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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희 Jun 17. 2024

유아영어 파닉스, 단기간에 절대 완성할 수 없는 이유

영어파닉스, 시간이 아주 올래 걸리는 일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유아영어교육하면 꼭 등장하는 파닉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영어파닉스라는 것이, 한국어와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글자를 배워 곧 읽고 쓰기가 되기 어렵고 발음, 소리, 음가 등등 여러 요소들과 복합적으로 알아야 하는 측면이 있어요. 이 글에서는 영어 파닉스를 배우는 것이 어려운 이유와 단기간에 파닉스를 마스터하기 힘든 이유, 그리고 파닉스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영어파닉스 배우기가 어려운 이유


영어 파닉스를 배우기 어려운 대표적인 이유를 꼽자면 바로 발음 민감성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무턱대로 문자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리를 결합해서 외우고 인지하는 것은 매우 생소하다는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파닉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기에 앞서 아이들은 영어 알파벳의 소리들을 계속적으로 들어본 경험이 있고 소리의 구분을 할 수 있다면 문자 노출이 되었을 때 훨씬 쉽게 파닉스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파닉스를 배우기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또 다른 한글과 영어의 차이점 때문입니다. 영어는 한글과는 달리 하나의 음가에 여러 소리를 갖고 있고 이것이 영어파닉스를 습득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의 'ㄱ'에는 한 가지 소리만 있고 다른 자음과 모음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표기문자당 하나의 소리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자음과 모음 또 받침을 결합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영어는 한 음가당 여러 소리를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알파벳 순서상 가장 앞에 오는 'A'도 제가 아는 소리는 네 가지나 됩니다. 자음에 속하는 'C'도 2개의 소리가 있죠. 'I'는 세 개 이상의 소리를 갖고 있고 'S' 또한 한국어에는 없는 두 가지의 소리를 갖고 있어요. 이 외에도 수많은 알파벳 글자들이 파닉스음가 한 개당 다양한 소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사실조차 우리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대부분의 영어교재에서 'a' 하나당 한 소리만 먼저 가르칩니다).


즉, 한글처럼 음가 하나당 특정 소리 하나씩만 알아 규칙적으로 모든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규칙이 아예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예외도 많고 경우의 수가 많으니 아이들에게 간편한 공식이나 규칙으로 가르치기도 어렵고 이 문자 체계를 익히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많은 학원과 영어교육업체에서도 파닉스에 대해 잘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파닉스기초부터 시작해서 단계별로 나누고 중급파닉스, 고급파닉스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가르칩니다.


파닉스 기초, 알파벳 문자 하나하나 그 이상


영어파닉스가 한글과 다른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한 글자로 된 음가당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글자 이상이 합해진 것 또한 음가, 즉 소리를 나타내는 문자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ch'처럼 두 개의 글자가 합쳐진 경우에도 /k/와 /ch/ 두 경우의 소리가 있어요.


이렇게 두 개 이상의 글자가 합쳐져 소리를 내는 문자 형태를 다중음가라고 하는데, 이 다중음가가 생각보다 영어에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sh' 'er' 'or' 'kn'... 이외에도 수없이 많습니다. 두 글자를 결합한 것뿐만이 아니라 'ear' 'sion' 'tion' 등으로 세 글자 이상이 조합된 경우도 많습니다. 학자나 교육업체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최소한 30여 개 이상의 복수음가가 영어에는 존재하고, 이 각각의 발음도 하나하나 어떤 소리가 나는지 외워두면 최대한 많은 영어소리의 법칙을 알게 되는 것이라서 당연히 읽기에 도움이 되겠죠. 알파벳 글자 각각의 소리뿐 아니라 이런 다중음가도 수 없이 많은데, 그 법칙을 다 외워도 다 끝이 안 나는 것이 바로 영어 파닉스랍니다.


 

갈 길이 먼 파닉스,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여기서부터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정독해 주세요. 특히 영어강사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셨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가장 처음 영어 문자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은 이것입니다. 한 음가에 있는 모든 소리를 한꺼번에 가르치는 것이요. 예를 들면 알파벳 'C'에 있는 소리 두 가지 /k/ /s/ 를 모두 가르치고 각각의 소리가 포함된 단어를 보여주죠.


즉, /k/소리를 내면서 해당 소리면서 알파벳 'C'가 들어간 단어들: crayon, clay, color를 가르치고

     /s/소리를 내면서 이 소리이면서 알파벳 'C'가 들어간 단어들: pencil, circle 등을 또 가르치죠.  


