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의 가격 탄력성
투자의 귀재, 오바마의 현인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이 90세를 맞이했다. 이에 빌 게이츠는 그가 좋아하는 오레오를 사용한 케이크를 직접 만드는 영상을 올리며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둘의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1991년 빌 게이츠는 컴퓨터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버핏에게 컴퓨터를 살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은 모험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버핏은 그에게 컴퓨터가 사람들이 껌을 씹는 것을 바꿀 수 있을지 물었고, 빌 게이츠는 그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사람들이 껌을 씹는 쪽에 투자를 할 거라고 했다.
이 일화에는 버핏의 투자 철학이 담겨있다. 컴퓨터의 비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제외하고도 세상에는 수많은 사업과 투자 기회가 있다. 굳이 모르는 분야보다는 잘 알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잘 아는 분야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편이 더 수월하다.
그래서 그는 IT, 테크, 바이오와 같은 분야는 보지 않았다. 초등학생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를 찾았다.
그런 버핏의 전체 포트폴리오에 40%를 차지하는 건 애플이다(?).
버핏은 2016년 5월 1,000만 주를 시작으로 꾸준히 애플을 담아왔다. 그 결과 올해 코로나 19 속에서 항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손해가 있었음에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던 투자 철학과는 거리가 먼 애플을 담은 것을 두고 뒷말도 많다.
버핏은 자신의 철학을 꺾었나? 아니면 세상의 변화에 유연해졌나? 개인적으로 둘 다 아니라고 본다. 버핏이 변한 게 아니라 애플이 변했다.
어떻게 변했는지 재화의 특성을 나누는 특성으로 가격 탄력성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
가격이 변할 때 수요와 공급이 얼마큼 움직이냐는 뜻이다. 재화는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탄력적이거나, 비탄력적이다. (단위 탄력적이라고 정확하게 1:1의 정비례하는 관계도 있지만 이론적인 개념이라 예시는 없습니다)
ㅇ 수요에 탄력적
-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크게 줄어든다(환타 가격이 오름, 장바구니에 사이다나 미린다 따위를 담음)
-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크게 늘어난다(환타 가격이 내림, 사이다 먹을 사람들도 환타 사감)
ㅇ 수요에 비탄력적
- 가격이 올라도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음(가솔린 값이 오름, 주유등 떴는데 안 넣을 수는 없음, 가득 넣던 거 3만 원 주유함, 너무 오르면 경유차나 전기차로 바꿀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
- 가격이 내려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음(가솔린 값이 내림, 다시 가득 주유, 드럼통에 사서 집에 쟁여놓지는 않음)
ㅇ 공급에 탄력적
-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크게 늘어남(공산품, 가격이 오르면 공장 풀가동)
- 가격이 내리면 공급도 크게 줄어듬(공산품, 가격이 내려가면 기계가 쉬더라도 직원들 내보냄)
ㅇ 공급에 비탄력적
- 가격이 올라도 공급은 크게 늘리지 못함(농산물, 1년 농사 바로 늘릴 수 없음)
- 가격이 내려도 공급을 줄이지 못함(농산물, 자란 농산물을 갈아엎기는 힘들다. 간혹 그러기도 하지만)
애플의 공급 탄력성은 공산품이기 때문에 가격에 탄력적이다. 차이점은 수요의 탄력성에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의 유무 / 시장의 범위
-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많으면 탄력적이다. 아이폰은 다른 스마트폰들과 대체할 수 있다.
- 하지만 iOS를 가진 스마트폰으로 시장의 범위를 줄이면 매우 비탄력적이다.
필수품과 사치품(명품 아니고, 덜 생활 필수적이라는 의미)의 성격
- 필수품은 비탄력적이다. 의료서비스는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캠핑카는 비싸면 구매를 미룬다.
- 아이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절반이 넘는다. 유치원부터 고등교육까지 교육 프로그램과 기기를 지원한다. 친구들과 iMessage, FaceTime을 쓰기 위한 필수품이다.
시간의 범위
- 시간이 길어질수록 탄력적으로 변한다. 휘발유가 비싸지고 시간이 지나면 경유차, 전기차를 산다
- 애플에 딱 맞는 예시가 떠오르지 않아서 중립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이폰을 스마트폰으로, 맥북을 노트북으로 생각하면 수많은 대체재가 있다. 하지만 iOS 스마트폰, MacOS를 쓰는 노트북으로 범위를 좁히면, 애플의 제품은 대체재가 없는 독점상품이다.
미국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59.33%로 10대 중 6대가 아이폰이다. 친구들에게 파랑풍선 메시지(애플끼리는 파랑, 타사는 초록)를 보내고 FaceTime으로 통화하며 동질감을 얻고, 교내 협업(학교에 아이패드 및 맥북 비치)을 하려면 애플이 낫다. 미국에서 이제 필수품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애플의 제품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다. 비탄력적이다. 가격이 올라도 애플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애플이 백만 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금은 옵션 추가하면 200만 원이 넘는다.
다른 명품들이 비싸서 팔리는 과시효과에 기인한 고가 정책이라면, 애플은 다르다. 소프트웨어에 독점적이고 미국 내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고가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비싼 명품 가전회사였다면 버핏은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이런 고가 정책은 과시효과를 얻는 데도 성공했다.)
앞선 일화로 돌아가 보자. 버핏은 물었다. 컴퓨터가 사람들이 껌을 씹는 것을 바꿀 수 있는지 말이다. 애플에 투자한 버핏이 우리에게 묻는다. (특히 미국) 사람들이 애플을 쓰는 걸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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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런치에 경제 포스팅을 하는 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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