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쓰기 계정을 만든 지 3,127일 되는 날이다.
1,000번째 게시물을 올리는 날이기도 하네.
8년 전 봄, 나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나 살펴보니 내 방 사진과 함께 성경말씀 묵상 계정이라는 소개를 했다. 이 계정을 부지런히 사용하진 않았다. 쉴 땐 오래도록 쉬었고, 쓸 땐 매일 썼다. 어느 순간 나의 생각 기록이 되긴 했지만-
내 생각의 근원이, 내 마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골몰해 본다. 스스로 사유한다 여겼지만 내 것은 하나도 없다. 창조의 근원 되시는 분을 떠올린다.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을 때에도 쓸 수 있었던 이유가 나를 창조하시고, 키워가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걸 나는 확실히 안다.
창조적 계기의 자극, 흔히 영감이라고 한다. 사전에서 영감의 첫 번째 뜻은 ‘신령스러운 예감이나 느낌’이다. 내 영혼을 다스리시는 분이 허락하시는 순간이다. 그래서 스스로 잘난 척하고 싶어도 겸손하려고 한다. 스스로 호흡하는 것 같아도 내 의지는 전혀 관여되지 않듯 우리 영혼의 호흡 또한 마찬가지니까.
누군가는 힘이 된다 하고 위로가 된다 하고, 저장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쓰냐 묻기도 한다. 사실 잘 모른다. 나의 글은 오래된 마음과 가끔은 심연에서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순간의 스치는 마음을 적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가볍고도 찰나에 지나지 않은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나만의 생각으로 끝날 수 있는 끼적임이 타인의 마음에 닿으면 내 글은 생각의 부산물과 글자로 완성된 기록이 아니고 내 존재의 의미가 되니까. 지나가는 듯한 기록이라 돌아보면 이런 글을 썼나 싶기도 하다. 나조차 새로운 글을 읽는 기분이니까. 그럼에도 불면 흩어질 먼지 같은 생각조차 적어둔다.
영원히 남기에 나는 기록한다.
살아보지 못한 순간을 간접적으로라도 쓸 수 있고, 몇 초 만에도 감정이 뒤바뀌고, 어떤 순간은 내가 다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써 내려갈 수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을 가지고도 이렇게나마 쓴다면 앞으로 나의 생에 다가올 더 많은 탄식과 환희, 망설임과 결단, 무관심과 사랑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낼까.
애처롭기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가늠할 수 없는 인생 앞에 오만했음을 고백한다. 마음을 바꾸는 건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세상은 빛나는 눈과 마음으로도 살 수 있다. 그걸 자꾸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뿐이다.
한 달 남은 올해는 괜히 감성적이고 싶지 않아서 캐롤을 듣지 않았다. 어쩌면 내 마음엔 이미 끝나지 않는 캐롤이 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기쁨의 진동이 나를 매일 눈 뜨게 했을지도 모른다. 문 밖을 나서면 내일도 첫 발자국을 남기고픈 흰 눈처럼 새로움이 기다린다
오늘,
나를 쓰게 하시는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어 감사하고
무엇 하나 헛되지 않게 사용하시는
당신의 헤아림에 감사하다.
이제,
글을 읽는 너에게도
매일이 크리스마스이길 내가 바란다.
-2024년 12월 3일,
깊어지는 마음으로 쓴 천 번째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