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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철환 Feb 23. 2017

미래 교육과 메이커 교육

(3) 미래를 위한 메이커 교육

(1) 도전 받는 교육 패러다임

(2) 메이커 교육의 의미와 가치


(3) 미래를 위한 메이커 교육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통해 외우기만 하는 학습 방법은 의미가 없다.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서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만들어내는 '담대한 지혜'를 길러줘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 너무나 간과했던, 아니 알고도 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대학교가 진행 중인 재미있는 수업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이 학교에서 작년에 처음 개설한 '창의적 제품 개발' 수업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직접 찾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시제품 까지 만들어보게 한다. 학생들이 학점에 비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수업임에도 다른 수업들에 비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특히, 이 수업에 참여해서 공기 청정 오토바이 헬멧을 개발한 3학년 학생이 "이런 수업을 중고등학교 때 부터 받았으면 진짜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인터뷰했던 내용은 우리 교육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이런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만드는 즐거움을 선물해주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 바로 '메이커버스'였다. 메이커버스는 3D 프린터, 만들기 도구, 강사를 태운 버스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일일 메이킹 워크샵'이다. 2015년 4월에 시작한 메이커버스는 지금 까지 100여 곳의 학교 및 기관을 방문해서 3,000여 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메이킹 워크샵을 선물하고, 과학기자재 예산이 부족한 학교에 50대의 3D 프린터를 무상으로 지원했으며, 18회의 연수를 통해 290여 명의 교사들을 교육했다. 메이커버스 워크샵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이 상상한 것들을 디지털 세계의 현실로 만들고, 이를 다시 물리적 세계의 실체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는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2~3시간을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수도 없이 지켜봤다. 그만큼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내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메이커버스팀은 이런 디지털 시대의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아이들은 메이커로서의 DNA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최근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앞다투어 소개하는 언론에서 하나의 플로우 차트 같은 스토리를 보게 된다. 제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인공지능과 로봇이 급부상하게 되고, 이런 기술 혁신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 것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간만의 역량을 더욱 계발해야 하는데, 결국 이를 해결하는 길은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큰 틀에서 부정하기는 어렵다. 기계와 프로그램이 더 인간화되는 시대, 그래서 이들과 공존해야 하는 시대를 우리 아이들이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더 인간다워진다면, 인간은 더 인간다운 영역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수집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영역에서 알파고나 왓슨과 경쟁할 수 있을까? 인간은 기술이 어설프게 흉내 내려고 하는 창조성을 더 훈련하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제 걸음마를 뗀 감성을 더 풍부하게 자극해야 하며,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영성과 직관의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런 창조성, 감성, 영성을 계발하는 교육이 바로 메이커 교육이다.


이미 코 끝에 다가온 미래에 우리 아이들은 철수, 영희와 함께 일하고 경쟁하기 보다는 RX-100, MT ver 4.5 같은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이 인간에게만 준 선물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성경에 나온 것 처럼 인간이 생육하고 번성하며 충만하고 정복하는 일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창조의 생기가 불어 넣어진 인간은 태어날 때 부터 메이커이고, 어떤 교육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계속 메이커로 자라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 쥐어주면 그들은 만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배운다. 그리고 만든 결과물과 교감하며 거기서 또 다른 영감을 얻게 된다. "나는 만든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철학적 의미 까지 깨달을 수 있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우리 아이들이 만날 2037년은 언론에서 우려하는 암울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오히려 생동감 넘치는 메이커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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