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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한 Oct 14. 2023

오늘도 글쓰기는 어렵다.

요즘 내가 쓰고 싶어 하는 장르가 있다. 에세이다. 흐르는 서사 속에서 내가 넘쳐버리게 느꼈던 무언가를 남들에게 나눠 주고 싶었다. 그래서 브런치를 켜고, 생각을 노트에 끄집어낸다. 글을 쓸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줄 정도 쓰고 멍해진다. 커서가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만 보고 있다. 이런 시간이 제법 오래가고 있다.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것을 채우려고 했다. 그래서 김영하 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다짜고짜 주문을 했다. 동시에 서재를 뒤져 예전에 구매해 두었던, 허지웅 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이라는 책을 읽었다. 또 느낌뿐만 아니라 스킬도 필요할 것 같았다. 무슨 책을 쇼핑할까 하는 마음에 교보문고 앱을 스왑 하던 중, 우연히 에세이 쓰는 법이 적힌 책을 찜 해두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비비언 고닉의 [상황과 이야기]라는 책이다. 그 책을 곱씹으며 읽기 시작했다. 또... 많은 것들을 계속해서 욱여넣고 있다.


그런데 채우면 채울수록 글쓰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이제는 글쓰기가 두려워진 것 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적어 내려갈까? 남들은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에 고민이 계속해서 더해지고, 그 고민의 시간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명암 차이만큼 깊어졌다. 


안 보인다... 안 보여


하지만 여행의 이유에서 말하듯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추구의 플롯'으로 구축된 이야기들에는 대부분 두 가지 층위의 목표가 있다. 주인공이 드러내 놓고 추구하는 것(외면적 목표)과 주인공 자신도 잘 모르는 채 추구하는 것(내면적 목표),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여행의 이유 P21


여행의 이유


그중 하나는 '무지'이다. 나 또한 무지에서 나오는 해프닝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온갖 잡다한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들은 아주 단편적이다. 여기에는 맥락이 없다. 이는 왜가 없는 일방통행의 정보 주입에 가깝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들은 사실이 되고는 한다. 글을 쓴다면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글에 그들의 '생각'이 들어갈 수 있다. 스스로 나의 글을 파괴할 수 있다.

내 생각에 이 에세이(여성은 변하는가) 실패작인 이유는 거기에 담긴 견해 때문이 아니라, 로런스 자신이 잘 모르는 바를 쓰려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망친 것은 작가의 무지다.

상황과 이야기 P38
상황과 이야기


다른 것 하나가 있다면 '독자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허지웅 님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읽으며 느꼈던 것이다. 사람에게 시간이란 한계가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남들이 알고 경험한 것들을 전 부 직접적으로 느껴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와 묘사 그리고 논리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가지 않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잠시 마음의 병을 크게 얻었던 적이 있다. 담담했던 진단 결과의 내용은 '심각'에 가까웠다고 느꼈다. 그런 시기에 나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고 싶다는... 죽고 싶지 않다는 반항감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픔의 정도와 상황이 다르겠지만, 아주 약간이나마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화되어 몇몇 부분은 읽었다고 할 수 있었다. 반대로 몇몇 부분은 그저 보았다고 말할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은 절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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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결과란 한 맥락의 글을 끝 마치는 것, 혹은 큰 맥락 속에 작은 챕터가 섞인 책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절대로 순탄치 않다. 마치 대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하듯이 말이다. 기간을 길게 받아한 명이 하면 쉬울 수 있는 과제다. 하지만 여러 명이 함으로써 돼먹지 못한 빌런이 나타난다.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정적의 외침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도출하고, 다시 회고를 해보면 배우는 것이 있다. 그것이 대화의 방법이든, 단순하게 기술적 역량이던지 말이다...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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