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이 되면 멕시코는 주황색으로 물든다. 집들과 상점을 비롯해 거리 곳곳마다 셈파수칠 (Cempasuchil)이라 불리는 꽃들로 장식되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 그리고 앙헬 거리에는 꽃잎이 풍성한 이 주황색 꽃을 만날 수 있다.
멕시코가 셈파수칠로 물드는 이유는 죽은 자의 날 때문이다.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은 디즈니 영화 코코를 보신 분들이라면 좀 더 친숙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듯, 예전 멕시코에 사람들은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를 죽은 사람들이 잠시 세상에 돌아오는 날로 여겼다. 이때 사람들은 죽은자의 사진이 담긴 제단을 만들고 망자의 빵 (Pan de Muerto), 해골 모양 사탕을 올려놓는다. 또 제단에 주황색 셈파수칠 꽃을 빼놓지 않는다. 죽은 사람들이 꽃 냄새를 맡고 이승으로 돌아오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셈파수칠 꽃을 삶과 죽음을 의미하는 꽃으로 부르기도 했다.
10월 말이 되면 멕시코 전역에선 셈파수칠 꽃과 해골 장식을 볼 수 있다. 도로에는 꽃을 가득 실은 트럭이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멕시코에서는 셈파수칠로 유명한 곳이 여럿 있지만, 아무래도 푸에블라에 있는 촐룰라 (Cholula)를 빼놓을 수 없다. 참고로 촐룰라와 더불어 근처 아틀릭스코 지역은 멕시코에서 셈파수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두 시간 반, 푸에블라 도심에서 30분 떨어진 촐룰라는 유명한 멕시코의 마법의 마을 중 하나다. 10월 말에는 주황색으로 뒤덮인 꽃밭에서 해골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촐룰라는 날씨가 일 년 내내 좋아 언제 방문해도 좋지만, 셈파수칠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죽은 자의 날 시즌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을 수 있다.
촐룰라는 이렇게 셈파수칠로 유명하지만, 사실 세계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피라미드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촐룰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이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노란색 성당인데, 사실 이는 언덕이 아닌 피라미드 위에 세워진 것이다.
과거 촐룰라는 멕시코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 국가 중 하나였다. 아스텍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제국을 세우기 전 그곳에 살던 톨텍-치치메카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거주하면서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던 바람과 풍요의 신 켓차코아틀 신을 섬기기 위해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사제를 비롯한 엘리트 계층 사람들이 그곳에서 종교의식을 행했다. 거대한 피라미드 주변에는 크고 작은 신전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훗날 스페인 출신의 베르날 디아즈 카스티요는 자신의 저서에 ”촐룰라는 수 백개의 신전이 있을 만큼 굉장한 도시였다 “라고 기록했다.
멕시코의 많은 도시 국가가 그러했듯이, 촐룰라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모습이 180도 뒤바뀌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촐룰라의 거대한 피라미드를 비롯한 신전을 본 뒤 그곳이 원주민들이 믿는 종교 중심지라 짐작했고, 곧이어 신전을 부수고 그 위에 교회를 지었다. 참고로 이 작업을 진행한 건 그 유명한 에르난 코르테스였다. 피라미드 위에 우뚝 솟아있는 노란색의 레메디오스 성당도 이때 지어진 것으로, 원주민들의 종교적 믿음을 지우고 가톨릭교를 전파시키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때 하도 많은 교회가 지어지면서 멕시코엔 "촐룰라에는 365개나 되는 교회가 있다"라는 이야기가 생겨났다. 비록 정말 365개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70여 개의 크고 작은 교회가 있다고 한다), 당시 스페인 사람들이 그만큼 많은 교회를 지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