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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명 Dec 15. 2024

둘만의 의논


천천히 걷고 싶어도 자꾸만 뒤에서 민다. 빨리 가라고. 그럴 땐 걸음을 그치고 그냥 멈추고 싶다. 세상은 자꾸 목소리를 내며 종용한다. 눈 한번 깜빡이면 바뀌는 세상인데 너도 같이 뛰어야 하지 않겠냐고. 사실, 온 힘을 다해 뒤에서 미는 힘을 이겨내는 게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우직하게 서서 견디는 고요한 즐거움을 아는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걸어야겠지. 걷지 않으면 굳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생은 움직이지 않으면 말라 비틀어진다.


걷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다리가 아닌, 마음에 더 힘을 주고 나를 달래며 걸어가야겠다. 여전히 나의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존재는 나와 그분일 테니 우리의 탐험은 둘만의 의논으로 이루어지겠지. 혼자 서 견뎌내는 고요한 즐거움보다 더 큰 기쁨이 기다리고 있길. 멈추고 싶었던 걸음을 다시 한번 더 내딛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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