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사건

거북이가 삐쳤다!

이건 순전히 내 뇌피셜이다.

내 최애 거북이 대작이는 지금 내게 삐쳐있다.

내가 불켜주면 반짝 눈뜨던 내 애완동물.


사건의 발단은 구충제이다.

구충제를 평소 대작이가 좋아하는 사료에 섞여 먹였다. 어제.

그리고 다 먹으라고 그 외의 음식은 아예 급여를 안했다.

나도 물론 맘이 편치 않았다.

환장하는 치커리며 라디치오를 주지 않았으니까.

준 건 달랑 구충제 섞은 사료뿐.

원래 대작이는 식성이 대단한 아이인데. 이파리 세개쯤은 거뜬히 해치우는 아이인데 가운데 손가락 두마디만한 사료만 주었으니.


그래서 오늘 새벽 나는 대작이를 깨워

맛있는 음식을 대령했다.

라디치오 치커리를 듬뿍.


왠걸.

그 좋아하는 라디치오를 겨우 반잎 먹더니 그만 쌩 돌아서는 거 아닌가.

그리고는 내내 벽만 보고 있다.


평소에는 나와 눈도 마주치며 교감(순전한 내 생각)하곤 했는데.


어제 구충제 섞인 사료만 줬다고 삐친 게 분명하다.


난 대작님이 좋아하는 주키니 호박을 썰어 대령했다. 두조각 주었는데 한 조각만 드시더니 돌아선다.


어제 구충제 섞었던 사료를 한번 줘보았다.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렇게 잘먹던 사료인데.

또 다른 사료를 줘보았다.

그랬더니 그건 싹쓸이!


확실하다.

어제 구충제 섞인 사료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걸 준 내게 삐친 것이다.


오! 마상!

어쩔수없었단 걸 알아주렴.

그리고 얼른 잘먹는 대작이로 복귀 바란다.

이 초보 집사가 너무 많은 구충제를 줬다면 미안 쏘 쏘리!


음식을 남긴 오늘자 대작이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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