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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의눈 Aug 27. 2023

때려치우고 싶을 땐 잡코리아를 본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때로는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납득이 가지 않는 업무 지시,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밀려드는 업무량, 그에 반해 너무 작게 느껴지는 월급..


어느 예능에서 회사를 오래 다니는 비법이 뭐냐는 질문에 "빚"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지만, 이미 빚이야 앞으로 40년간 갚아 나가야 하는 대출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럴 땐 혹시 이보다 좀 나은 회사로 옮기면 어떨까.. 이직충동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잡코리아앱을 연다.


잡코리아, 사람인, 원티드까지 3~4개의 구인구직앱을 각 10페이지 정도까지 살펴본 후에 '그래도 여기 다녀야지 뭐..'라며 싱거운 결론을 내지만,  앱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붕 뜬 마음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도 이만한 회사가 없다


나는 자차로 편도 30분 이내 거리인 회사만 찾아본다. 늘 지역별 탭에서 3~4개 지역에 체크를 해둔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딸아이를 위해 출퇴근이 소요되는 시간이라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택의 폭 자체가 매우 좁다. 내 지역필터를 통과한 채용공고 리스트에는 늘 비슷비슷한 회사들이 떠있다. 오늘 본 공고는 아마 다음 주, 다음 달에도 닫히지 않을 것이다. 같은 지역의 채용공고를 자주 보다 보니, 사람이 잘 뽑히지 않거나 퇴사율이 높은 회사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채용공고리스트 붙박이 기업들 몇 개를 제외하면 남는 공고가 몇 개 없다.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작거나,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소기업, 얼마 전 창업한 스타트업 정도가 남는다.


이 정도 거리에 이 정도 규모, 복지, 그리고 이 정도 연봉을 주는 회사가 우리 회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마음속에 불타올랐던 회사에 대한 반항심이 푸시쉬.. 꺼지며 '그래.. 여기만 한 데가 없지.. 열심히 다녀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마무리가 된다.


경력이 더 필요하다


내 까다로운 지역필터를 뚫고 가끔은 내로라하는 대기업,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회사의 공고도 뜬다. 그런 곳은 채용 공고부터가 영어로 적혀있거나 직무적성시험이 필수로 들어가는  '오르기 어려운 나무들'이다.


그런 공고를 발견하면 일단 '스크랩'을 해둔다.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는 집에서 좀 멀지만 아이가 좀 더 크면 한번 도전해보리라 마음먹는다. 그리고 이 회사에 합격하려면 포트폴리오를 더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새롭게 시도할 만한 프로젝트가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반복되는 업무,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들을 생각 없이 쳐내다가 '내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접하면 훨씬 동기부여가 된다.


'그래, 나는 지금 더 큰 회사로 가기 위해 경력이 필요하고 지금은 그 경력을 쌓아나가는 기간이다.'라고 생각하면 짜증스럽게 느껴졌던 일들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결론은 늘 '현직장에 충실해야겠다'로 마무리하지만 오늘도 습관처럼 잡코리아앱을 연다.

붕 뜬 마음을 다잡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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