부모가 아이의 발음을 지도할 때 정확한 발음으로 자연스레 연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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