이런 식으로 공통된 소리를 갖고 있는 단어들을 묶어서 가르치고 꾸준히 배워온 소리를 복습해야 해요.

이때 피해야 할 방법은 알파벳 C를 처음 가르치면서 /k/ 소리가 들어간 단어만 가르치고 나머지 소리 /s/소리는 안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가지 소리만 가르칠 경우, 아이들은 알파벳 C와 이 음가의 소리에 대해 딱 반만 배우고 마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알파벳 C에는 /k/소리만 있다고 인식을 하게 되어 나중에 /s/ 소리가 들어간 C가 들어간 단어를 보면 본인과 알고 있는 것과 다르기에 혼란을 겪습니다.


가장 흔한 예시가 바로 알파벳 'A'와 관련된 단어들인데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첫 알파벳 때문에 어려워합니다. 대부분의 영어학원이나 교재에서 처음 'A'를 가르치면서 한 가지 소리만 가르치고 해당 소리가 들어간 단어들끼리 묶어서 외우키는 방법으로 가르치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apple로 시작해서  cat, bat, sat 묶어서 가르치기. 보통 아이들이 이렇게 배운 다음, 나중에 water, snake나 around처럼, 또 다른 소리의 알파벳 A가 들어간 이런 단어가 나왔을 때 해당 소리를 배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고 혼란을 겪게 됩니다. 자신이 배운 A소리와는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니까요.


만약 영어권에 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모든 음가의 소리를 수업을 통해 의도해서 노출해주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다면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가르칠 필요는 없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음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글도 읽게 되니까요. 하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최소화하고 효과적으로 파닉스를 배우려면 이렇게 의도성 있게 접근해야 합니다.


'단기간 파닉스 마스터'는 불가능하다.


'단기간 파닉스 마스터' 이런 문구 들어보셨나요? 아마 초등학교 진학 전 파닉스를 다 끝내 준다거나 방학 기간 동안 반짝으로 영어 읽기에 필요한 파닉스를 다 마스터해 준다는 학원이나 교습소의 홍보용 문구, 심심치 않게 찾아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보다 영어파닉스가 얼마나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면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시겠죠.


영어파닉스는 단기간에 걸쳐 끝낼 수 있는 과목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먼저는 위의 설명처럼 음가 하나당 소리 하나씩 결합해서 외우고 끝낼 수가 없고 계속적으로 한 음가당 다양한 소리를 접해가며 읽기와 발음 연습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또 그다음으로는 위처럼 다중음가까지 다 배우고 적용하려면 당연히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한글을 배우는 과정에 대입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울 때도 처음에는 아주 쉬운 단어부터 읽고 쓰는 연습을 하며 시작을 합니다. 받침이 없는 단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그 단어들을 쓰는 연습을 하며 문장을 읽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죠. 그 어떤 아이도 자음 모음의 소리를 다 알았다고 해서 모든 글자를 맞춤법과 소리 구분에 다 맞게 손쉽게 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적 규칙이 매우 명확하고 한계가 있는 한글도 이러한데 영어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은 문자이고 한국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소리언어이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영어도 처음에는 음가당 소리로 연결시켜 파닉스기초를 배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장도 읽게 되고 페이지당 한 줄 정도가 등장하는 영어동화나 책도 읽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다중음가가 들어간 단어 및 문장도 읽기 시작하고 점차 복잡한 문장을 읽기 시작하죠. 그렇게 모든 음가를 읽고 쓰기 시작했다고 해도 모든 글을 술술 잘 읽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계속적으로 연습을 해야 읽기에 익숙해지고, 더 이상 읽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을 때까지 이 연습은 계속되야죠.


마치 자전거 타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서 바로 자전거를 잘 타는 것이 아니고 피아노 역시 곡을 치는 방법을 배웠다고 바로 아름다운 소리로 연주를 할 수 없듯이 언어에서도 어떻게 읽는지 먼저 배운 후에 계속적으로 연습을 해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는 모국어고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발음도, 소리도, 문자도 아주 큰 연습 없이 습득하지만 영어는 항시 보고 듣고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기에 발전하는 속도 역시 느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단기간에 파닉스를 마스터해 준다는 그런 홍보 문구에는 속지 마시고, 느긋함을 가지고 접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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