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탈과 센티멘트
7월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공시가 있었다.
팬데믹으로 모두 하락을 예상했지만 기분 좋게 깨버린 것이다. 이를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한다. 그러나 이 날 주가는 -2.91% 빠졌다. 그리고 3일 연속 하락했다. 보통 어닝 서프라이즈는 호재다. 놓친 게 있다면 이게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곳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고, 주가는 미리 올라갔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직전 3 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뉴스를 보고 매수한 사람이라면 억울한 상황이다. 미리 알아서 오른 건 알겠는데 그래도 호재인데, 4일 연속 빠지는 건 너무하다. 하지만 시장은 감정이 없다. 물살을 못 본 사공의 잘못이지 바다는 잘못이 없다.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은 깔끔해서 인용하기 좋다.
제1원칙 :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제2원칙 : 절대로 제1원칙을 잊지 마라.
풀어서 이야기하면, 내가 산 가격보다 싸게 팔면 안 된다. 당연히 산 가격보다 싸게 팔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잃는 사람은 있다. 아니 많다. 모두 오른다고 판단해서 산 사람들이다. 좋은 소식을 들었거나, 나름의 기준을 통해서 잠재적인 가치를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투자다.
초보 운전자가 어려워하는 것이 차선 변경이다. 사이드 미러를 접고 차선 변경한다. 이게 묻지 마 투자다. 사이드 미러를 보니 괜찮아서 핸들을 꺾는다. 정보를 모아 보고 무슨 호재가 있는지 확인한다. 혹시 거짓말인가 조사해본다. 사실이다. 돈을 넣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사이드 미러에는 사각지대가 있다.(요즘은 센서가 있지만...) 그래서 숄더 체크를 하라고 배운다. 차선 변경 직전에 살짝 고개를 돌려 사각을 직접 보는 것이다. 투자에도 숄더 체크가 필요하다.
고개를 돌려서 체크할 사각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펀더멘탈과 센티멘트이다.
펀더멘탈은 그 대상의 실질적인 가치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예시를 들어보자. 펀더멘탈은 말 그래도 본연의 가치로, 해당 제품의 스펙이 될 것이다. 프로세스는 어떻고 디스플레이는 몇 인치고, 밝기는 수백 니트로 햇빛 아래서도 시인성이 좋고, 방수와 방진이 되어 거친 환경에서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센티멘트는 감성에 호소하는 무엇이다. 플러스(+)가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감성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아이폰이다.
그림을 보면 애플의 센티멘트는 플러스고, 엘지는 마이너스다.(예시입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애플은 비슷한 스펙을 가진 다른 핸드폰보다 비싸다. 애플도 자신의 제품에는 감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비싼 값에 판다. 소비자는 그 감성에 웃돈을 기꺼이 준다.
갑 : 낮은 메모리(램)를 가진 아이폰을 비싼 가격에 주고 사면 호구다.
을 : 소프트웨어 최적화가 좋아 실사용에 문제 없고, 무엇보다 예쁘니까 괜찮다.
전자는 펀더멘탈만 이야기했고, 후자는 센티멘트도 언급한 것이다. 실제 가격은 두 가지의 합이다. 부동산도 다르지 않다. 도로를 하나 두고 서초구와 동작구의 가격은 다르다.
[시장의 가격 = 펀더멘탈 + (+,-)센티멘트]
여기에서 센티멘트는 브랜드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차이점이 있다. 브랜드의 가치는 유행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트렌드가 되어 시대를 영위할 수 있다. 센티멘트는 단기적 유행에 가깝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고 간다. 심한 경우 집단 광기가 된다.
3의 법칙이 있다. 1~2명의 사람이 하늘을 향해 무언가 발견한 듯 손짓을 하며 바라보면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3명이 되면 다른 사람들도 뭐가 있나 확인하려 본다는 것이다. 그 뒤로는 도미노처럼 모든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 대상이 튤립이 되면 17세기의 튤립 투기가 되고, 21세기의 비트코인이 되면 광풍이 된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 우선주(삼성중공우, 010145)가 있다. 올해 6월 2일 종가 70,800원이었던 주가는 같은 달 19일에 최고 960,000원이 되었고 당일 종가는 592,000원으로 마쳤다. 초고를 작성하는 8월 24일 기준 종가는 374,500원이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가치에 수렴한다. 가파르게 오른 만큼 내려오는 속도도 대단하다.
글로 보면 어리석어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주변 비트코인으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최소한 한 다리 건너 들어보았을 것이다. 가격 변동의 높낮이만 다를 뿐, 투자에서 잃은 모든 사람이다.
이제 결론이다. 잃지 않는다는 것은 고점에서 사지 않는 것이다. 호재는 회사 펀더멘탈에 장기적으로 도움되는 형식의 것들이 많다. 예상보다 이익이 컸다. 신규 수주를 받았다. 재판에서 승소했다. 회사 명의 부동산이 올랐다. 신기술을 도입했다. 거짓이 아닌 진짜 호재를 듣고 투자를 한다면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1. 나만 알고 있다. 성공이다.(가능성 거의 없음)
2. 모두 알고 있지만 나만큼 그 파급력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생각보다 상승폭이 적다.(힘들지만 가능은 하다. 특히 부동산에서는)
3. 모두 알고 가격도 적당히 올랐다. 추가 상승은 없다.
4. 모두 알고 있고 가격이 오른다. 계속 오르고 앞으로도 오를 것 같다. 이 흐름에 몸을 맡긴다.(이미 센티멘트 상 고평가 구간일 확률 높음)
4번쯤 되면 그건 호재가 아니라 미끼다. 호재에 사기 전에 기존에 거래된 가격들을 보자. 주식의 차트 및 동종 업계의 가격 변화의 흐름이고 부동산이라면 실거래가 및 같은 동네 그리고 여유가 되면 주변 동네까지 말이다.
사기 전에 숄더 체크를 하자. 현재 가격에 센티멘트가 어디까지 반영되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자.
가볍게 유튜브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적습니다.
가장 대중적인 펀더멘탈과 센티멘트의 비유는 '강아지 산책 이론'입니다. 달걀 모형으로 유명한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 두 관계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습니다.
주인(진짜 가치)은 한 방향으로 걷지만 강아지(주가)는 주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너무 가면 다시 돌아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인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오고 가는 강아지의 발자국을 보고 주인의 위치를 짐작할 뿐입니다.
사후의 해석이겠지만, 삼성전자의 차트를 보면 7월 7일을 전후로 3일간 올랐다 내린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강아지가 잠시 갔다 온 것처럼요.(검은선은 5일 이동평균선으로 주가보다는 주인의 위치에 가깝습니다)
설명은 주식이지만 모든 투자자산의 진짜 가치(주인)와 가격(강아지)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저 역시 한 명의 개인투자자로서 저점에서 사라는 소리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고점에서 잡지 않으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에 경제 포스팅을 하는 쌤정입니다^^
투자가 의무가 된 요즘, 쉽고 재미있게 금융을 읽을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 곳에서 바라보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하나의 이론만 가지고 접근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포스팅에 하나의 이슈, 하나의 이론을 소개하고 두 가지를 연결하는 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회차가 쌓여가면서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