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사랑한 후 만난 세계 (1)
사람의 표정을 자주 살피는 버릇이 있는 나는 요거트를 사랑하게 되면서 강아지의 표정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웃는 얼굴, 삐진 표정, 겁먹은 얼굴, 확인을 요구하는 눈빛 등등. 강아지들도 사람이 갖는 대부분의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들을 표정으로 표현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웃는 얼굴도 기대하는 얼굴, 평온히 미소짓는 얼굴, 신나서 흥분할 정도의 기쁜 얼굴이 모두 다르다. 표정 뿐만이 아니다. 숨소리로도 요거트의 기분을 분별할 수 있다. 한숨소리, 분한 숨소리, 으르렁 거리는 소리, 모두 다르다. 요거트가 갖는 다양한 감정이 모두 너무 어여쁘고 사랑스럽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걸 요거트를 만나기 전까진 몰랐다. 어릴 적 강아지를 여럿 키워 봤으면서도 평온해 만족스럽게 짓던 그들의 그 미소가 미소인 줄 몰랐고 기쁨의 표현임을 몰랐다. 사랑하면 관심이 간다. 요거트의 표정에 내 표정이 변하고, 그녀의 감정이 내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된다. 요거트를 사랑하는 일은 내가 계획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 알 수 없이 사랑이 점점 깊어지고, 사랑은 강제로 서로에 대해 알게 했다. 너는 지금 기쁘구나, 너는 이게 싫구나, 너는 이럴 때 슬프고 무섭구나. 알고 난 후엔 더 이상 그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러다 한번 씩은 '어릴 때도 어렴풋이 그들의 감정과 표정을 알고 있었지만 외면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요거트를 만나기 전 만났던 강아지들, 그들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책임질 자신이 없었던게 아니었을까. 약한 내가 그들의 감정을 알고도 강하게 지켜내지 못함이, 그렇게 마주할 무력감이 두려웠던건 아니었을까. 강아지를 사랑하며 내가 외면해 오던 것들을 마주하는 일이 늘어간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그저 내가 편하다는 이유로 없는 것처럼 외면해 오지는 않았을까 자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