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공주'에 빠진 우리 딸.
여자아이들은 4~6살쯤 대부분 공주병 시기를 겪는 것 같다.
수아도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하고, 라푼젤처럼 길게 늘어뜨린 헤어스타일을 요구하며(하지만 머리카락이 짧아서 안된다..) 그림 그릴 때면 꼭 분홍색 공주님을 그려 넣는다. 그래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공주병 썰'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수아가 서아랑 놀다가 좀 투닥거렸어요.
서아가 '우리는 모두 공주야' 했더니 수아는 '아니야! 나만 공주야!'라고 하더라고요.
서아는 '아니야, 우리 엄마가 우리 모두 공주랬어' 그러니까 수아는 '아니야, 우리 엄마는 나만 공주랬어!!'라면서 둘이서 계속 그걸로 실랑이를 하더라고요(웃음)."
서아는 수아의 단짝 친구다. 집에 와서도 서아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꼭 서아 이름을 꺼낸다. 그런데 어쩐 일로 싸웠을까 했더니 '나만 공주'라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아가 저한테 와서 '선생님, 우리 모두 공주 맞지요? 그런데 수아는 자기만 공주래요!'라고 알려주길래 제가 수아를 불렀어요.
'수아야~ 수아엄마한테는 수아가 제일 공주고, 서아엄마한테는 서아가 제일 공주야. 그래서 우리 친구들 모두 공주인 거야~' 알려줬어요. 그래도 '아니에요! 나만 공주란 말이에요!' 하면서 울먹거리더라고요.
다른 여자친구들도 '우리 엄마가 나도 공주랬어!', '나도 공주야~'라고 한 마디씩 거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수아가 '나만 공주인데...' 하면서 입이 삐죽삐죽하더라고요(웃음)"
나는 집에서 딸아이를 부를 때 '우리 공주'라는 애칭을 자주 쓴다. 경상도 출신 여성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그냥 그 지방 어른들이 여자아이를 정겹게 부르는 호칭이다. 나도 어릴 때부터 '공주'로 불리며 자랐다. '내가 맨날 공주라고 불러서 자기만 공주라고 생각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아는 아마 친구에게 지기 싫어서 억지를 부렸을 것이다. 다들 '모두 공주야'라고 하는 가운데 혼자 '나만 공주'론을 주장하며 궁지에 몰렸을 모습을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선생님도 수아가 기분이 좋지 않아 평소보다 억지를 부린 것 같다고 했다.
"오후에 기분 좋게 놀고 있길래, '수아야! 우리 모두 공주 맞지?' 했더니 방긋 웃으면서 '네!' 그러더라고요. 아마 오전에는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었던 것 같아요."
저녁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수아야, 수아도 공주고, 서아도 공주고, 친구들 모두 공주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