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죽은 자의 날을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멕시코시티, 와하카, 과나후아토가 대표적이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한 곳 더 있다. 바로 팟스쿠아로 (Patzcuaro)다.
팟스쿠아로는 미초아칸 주에 있는 마법의 마을이다. 멕시코에서 버스를 타고 네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하얀색 벽과 갈색 지붕으로 칠해진 집이 골목 곳곳마다 늘어져있다. 식민지 풍 느낌의 마을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집의 색을 하나로 맞추자고 동의했다는데, 덕분에 자갈길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모습을 간직하게 됐다.
팟스쿠아로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지만, 10월 말이 되면 사람들이 유독 더 붐빈다. 앞선 촐룰라 편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이때가 바로 멕시코에서 가장 큰 명절인 죽은 자의 날이기 때문이다. 10월 말이 되면 팟스쿠아로 도시 중심에는 죽은 자의 날에 필요한 물건들을 파는 장이 아침부터 열리고, 설탕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해골부터 촛불, 피카도 (해골 모양의 깃발)가 늘어져 있다. 또 중앙에 있는 공원엔 셈파수칠로 가득 채워진 분수대와 조각상이 있고, 마을 시청 앞에는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전통 춤과 노래를 하는 무대가 열려 축제 분위기를 한 껏 더 끌어올린다.
팟스쿠아로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죽은 자의 날로 유명한 이유는 뭘까? 정답은 이 지역에 살던 푸레파차 (Purepacha) 원주민들과 관련이 있다. 푸레파차 원주민들은 팟스쿠아로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트신트순트탄을 중심으로 살던 원주민들로, 지금의 미초아칸 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사람들이었다. 푸레파차족은 도자기와 청동을 이용한 각종 공예품을 다른 지역에 수출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또 워낙 전쟁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부족이기도 했다. 이런 성향 덕분에 16세기초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곳을 침략했을 때도, 푸레파차 사람들은 스페인 군대를 상대로 끝까지 맞서 싸운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식민지 시대가 되면서 스페인의 영향력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지만, 푸레파차족은 스페인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치성을 인정받으며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올 수 있었다고 한다.
죽은 자의 날은 푸레파차 사람들이 지켜낸 고유한 전통 중 하나였다. 비록 스페인의 가톨릭 문화와 섞였다고 해도 팟스쿠아로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팟스쿠아로 호수에 있는 하닛지오 (Janitzio) 섬에서는 11월 1일 특별한 광경이 펼쳐진다. 밤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호수에서만 쓰는 길고 가느다란 배에 촛불을 띄어 보내는데, 조그마한 빛들이 물 위에 띄어져 장관을 이룬다. 참고로 이때 희미한 촛불 빛은 죽은 자들이 이승의 가족들을 잘 찾아올 수 있게끔 도와주는 가이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죽은 자의 날 축제 기간 동안 섬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와있는 착각을 느낀다. 높이 40미터의 독립 영웅 모렐로스의 동상이 인상적으로 서 있는 하닛지오에는 죽은 자의 날이 되면 크고 작은 제단이 만들어져 있고, 그 옆으로 셈파수칠 꽃이 놓여 있다. 마을 사람들은 섬에 있는 조그만 교회를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교회 문 앞에 모여 죽은 자들이 들어오도록 3미터는 훌쩍 넘는 꽃으로 장식된 문을 세운다. 또 호수가 훤히 보이는 공동묘지에는 가족들이 남긴 촛불과 꽃, 죽은 자의 빵과 같은 각종 물건들로 뒤덮이는데, 죽음을 자신들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기념하는 멕시코 사람들만의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