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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sungkyung Jul 04. 2022

누나가 결혼한다

누나의 결혼

 내일 아니 자정이 넘었으니 정확히 오늘, 평생 혼자 지낼 것 같던 누나가 결혼을 한다. 30년 넘게 남매로 누나랑 함께 해온 시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누나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기쁘고 슬픈 감정이 아닌 잘 느껴지지 않는 덤덤한 감정의 상태가 오늘 하루 계속됐다.


 누나는 오늘 과연 행복하기만 했을까? 매번 친구 혹은 지인 결혼식장에만 다니며 나 또는 우리 가족에게도 언젠간 치러야 할 인생의 큰 숙제 같은 행사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쳤었다. 사실 그 숙제는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만 생각하며 지내기도 했었다.


 할머니 칠순잔치 때는 말 그대로 잔치의 느낌이 더 컸다면 누나의 결혼식은 기쁘고 슬픈 기분을 떠나 이별(?) 분리(?)의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이별도 기쁘고 슬플 수 있지만. 여하튼 그렇다. 그동안 자라면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지내왔던 것 같은데 누나가 결혼을 결정한 후에도 나는 누나에게 청첩장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전해 듣고 결혼식 전 날까지 예식 시간을 알지 못했다. 뭔가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 섭섭하진 않았다. 살면서 한 번도 누나와 다툰 적이 없던 것 같다. 다투고 싶었던 적도 없고 다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다 누나가 착해서다. 너무 착해서 누난 그동안 힘들게 지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누나가 바보 같고 싫었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 가족 곁을 떠나 또 다른 가정에서 안정을 찾고 행복한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여자라는 이유로 누나는 할머니 잔소리도 많이 듣고 자랐었다. 내가 동생이라는 이유로 섭섭한 감정도 참아가며 지내온 날들이 성인이 된 지금으로서 어떤 성격의 결핍으로 나타나 살아가는데 스스로를 피로하게 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람과 함께 그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며 누나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은 할머니도 누나의 결혼을 축복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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