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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철환 Feb 17. 2017

미래 교육과 메이커 교육

(1) 도전 받는 교육 패러다임

(1) 도전 받는 교육 패러다임


"현재 초등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이는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Future of Jobs) 보고서'에서 나온 진단이다. 이 보고서는 2020년까지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산술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순감소한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팅, IoT, 자율주행차량, 나노 및 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일시적인 경기의 호황과 불황에 따른 취업 문제가 아닌, 산업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자칫 암울하게 느껴지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스탠포드대학교 교수이자 유명한 인공지능 학자인 제리 카플란은 그의 책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미래 인공지능 사회에서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소멸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준비의 핵심은 바로 교육이다. 없어지는 일자리의 개수는 상수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창의적인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질 일자리의 개수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WEF의 보고서에서도 미래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 간담회에서 도발적인 화두를 던졌다.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이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 없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교육 내용으로 여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지식을 전달해주기 때문에, 교사에게 배우는 교육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시각으로 한국의 교육을 바라보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라는 말이 너무나 생경하고 허망한 구호처럼 느껴진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우리의 교육을 콕 찝어서 이렇게 비판했다.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시작해 밤늦게 끝나는 지금 한국의 교육 제도는 산업화 시대의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즉, 미래에는 그다지 쓸모 없는 것들을 정말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죽을 힘을 다해 산에 올랐는데, "이 산이 아니었구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무조건 암울하다고 진단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판단이다. 조금 아이러니컬하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라는 지표가 있다. 이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최근 몇 년간 순위가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읽기, 수학, 과학 등의 항목에서 70여 개 평가 대상 국가들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국제적인 학업 성취도 평가 지표인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발표한 'IEA 학업성취도(TIMSS)'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러나 정성적인 평가 항목인 자신감, 흥미, 가치 인식 등의 측정 결과는 국제 평균 보다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우리 아이들은 자신감이나 흥미, 동기부여가 부족한 채 그냥 주어진 문제만 잘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적으로 가장 우수하지만, 정서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이 아이들을 우리 교육이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도 결국은 다시 교육에서 해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2) 메이커 교육의 의미와 가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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