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주 산으로 사진을 찍으러 갑니다. 주로 풍경을 담는데, 힘들게 산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집니다. 이런 마음은 산을 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할 것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분들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요.
요즘엔 등산 모임에 합류해 산을 오릅니다. 혼자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여러 사람과 함께 가는 산행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특히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는 저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선사하는데요, 바로 인물사진입니다.
명확한 피사체가 있는 인물사진은 풍경 사진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인물 사진을 찍다가 풍경을 찍으면 왠지 허전해지는 것 같고, 그 마음의 색깔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제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혼자 사진을 찍을 때는 잘못 찍은 사진은 그냥 삭제 버튼을 눌러 넘기면 됐지만, 인물사진은 그럴 수 없죠. 찍은 사람은 있는데 사진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엮인 일이다 보니 풍경 사진보다 더 신경을 써서 찍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 해 동안 더웠던 여름 시즌을 제외하고도 약 1만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몇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빛입니다. 사진에서 빛은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빛이 없다면 색도 사라질 테니까요. 만약 어두운 곳에서 색을 표현하려면 무거운 장비가 필요합니다. 산을 오르는 저로서는 아쉬운 일이죠. 그러나 이 중요한 존재가 과하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마시면 기분 좋게 해주는 커피도 과하면 신경과민이나 불면증을 일으키듯이 말입니다.
빛이 너무 강하면 카메라 센서에는 모든 것이 하얗게 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얀 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영역처럼 보이는 것이죠. 포토샵에서 과노출된 부분을 스포이드로 찍어보면 아무것도 인식되지 않습니다. 후보정으로도 살릴 수 없는 사진이 되는 겁니다. 저도 여름날 가리왕산 이끼 계곡에서 찍은 사진의 3분의 2 정도를 과노출로 날려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 저는 가장 밝은 부분에 맞춰 노출을 -0.3에서 -0.7 정도로 조정해서 찍고 있습니다. 또, 빛의 양을 줄여주는 ND 필터도 사용하고 있는데, ND 필터 덕분에 다양한 심도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슬슬 시원해지는 늦여름, 초가을쯤에 남산에 올라간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올라갔는데 거기에 거대한 곰 풍선이 있었습니다. 분홍색 곰인데 거기서 인증샷을 사람들이 많이 찍더라고요. 그래서 저와 일행분들도 거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아는 형님이 '이놈~!!!' 했습니다. 생각보다 사진 속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제가 주로 쓰는 렌즈는 17-50mm로, 광각부터 표준 화각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덕분에 풍경이나 3~4m 거리의 인물 사진까지 찍을 수 있어요. 특히 요즘엔 인물을 작게 배치해 자연 속에 어우러지게 표현하는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대조적인 구도 덕분에 사진이 더 돋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렇게 사진을 찍다가 집에 와서 확인해 보면, 사진 속에 없었으면 하는 것들도 들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건물 내부 사진을 찍다가 보면 휴지통, 소화기, 그리고 개인 물품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어떤 물체, 장소, 그리고 인물을 집중해서 찍다가 보면 그런 부분들을 놓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특히나 17mm 정도의 화각이면 생각보다 정말 넓은 범위를 찍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스트 촬영 때 뷰파인더와 찍은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고 항상 후보정 작업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RAW 파일로 찍는 것도 이유가 되고, 후보정을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후보정을 통해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도 더러는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보정에는 한 가지, '취향'이 더해지기 마련입니다. 보정하는 사람의 취향이 들어가게 돼서 내가 실제로 봤던 그날의 풍경, 느낌과는 제법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개인 채널에 업로드하는 사진들은 제 스타일 대로 보정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유드리는 사진은 노출, 대비 그리고 적절한 채도로 드립니다. 그러나 이 접근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피드백을 보면서 저의 뇌피셜이기는 하지만, 결국 그날의 기억은 기억이고, 사진 자체가 이쁜 것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사진이 이뻐지면서 그날의 기억도 같이 이뻐지는 것 같아요. 보통 산행을 하면 제법 힘들기도 하고, 요즘에는 날씨도 이상해서 구름이 잔뜩 끼기도 합니다. 또 아침에 산을 타기 시작해서, 실제로 포토 스폿, 정상에 가면 태양광이 너무 세기도 하거든요. 결론적으로 현실적으로 색상을 보정하다 보면 그런 것들이 좀 많이 드러나게 됩니다.
사진은 더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기 위한 찰나의 영화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보완해 가야 할 부분과 바꿔야 할 생각에 대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여전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계속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다가 보면 후보정을 위한 알맞은 노출과 구도로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그리고 이 3가지 이외에도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진 찍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댓글에 남겨주세요. : ) 같이 사진을 잘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사진 계정용 인스타그램을 남기면서, 오늘 글을 마칩니다.
https://www.instagram.com/jinhan_ph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