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에듀테크
코로나와 함께,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 중입니다. 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 이 트렌드가 일시적이냐? 계속될 것이냐? 에듀테크가 진짜 효과적이냐? 등등 관련된 질문을 아주 많이 받게되는 요즘입니다.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 호두잉글리시 서비스 제공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가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집에 계신 분은 그렇게 테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였습니다. (심지어, 남들은 5세 때 시작하는 저희 호두잉글리시도 저희 아들은 7세가 되어서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업계에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추천할 때도, 흘려 듣거나, 대충 보거나 하는 정도였고, 제가 직접 깔아서 해보게 해고, 세 네번을 해봤냐고 확인해야 아이들이 간신히 써보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에듀테크 기업 대표로, 이런 얘기 사실 처음 합니다. ^_^"
저희 와이프님께서는 아이들이 테블릿이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자체를 싫어했고, 종이책을 선호하고, 가상의 선생님 보다는 방문이라도 해서 아이들을 쓰다듬어 주는 실제 선생님만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은 함께 모여 놀아야 한다며, 유치원과 놀이학교 그리고 어린이집을 아주 신뢰했습니다. 큰 아이가 입학하기 전, 추억을 만들어 주자고, 감행했던 제주 살이 시절에는 어쩔 수없이 화상영어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때도, 제 컴퓨터에, 암호도 아이 생일을 넣어 친철히 만들어 주고, 프로그램 설치까지 해서, 테스트도 제가 해보고 서비스 웹페이지를 즐겨찾기 아이콘으로 만들어 바탕화면 한 가운데 넣어 이용하게 했습니다.
그러던, 저희 와이프가 코로나를 만났습니다. 아이의 개학(아니 입학, 여덟살이 거든요)은 무기한 연기되었고, 잠시 지나갈 것 같았던 아이와의 집안 격리는 계속 길어졌습니다. 초반에는 클레이도 하고, 블록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고, 종이접기도 하면서 디지털을 용케 막아내며 버티더니,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아이들에게 테블릿과 핸드폰을 건네 주는 시간이 길어지고, 따라서 와이프의 엄마로서 느끼는 죄책감도 자라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더니, 어느 날 와이프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여보, 그런데, 호두잉글리시 진짜 잘 만든 것 같아."
[5년 만에 드디어 이런 진심어린 칭찬을 !!!]
제가 호두잉글리시와 인연을 맺은지 5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가끔 칭찬은 들었지만, 이번엔 정말 진심 어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저희 와이프는 주변에 호두잉글리시를 추천하고, 권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신기한 변화였습니다.
그러더니, "여보, 저번에 유튜브 어떤 채널 보여주라고 했지?" 하면서, 유튜브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와 채널을 찾아 보여주기 시작했고, Pekaboo 같은 채널은 아이와 30분을 같이 봤다면서 아주 콘텐츠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고, 카톡으로 주변 엄마들에게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아이는 칸 아카데미 키즈를 틀어줘, 테블릿으로 하기 시작했고, 큰 아이는 웅진씽크빅의 북클럽을 가입해 자기 주도 학습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5년간 여러가지 이유로, 제가 하지 못했던 것을 코로나, 이 나쁜 병균이 몇 주만에 해내더군요.
그렇게 필요에 의해 우리집 교육은 디지털로 움직였고, 거기에 학교까지 가세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온라인 개학 소식이 들려왔고, EBS를 봐라, 교재를 다운 받아라, 사진을 찍어 올려라, Zoom을 깔아서 담임선생님과 온라인 상견례를 하겠다 등등 쓰나미 처럼, 엄마를 몰아붙였습니다 . 그렇게 2주를 지내니, 우리 와이프는 혼자서 Zoom도 척척 접속하고, 온라인 도서관도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인쇄 좀 해오라면서 저한테 링크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와이프님 대단하시죠?]
저희 아들이 최근 다시 화상영어를 시작했습니다. 그 첫 수업을 지켜본 아내는 저에게 "진짜 학원 필요없겠어. 화상영어 효과 좋은 것 같아."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와 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결국엔 교육은 사람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화상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 등등
하지만, 사람들이 7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쿠팡 없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없는 것 처럼, 배달의 민족 없이는 음식 배달을 시키지 못하는 것 처럼, 은행ATM 보다 카톡뱅킹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사실 맛본 편리함에 대한 기억은 아주 강력하고 무섭습니다.
중국의 핀테크 기업들이 론칭 초기에 썼던 전략이 있습니다. "거래를 안하더라도, 우리 서비스에 충전만 해 놓으면 연리 9%를 주겠다." 중국 기업들은 한번 써보게 하는 것에 대한 어려운, 또 한번 써보고 나면 끊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런 천재적인 마케팅을 진행 한 것이지요. 그 결과, 중국은 길거리 포장마차도, 수산물 시장의 상인도, 심지어 길거리의 구걸하는 사람도 위쳇페이와 알리페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이 물질적인 인센티브가 핀테크에 해주었던 일을, 우리는 지금 교육에서, 코로나 때문에 겪고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강제해도 온라인 수업을 주저했던 수 많은 교사와 학교 관계자들이, IT 전문가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학원과 종이책을 고수했던 수 많은 엄마들이 코로나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에듀테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아주 많은 분들이 에듀테크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끼고 계실 겁니다. 이 경험은 하게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인데, 그 엄청난 일을 코로나가 그 나쁜 병균이 본의 아니게 하고 있는것이죠.
그건 이제 전적으로 에듀테크 관계자들에게 달렸습니다. 중국에서, 한번 앱을 깔고, 돈을 충전해 핀테크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은행과의 거래를 끊었던 건, 핀테크와의 경험이 아주 아주 긍정적이였기 때문이니까요.
하지만, 확실한건, 우리는 이제 에듀테크가 좋다고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한번만 써달라고 애원하는 시대에서는 벗어 났습니다.
[야 봐봐, 이게 진짜 보다 더 재밌자나? 내 말이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