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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A Feb 27. 2022

투잡러와 0잡러의 경계

두 직업 사이에서 중심 잡기

만능 엔터테이너 같은 게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어찌하다 보니 취미가 직업이 되어 플라잉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도 과연 내가 이걸 가르칠 수 있을까, 또 가르칠 기회가 올까 싶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기회는 자연히 찾아왔다.


요가원의 전담 강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요즘은 대개 백신 맞고 쉬거나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해야 해서) 일명 ‘대강(대리 강의)’를 할 강사를 찾고 그런 자리 위주로 찾아다니며 기회를 잡았다. 아무리 하루 몇 시간 수업이라도 간단하게나마 이력서를 원하기 때문에 나도 얼마 없는 대강 경력을 넣어 플라잉 전용 이력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부분 학력을 쓰기에 나도 학력을 적었다. 플라잉 요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이라, 쓰면서도 약간 고민이 되긴 했다. 그런데 이 나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기는 또 싫어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우습게도 ‘난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라고 뻐기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어 학력과 현재 하는 일을 모두 적었다.


그런데 그게 꼭 항상 좋게 작용하지만은 않았다. 어쩌다 주말 수업을 전담할 강사를 뽑는 자리에 지원을 했다. 주말엔 통역 나가야 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니 전담으로 맡아서 해도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도 통번역 일을 하시는 거냐고 묻기에 자신감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그다지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면접 후 전담 경력이 더 많은 분께 맡기기로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 그런 판단도 이해는 간다. 나라도 그랬을지 모른다.


통번역사면서 플라잉 요가 강사라고 하면 나 스스로는 뿌듯할지 몰라도 플라잉 요가 업계(또는 요가 업계?!)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다. 이를테면, 사과를 살 때 겉모양이 예쁜 사과 위주로 고르는 것이 당연하고 흠이 있는 사과는 뒷전이 되는 것이다. 맛이 없어 보이니까.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약간 흠이 있는 것 먹어 봤는데 맛이 좋더라는 말을 듣거나 어쩌다 반신반의하며 흠이 난 사과를 먹어보고는,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면 이후에는 편견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를 대강 강사로 써준 원장님들은 그런 기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맡고 있는 전담 수업은 아는 선생님이 소개를 해준 것이었으므로 일종의 보증인이 중간에 있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플라잉 요가 강사로서는 경력만 내세워 경쟁하기는 어려운 상태.


비수기였던 2월. 상대적으로 통번역 일이 적으니 플라잉 요가 수업을 많이 했다. 본업 일도 적은데 플라잉 수업이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때때로 문득 ‘나 지금 뭐 하지?’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 두 개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기분이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 같아 심란할 때도 있다. 조바심도 든다. 플라잉 수업을 많이 할 때는 ‘중국어 공부를 좀 해 놓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통번역 일이 많을 땐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해먹을 타야 감을 안 잃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투잡이란 건 자칫하면 한 우물 깊이 못 파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 “뭐 이것저것 해요”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야말로 0잡러.

이런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시기적으로 어느  가지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같다. 그것보다 어느 한쪽 일을 못하고 있더라도 당장 제안이 들어왔을  임할  있도록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한  같다.


하루 수업을 위해 나를 대강 강사로 고용했다가 2월 내내 나에게 플라잉 수업을 맡겨준 원장님이 계신다. 그분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사실 처음엔 내가 요가 강사를 본업으로 하지 않아서 고민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떻게 제게 수업을 맡기셨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일주일에 몇 번씩 플라잉 요가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해서 맡기기로 결심하셨다고. 당장 수업을 맡겨도 하루 수업 정도야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수업이 좋아서 한 달을 모두 맡기시게 된 것이다.


두 직업 모두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으려면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해서 두 가지 직업을 꾸준히 갈고닦아야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니 이게 귀찮으면 둘 중 하나는 그냥 내려놓고 한 가지 직업에 몰두하면 된다.

나 자신을 투잡러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두 직업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그 균형이 어느 한쪽에 좀 더 쏠려 있더라도 결코 다른 한쪽을 내팽개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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