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A Jul 03. 2022

완벽한 통역과 번역

완벽한 통역과 번역이라는 제목 자체가 어폐일 수도 있다.

완벽하다는 게 뭔가? 과연 통역과 번역이 완벽해줄 수 있나?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니 판단도 다르다.


그래도 통역과 번역을 완벽히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이는 실전 경험이 쌓이면서 느껴지는 것이지 어디에 이론처럼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통역과 번역은 모두 언어를 다루는 일이지만 상대방에게 전해지기까지의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그렇기에 완벽히 하고자 할 때 나의 메타인지가 고려하는 점도 다르다.


완벽한 통역의 핵심은 과한 자료 준비

통역과 번역의 완벽성 여부는 사용자의 만족감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통번역사 개인의 만족감도 필요하지만 통번역사 본인과 사용자의 만족도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완벽한 통역을 위해서는 남이 보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료 이해가 필요하다.

통역사가 통역 일정이 잡히고 통역을 실행하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자료를 확보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타고난 천재가 있는 반면, 노력형 천재도 있는 법이다. 노력형 천재가 타고난 천재를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사전 자료 준비뿐이다. 또 아무리 언어 천재라 해도 업계•분야별 이해가 없으면 통역을 못한다. 단어 하나하나는 들리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파악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한 자료 준비란?


받은 자료가 피피티 자료 파일 하나더라도, 그 자료에 쓰인 온갖 단어, 온갖 개념을 하나하나 파고드는 것이다.

XR(확장 현실)이라는 용어 하나를 보고 그저 중국어로 ‘扩展现实’ 하나를 덜렁 찾아놓는 것이 아니라, XR이라는 게 무슨 개념인지, 어디서 생겨났는지, 어디에 주로 활용되는지 등을 공부하는 것이다.

통역 중엔(특히 자유 발언이나 Q&A 세션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그렇다.


통역사는 아는 만큼 통역에 자신이 생긴다. 그 자신감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때 생긴다.

그러면 노트 테이킹이 저절로 함축적이게 되고, 쓰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완벽한 번역의 핵심은 과한 자기 의심

완벽한 번역 또한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번역본 독자에 의해 결정된다.

번역은 기록으로 결과물이 남기 때문에, 독자가 좀 더 엄격하게 결과물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독자에 따라 만족도도 다르긴 하다.

막상 통번역사에게 닥치는 긴장감으로 따진다면야 번역은 그렇게 긴장될 만한 것은 없다. 납기 안에서는 언제든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민할 시간도 넉넉하고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아니면, 원문을 쓴 사람에게 문의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나라는 인간이 그리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누누이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번역 속도에 물이 올라, 스스로도 번역이 술술 잘 된다고 느낄 때 더 주의해야 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붓에 먹을 묻혀 한 글자 한 글자 직접 쓰는 것이 아니기에, 언제 어디에 오타가 생길지 모른다.

심지어 초벌 번역을 마치고 감수를 할 때도 오타를 다 발견하지 못하기 일쑤다. 원문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는 당연히 이런 내용이겠지,  하고 넘겨짚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번역에서는 과한 사전 준비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어차피 매 순간 검색하고 찾아가며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알맞은 번역어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통역에서는 과한 자기 의심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심을 할 여유도 없거니와, 나를 의심하는 순간 내가 내뱉는 통역 자체에 확신이 없어서 듣는 사람이 알아차린다.

 

​비슷하지만 다른 통역과 번역, 그래도 이는 언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작업임은 분명하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