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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an 11. 2024

첫 아이가 입대하던 날

위문편지

 J야, 안녕?

 멀고 낯선 장소에 너를 내려 두고 돌아오는 일이 결코 처음은 아닌데, 엄마는 그날 유독 목이 메었어. 네가 들어가는 곳이 겨울방학 캠프도, 기숙 학원도 아닌, ‘군대’라는 특수한 곳이어서 그랬을 테지?      


 네가 빡빡이 머리를 한 것도 처음은 아닌데, 개구쟁이 아이 때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웃었지만, 마음이 꽤 착잡하더라. 요 며칠 엄마에게 더 다정다감해진 너와, 입소 시간을 앞두고 훈련소 근처에서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지. 너의 손을 붙잡고,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니 들어가서 힘들고 속상한 일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너는 잘 해낼 거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지금 엄마는 도통 괜찮아지지가 않네.   

  

 ‘공군훈련소’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검색해 봤는지, 요즘 엄마 핸드폰에는 연관 검색어로 계속 떠오르고 있어. 어떤 블로그에서 훈련소 앞에 가면 입대 당사자만 차에서 내려야한다고, 갑작스러운 이별에 당황할 수 있다는 글을 미리 보고 갔는데도, 역시나 직접 그 상황에 닥치니 놀라고 당황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더라. 황망너만 내려주고 차를 돌려 나오는데, 입구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보였고, 그래서 엄마는 얼른 차에서 내렸지. 마지막으로 한 번 제대로 인사하고 너를 보내고 싶었으니까. 네가 그대로 들어가 버릴까 봐, 얼른 전화부터 했어.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하면서 달려가는데, 어찌나 마음이 급하던지. 시간이 다 되어 버릴까 걱정되고, 네가 낯선 이곳에서 사람들 가운데 혼자 길게 서 있게 하고 싶지 않아서, 조바심 내며 뛰는 엄마를 네가 먼저 발견하고 붙들었지. 환히 웃으며, 당겨 안아 주었지.  좋더라.

    

 J야, 아장아장 걷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네가 벌써 어른이 되어서 군대에 가다니, 엄마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그래서 훈련소 문 앞에서도 생각보다는 담담히,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며 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너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데, 할머니가 전화를 거셨어. 가 너를 보내고 괜찮은지, 걱정하시는 목소리를 들으니, 잠깐 울컥하긴 했어. 엄마에게도 엄마 목소리는 늘 눈물 버튼이니까 말이야. 그래도 잘 참아내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난 아무렇지 않다고 꾹꾹 눌러 말했어. 네가 엄마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속상한 일 있어도 표현 잘 안 하는 건, 사실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거란 거, 너도 알까?


 너를 보낸 다음 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어. 아침부터 내린 눈을 사박사박, 소리 내어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꽈배기 사 갈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습관이 무섭지? 가끔 너랑 도서관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뭐 사줄까?’ 물으면 너는 늘 꽈배기나 붕어빵을 말하곤 했잖아. 그래서 혼자 도서관에 와도 가끔 너한테 사다 주곤 했는데, 이제는 네가 집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더라. 다시 터벅터벅 혼자 한참을 걸어서 농협에 들렀어. 저녁 찬거리를 사려는데, 희고 둥근 무가 눈에 띄었지. 무가 아주 잘 생겼네, 나박나박 썰어서 뭇국 끓이면 우리 J가 좋아할 텐데, 하는 생각이 또 들더라. 엄마 참 주책이지? 꽈배기 하나에, 무 하나에 네가 곁에 없는 게 실감이 나다니 말이야. 엄마 그날 혼자 울면서 웃었어.      


 J야, 너는 엄마의 첫아이이자 첫사랑이란다. 알지?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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