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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Feb 08. 2023

고양시에 사니 순살 인간에서 근육 인간이 되어 간다


 살크업의 계절, 12. 순살 인간이   없어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테스트 삼아 헬스장 한 달 이용권을 끊었습니다. 헬스 기구는 처음이라 퍼스널 트레이닝 5등록했습니다. 다들, 그럴  있죠? 다이어트를 결심한 순간. 기다렸다는  앞에 나타나는 방해물. 누군가에겐 저녁에 삼쏘 약속이겠지만, 이때의 제겐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 완쾌 후 헬스장에 가는 게 걱정되더라고요. 겨울 한파를 겪은 뒤로 활동량이 - 떨어진 데다 코로나를 겪으며 거의 움직이질 않았거든요. 정말 순살 인간이 되어 첫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의외로 할만하더라고요? 요가와 필라테스를 배운 게 헛된 일이 아니었구나. 실감했습니다. 운동할 때 근육이 아프지 않아서 살살 받았나 싶었어요.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은 지 정확히 24시간째 되는 다음날 밤 9시. 근육통이 시작됐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심지어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들었어요. 이틀이 지나도 근육통이 계속됐습니다. 두 번째 시간엔 어깨 운동을 했습니다. 선생님께 물어봤어요. “선생님. 다리 근육통이 원래 이렇게 오래가나요?” “근육을 오랜만에 써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어깨 운동을 하고 정확히 이틀 동안 아팠습니다.


 희한하게 혼자 복습할 땐 그 정도의 아픔이 오지 않더라고요. 몇 번의 트레이닝 후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혼자 운동하고 나면 별로 안 아픈데, 이유가 뭘까요?” “축하드립니다 회원님. 이제 증량할 때가 왔습니다.” 그렇게 하체 운동할 때의 무게가 늘었습니다. 솔직히, 하체는 재밌어요. 어느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지 느껴지거든요. 다음 무게로도 쉽게 넘어갈 수 있고요. 하지만 어깨나 등 운동은 어렵고,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하고 나면 너무 아파서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네 번째 등운동을 하는 날이었어요. 쥐가 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견갑골 주변에 쥐 날 것 같아요.” “잘하고 계십니다, 회원님. 이때 더 쥐어 짜야해요.” 쉬고 싶어서 말했는데,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등 근육이 이제야 자극을 느끼게 됐다면서요.


 어느덧 개인 트레이닝 10회 차. 하체 운동하는 날이었어요. 무게가 또 늘어나 엉덩이에 쥐 날 것 같이 운동을 했습니다. 힘이 빠진 걸 알아챘는지, 선생님께서 응원의 한 마디를 하셨습니다. “회원님, 아파야 강해집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선생님, 전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하는데요…!”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하는데, 아파야 한다니. 저와 선생님이 동시에 빵 터졌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어요.


 며칠 뒤, 선생님의 말을 체감한 일을 겪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 한 아저씨가 저를 밀쳤어요. 그런데 안 밀리더라고요. 흔들림 없는 편안함, 시몬스처럼 평온-했습니다. 가기 귀찮아도 어른이니까, 약속했으니까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던 퍼스널 트레이닝 수업들. 어른이니까 혼자 운동할 줄도 알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해냈던 개인 운동 시간이 헛수고가 아니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이 맛에 다들 헬스에 중독되는구나. 하지만, 난 중독까진 안될 것 같아. 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 갔습니다.


 다음 수업 시간, 갑자기 궁금한  생겼어요. 아주 예전의 기억을 반추하자면, 무산소는 산소가 필요 없는 운동이라 땀이  난다고 배웠거든요. 교과서와 반대로, 근력 운동을 하면 할수록 땀이 나서 궁금했습니다.-근력 운동에 무지해 모르는  있으면 선생님께  여쭤보는 편입니다.- “선생님,  무산소 운동을 하는데  땀이 날까요?” 무산소와 유산소는 땀의 유무로 결정되는  아니더라고요.  둘을 가르는 기준은 ‘지속 시간 ‘강도였습니다. 지속 시간이 길고 강도가 낮으면 유산소가. 짧고 강하면 무산소라고 하셨습니다. 근력 운동도 같은 강도로 오래 하면 얼마든지 유산소가   있다며, 회원님도 미래에 그렇게 되실 거라는 첨언도 들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방향이 무산소적에서 유산소적으로 바뀌는  같아요. 헬스도 꾸준히 하다 보면 자극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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