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산은 금산이다. 누군가 남해의 해안을 따라 여행을 하면 아름다운 남쪽 해안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떠난 여행이었다. 반도의 남쪽 끝에 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이끌렸던 것 같다. 남해에 도착한 우리는 자전거로 남해안 로드 트립을 시도했으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빌린 고물 자전거로는 무리였다. 아슬아슬 차들을 피해 달리다가 이대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아, 터덜터덜 단념하고 돌아온 첫째 날이었다.
오히려 남해의 다도해는 금산 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다를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그런 등산이었다. 가을의 금산은 단풍으로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고, 바다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오전의 물안개가 단풍을 한 겹 덮는 모습이 정말 비단처럼 고운 질감을 내는 것이었다. 물안개는 단풍뿐 아니라 바다와 산과 섬들을 덮고 있었다. 금산을 오르는 길은 바다 위에 있는지 구름 위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풍경의 연속이었다.
+ 금산에는 금산 산장이라는 산장이 하나 있는데, 그 산장에는 라면과 부침개를 판다. 예상하겠지만,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는 라면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