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바로 밑에는 모렐로스 주가 위치해 있다. 멕시코의 독립을 이끈 호세 마리아 모렐로스 (Jose Maria Morelos)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으로, 멕시코 32개 주 중 2번째로 가장 면적이 작다. 모렐로스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쿠에르나바카 (Cuernavaca)인데, 스페인 출신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살았던 코르테스 궁전 (Palacio de Cortés)으로 유명하다.
쿠에르나바카에서 버스로 30분 떨어진 곳엔 모렐로스를 대표하는 마법의 마을이 있다. 바로 테포스틀란 (Tepotzlan)이다. 참고로 멕시코에는 유독 '-틀란' (-tlan)으로 끝나는 도시가 많다. 테지우틀란, 토마틀란, 테오티틀란이 있고, 고대 아스텍 제국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도 마찬가지다. 틀란은 원주민이 사용하던 나와틀어로 마을을 뜻한다. 영국에선 버밍햄, 노팅엄 같은 많은 도시들이 -ham으로 끝나듯이, 멕시코에선 유독 틀란이란 이름이 쓰이는 것이다.
테포스틀이란 이름의 유래는 아스텍 문명과 관련이 있다. 아스텍 사람들은 여러 신을 숭배하는 다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엔 멕시코 술인 풀케와 농경, 풍요를 상징하는 테포스테카틀 (Tepoztecatl)이 있었다. 테포스틀란 마을은 결국 테포스테카틀과 틀란 (-tlan)이 합쳐져 테포스테카틀 신의 마을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테포스테카틀 신의 이름을 딴 만큼, 테포스틀란엔 여전히 그와 관련된 흔적이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테포스테코 신전이다. 이 신전의 특징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정상에 있다는 점이다. 다만 마을 밑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한 곳에 숨겨져있다. 신전에 가려면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산 입구에서 출발해 30-40분이면 올라갈 수 있지만, 가는 길이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4층으로 되어 있는 네모난 피라미드 모양의 신전과 테포스틀란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참고로 아스텍 사람들이 산 정상에 피라미드를 세운건 종교적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과거 고대 문화에서 산 정상 같은 고지는 신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다. 정상에 신전을 세움으로써 땅과 영적 세계 간의 연결되었음을 알린 것이었다.
테포스틀란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는 ‘테포스테카틀 전설’이 있다. 테포스테카틀은 원래 틀라위카(Tlahuicas) 부족 왕의 딸과 빨간 새로 변신한 바람의 신 에헤카틀 (Ehecatl)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하지만 딸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가진 것에 대해 분노한 왕은 테포스테카틀을 산에 내다 버렸다. 다행히 마침 길을 지나던 노부부가 그를 발견해 키우게 됐고, 테포스테카틀은 신의 피를 이어받은 덕분인지 용맹하고 비범한 능력을 가진 사내로 성장했다.
시간이 흐른 뒤, 테포스테카틀은 자신의 용맹함을 떨칠 기회를 얻었다. 테포스틀란 근처에는 소치칼카틀 (Xochicálcatl)이라는 뱀 형상을 한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가 괴물의 제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테포스테칼은 스스로 나서 뱀과 싸웠고, 혈투 끝에 검은 요석칼로 뱀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는 산 정상으로 올라가 마을 사람들에게 승리를 알렸는데, 훗날 이를 기리기 위해 신전이 만들어지게 됐다.
테포스틀란은 1년 내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2월 말이 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그 이유는 마을의 가장 큰 축제인 카니발이 열리기 때문이다. 테포스틀란 카니발은 특히 치넬로 (Chinelo)라는 가면을 쓴 무리들이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치넬로 춤꾼들은 수염이 길쭉한 가면과 긴 망토 복장을 하고 춤을 추는데, 이는 식민지 시대 유럽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비꼬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