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발달 vs 발음발달
부모 교육을 시작할 때에 제일 앞서 부모님께 강조해서 설명드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언어와 말’에 대한 정확한 구분입니다. 언어가 느리다고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의 대다수는 언어뿐만 아니라 발음도 동시에 느립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발음이 좋지 않을 때 ‘우리 아이의 발음이 이상해요’라고 말씀하시는 것보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려요.’ 혹은 ‘아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가 느리지만 발음은 명확한 아이, 언어는 빠르지만 발음이 어눌한 아이, 아직 언어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음 평가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아이 등 단순히 말이 느리다고 말씀하시는 모든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른 원인과 변수들로 다양한 언어 능력을 나타냅니다.
우리 아이의 언어 능력은 크게 언어(Language) 영역과 말(Speech) 영역으로 구분 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아이의 말이 느리다’ 또는 ‘언어가 빠르다’라고 말할 때의 ‘언어’는 아동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어휘 사전(lexicon)에서 단어를 끄집어내어 문장으로 엮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모든 것이 바로 언어(Language)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우리 아이의 언어 능력이 느리거나 의사소통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에 나타나는 문제들은 단순히 언어만 느린 언어발달지연을 비롯하여 자폐나 또는 지적 장애, 말더듬이 나타나는 유창성 문제까지 중복적인 어려움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반면 말(Speech) 영역은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이 성대부터 혀, 입술 등 발음 기관들을 움직이며 형성되는 다양한 말소리와 관련된 것입니다. 청각장애나 구개 파열과 같이 귀나 입천장 등 신체의 일부 기관들의 기질적인 문제 때문에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고, 단순하게 혀 근육의 운동성이 미숙하여 발생되는 단순한 발음(조음) 장애도 있습니다.
간혹 말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님들 중에서 우리 아이가 특정 자음을 다른 말소리로 발음하고 있거나 또는 아이가 어떤 자음을 따라 하지 못할 때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합니다. 예전에는 대여섯 살 아이들이 ‘뜨뜨뜨’ 말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은 아기라 괜찮다며 귀여워하시거나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어머님들도 ‘언어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 다른 아이보다 조금만 느리다 싶으면 곧바로 병원이나 언어치료 센터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아이들이 병원에 방문하여 발음을 평가할 때 부모님은 모두 하나같이 ‘우리 아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라고 말씀하시며 그 원인을 궁금해하십니다. 아이의 발음을 평가하다 보면 원인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발음 문제가 나타납니다.
발음 문제의 첫 번째는 바로 발음 기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태어나면서 청각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선척적인 구개파열 또는 점막하 구개열과 같이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음이 완성되지 못하거나 오류가 나타나게 됩니다.
태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발견될 수 있는 경우 중의 하나가 바로 구개 파열인데요. 구개 파열 같은 경우, 뱃속에서 태아가 9주 정도가 되면 입천장이라 불리는 경구개 위치의 양쪽 뼈가 융합을 하게 되는 시기가 옵니다. 그 시기로부터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까지 어떠한 이유 때문에 완벽하게 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구개파열이 발생되게 됩니다. 구개파열에도 여러 가지로 구분이 될 수 있습니다. 구개열만 파열이 되었는지 아니면 구순(구개부터 입술)까지 모두 이어져 파열이 되었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발음 문제에 대한 중증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 중에서는 아주 늦게 5~6세 때 발견이 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점막하 구개열이라 불리며 입천장을 살펴봤을 때 겉으로는 막으로 잘 덮여 있어 뼈가 갈라져 있는 것을 늦게 발견하는 경우입니다. 점막하 구개열 아동의 입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목젖이 갈라져 있다거나 입천장 끝부분에 절흔이 살짝 보인다거나 또는 과대하게 비성(콧소리)이 심하게 방출이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점막하 구개열을 의심해서 진단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점막하 또는 구개 파열인 아이의 경우에는 다양한 음성 문제도 동반을 하게 되는데요. 비강(코 뒤쪽에 있는 공간)을 굉장히 많이 울려서 사용을 하거나 구강(입술부터 목구멍까지의 공간)에서 압력을 형성한 뒤 양 입술로 파열을 만들어 내는 자음 소리를 파열음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목구멍 뒤쪽을 올려서 내는 성문 파열음 소리를 만들어내는 오류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 된 경우에는 언어 치료를 통한 발음 교정에 앞서 반드시 수술적인 처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 언어 치료를 꾸준히 병행해야 긍정적인 예후를 나타냅니다.
두 번째는 청각장애 아동입니다. 선천적으로 100% 농(deaf)으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후천적인 이유로 청각 장애를 겪는 아동들 중에서 인공 와우나 보청기 착용의 시술을 받고 난 후 발음에 문제를 겪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도 발음 장애로 진단을 받고 언어 치료를 받게 됩니다. 보통은 인공 와우나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의 소리(sound)가 육성으로 전달되어 듣는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입니다. 따라서 기기를 통한 소리에도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를 거치는데요. 아이가 태어나 인공 와우 시술을 하면 새로운 주파수 대역대로 새롭게 지각하는 연습부터 먼저 훈련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아이의 청신경이 얼마나 살아있는지에 따라서 듣기 능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각 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성인이 되기까지 발음 교정을 위한 치료를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음(조음) 장애로 진단받는 대부분의 발음 장애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으로 혀나 입술 근육과 같은 근육의 기능적인 원인으로 발생되는 발음 오류인데요, 이것은 아이가 구조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혀, 입술 근육 등의 기능적인 운동성 또는 조절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발음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발음이 나쁘다’라고 하는 경우는 단순한 발음 지연인 경우인데요. 언어, 인지 능력이 정상이고 기질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혀의 운동성이 좀 떨어지거나 어떠한 이유 때문에 발음과 관련된 다양한 근육들의 운동성이 결여된 아이들은 발음할 수 있는 자음 목록이 매우 적고, 혀의 거상(예: 혀를 입천장으로 올리는 동작)과 같은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동시에 저작 운동 능력도 낮아 딱딱한 음식을 거부하거나 잘 씹지 않고 삼키는 등의 특징을 보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혀의 운동성을 끌어올려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훈련 방법 중 하나인데요. 혀 근육의 텐션을 늘려주기 위해 혀를 ‘상, 하, 좌, 우’로 움직이는 이동 범위를 넓혀주거나 혀를 세차게 튕기며 똑딱똑딱 시계소리를 만드는 운동을 매일 시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