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으니까 밥 먹고 가라고요?
집에 보내주세요 제발..
"오늘 급한 업무가 생겨서 늦게 퇴근할 것 같아"
"혹시 또 '오늘 고생했으니까 저녁 먹고 가' 패턴은 아니겠지"
"잘 아네.."
신랑네 회사는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겨 퇴근시간이 한두 시간씩 늦춰지는 경우도 있고, 아예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야근을 할 때가 많다. 출근 시간이 당겨지기도 하고 휴일에 갑자기 근무하게 되는 일도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추가근무 수당은 꼬박꼬박 나온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야근을 할 때마다 신랑네 팀장님이 '저녁 먹고 가'를 시전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늦게까지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 밥 먹고 가자,
먼 데까지 외근 나오느라 고생했는데 저녁 먹고 들어가자,
비 맞고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 맥주 한잔 하자..
고생했으면 얼른 집에 보내서 쉬게 해야지 왜 자꾸 밥을 먹고 가라는 건지! 표현은 '밥'이라고 하지만 저녁식사에 술 한잔이 빠질 리가 없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시킨 후 집에 가면 저녁 준비하고, 밥 먹이고, 놀아주고, 목욕시키고, 재우기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신랑이 함께해 주면 훨씬 덜 힘든데, 나 혼자 하려면 진이 빠진다.
"아니, 아기 때문에 안될 것 같다고 하고 나오면 안 돼?"
"에이.. 다들 가는데 또 어떻게 나만 빠져..."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대호 아나운서가 '칼퇴 이미지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신랑이 스스로 칼퇴이미지를 못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는 애초에 고생했으니까 밥 먹고 가라는 말도 하지 않을뿐더러, 만약 팀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
"아, 저는 아이 하원 때문에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하고 먼저 퇴근하면 된다.
하지만 신랑 말로는 본인 회사는 그게 어렵다고 한다.
팀원 전원이 남자에다 상사분들은 모두 50대 이상,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까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신랑네 회사가 그런 조직이라면 굳이 모난 돌이 되어 정 맞을 필요는 없지.. 싶으면서도 오늘도 혼자 저녁육아를 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