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연 Jul 24. 2022

허위사실 유포죄

악은 악을 낳는다


10대 A씨가 불구속 입건됐는데 혐의는 '허위사실 유포죄'.

한 지자체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자료를 다운받아 지역 내 확진자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인은 경찰 조사에서, "장난삼아 보냈는데 또 다른 지인에게 유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B씨 역시 같은 혐의로 검거됐는데 SNS 메신저 단체방에 "00에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이로인해 영업 피해를 본 사람이 신고해 알려진 일이었다.


00시의원 C씨는 "본인은 특정종교인이 아니"라면서 법적조치하겠다고 대응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했는데 알고보니 어느 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번진 것으로 알려진 사건으로부터 촉발된 일이었다.


이 사건들은 모두 지역 내 최초로 감염병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않았는데 발생한 일이었다.


예측불가능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간은 이처럼 또 다른 악을 낳기도 한다.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다 못해 악용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에서도 결국 가장 무섭고도 잔인한 건 인간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좀비들의 동선이나 행동은 예측가능해지지만 그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편취하려드는 사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범죄가 저 세 건이었지 이후로도 주변에서는 감염병과 관련된 뜬소문이 계속해서 양산되고 있었고 그것의 최초 유포자를 일일이 찾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디서 전염될 지 모를 질병의 공포에 더해 인간이 직접 만들어 낸 고통의 시간이 더해지고 있었다.


자폐 스팩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변호사로서 활약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사람들은 나와 너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지만, 자폐인은 나로만 이루어진 세계에 사는데 익숙합니다.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의도를 갖고 나를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자꾸만 잊어버려요.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매 순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저 대사에서 마지막 한 줄이 와 닿았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만약 세상에 좀비세상의 악인 처럼 그저 남에게 해를 끼치려는 이들만 존재한다면 정말 매 순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감염병이 도래한 현대사회에서도 결국 또 하나의 문제로 드러난 건 '사람'에 의한 것이었고, 그런 사람으로부터 발견한 악(惡)은 또 다른 악을 낳는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문부터 걸어잠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