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는 언제나 도전
언더독.
주인공 뭉치를 더빙한 도경수 배우와 제법 닮은 뭉치의 얼굴을 보고,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진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보고 이 영화는 내리기 전에 얼른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지.
최근 <개는 훌륭하다>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반려견이 우리 생활에서 정말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분리 불안을 앓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갖는 등 각 각의 반려견마다 스토리가 있다.
바로 그런 개들의 스토리가 <언더독>에 있다.
도경수 배우를 좋아해서 이 영화는 꼭 막 내리기 전에 보겠다는 굳은 의지도 있었지만, 한국의 애니메이션이 흥하길 바라는 마음과 관심도 적지 않았다.
이 영화는 '버려진 강아지' 뭉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가정에서 잘 지내다가 갑자기 버려져 도둑 개의 삶을 살게 된 뭉치는 처음에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막무가내로 반항하고 또 수용하는, 다른 모든 극에서 나오는 상실의 5단계를 거쳐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아마도 버리는 인간 입장에서 몰랐던 버려진 개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반려 동물에 대한 공감력을 형성해가는 유아동기에 보기 좋다. 서사도 감동도 재미도 있어서 어른이 보기에도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애니메이션만이 가지는 아주 좋은 점에서는 아쉽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내가 아주 어렸을 때'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저 그 시절로 바로 타임머신 타고 데려가버리는 듯한 몰입도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디즈니나 지브리의 알록달록한, 혹은 몽환적인 분위기로의 몰입 말이다.
실사 영화편에서도 있을 수 있는 것을, 개의 삶으로, 그리고 사람이 나오는 영상이 아닌 그림으로 옮겨놓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각각의 캐릭터를 쓰는 방법 또한 주연을 중심으로 곁가지의 조연들이 감초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슷했다.
그래도 영화는 좋았다. 서라운드로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
따뜻한 감성도, 문제의식도 말이다.
어쩌면 바로 위에 적은 약간의 아쉬움이 곧 한국형 애니메이션이 가질 강점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요소를 직접적으로 가져와 활용하는 현장감 말이다. 해내지 못할 리 없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진 작품이 꾸준히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작년에 본 영화를 비가 많이 온 어느 날, 도경수를 떠올리다가 남겨보았다.
내일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