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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배우 Apr 08. 2022

인생의 벽을 만났을 때, 장애물 메모장

"열심"이 모두 결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ep17

© Pub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무언가를 해나갈 때, 한 번씩 벽에 막혀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이 벽은 절대로 넘어서지 못할 거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러한 순간이 있다. 그러한 순간에 나의 생각은 부정적인 늪에 빠져버린다. 이 벽 때문에 다른 벽들도 나의 마음에 차오른다. 작은 벽은 부정의 늪에서 점점 더 커지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 같은 생각이 올라온다.


쉽지 않은 인생이다. 잘되지 않은 시간들 속에서 "무조건 잘 될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정신 승리를 하는 것은 자기를 갉아먹는 짓이다. 잘되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는 왜 그러한지 파고들어야 하는데, 방법은 바꾸지 않으면서 무조건 해낼 수 있다 생각하면 삶은 더 어려워진다. 그러한 시간 속에 갇힐 때, 좀 더 나를 객관화 시킬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글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나도 숨이 턱턱 막힌다. 시나리오가 잘 나오지 않을 뿐인데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이 확장되는 걸 경험했다. 물론, 지금 또 생계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는 마음이 들쑥날쑥한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통제하려고 해도 잘되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을 더 써야 하는 것일까? 내버려 둬야 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회복이 됐다. 나를 강력하게 괴롭히던 생각은 점차 수그러든다. 그런 경험을 하다가 조금 괜찮아지면서 문득 이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장애물 메모장이란 걸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이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글로 정리해놓는다면 다음에 이러한 어려움을 만났을 때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장애물 메모장" 이름이 귀엽다. 내가 왜 어려운 마음을 만났을까? 왜 그러한 생각들이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올라왔을까? 그래서 나를 괴롭혔을까? 생각을 하고, 글로 써 내려가고, 정리를 해놓으면 한 결 마음이 괜찮아진다. 막연한 건 잡히지 않아서 싸울 수가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문제로 정의 내리면 해결할 수 있다.


나는 "두려움"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기한 내에 작성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시나리오를 완성한다고 하더라도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생계도 이어가기 힘든데, 돈이 하나도 안 되는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에너지를 마련할 수 있을까? 지금 돈을 벌기 위한 사업 준비로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사실 두려움은 의심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의심 때문에 두려워했다. 그렇다면 의심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의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좋은 의심과 나쁜 의심. 좋은 의심은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고 미리 있을 사고를 예방하게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대비할 수 있게 한다. 나쁜 의심은 의심이 나를 사로잡아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둘 다 힘이 든다. 좋은 의심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나쁜 의심은 퇴보를 위해 존재한다.


의심이란 걸 알았으니, 잠시 의심을 내려놓는다. 지금 나에게 의심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걱정과 불안 또한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은 "완성할 수 있다."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한다.


장애물 메모장을 쓰면서 이번에 내가 힘들어했던 이유는 "두려움" 그런데 그 두려움은 "의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려움은 점차 확장되어 나의 생계에 대한 공포로까지 이어졌다. 이젠 알았으니 됐다. 다음에 또 이러한 마음이 올라올 때는 이 장애물 메모장을 들여다보면 된다.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을 할 것이고, 수많은 벽에 직면할 것이다. 벽을 만났을 때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속해서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거기서 그만두는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선택지다.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이다. 어려움은 그걸 극복했을 때 성장을 가져다준다. 앞으로도 난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살아간다. 내일은 내가 한 번도 살아보지 못 한 날이다. 그러한 날들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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