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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Aug 10. 2021

게임이 교육보다 월등히 잘하는 것

호두랩스이야기; 교육의 게이미피케이션, 멋있지만 정말 어려운 이유

안녕하세요? Young Leaner들이 평생학습자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온갖 기술을 동원해 호두잉글리시와 땅콩스쿨을 서비스하고 있는 에듀테크기업 호두랩스의 a.k.a 견과류대표입니당. 오늘은 저희가 쓰는 핵심기술 중 하나인 게임에 대한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교육과 게임은 어떻게 보면 아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 중독되고, 시간을 빼앗기고, 공부를 소홀히 하게 되니 말이죠. 그래서 부모님들은 "게임"이란 단어만 들어도 싫어하시는 분도 많죠. 하지만, 이런 "게임"이 가지는 흡인력을 교육에 접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서, 게임+교육의 콜라보에 대한 노력은 오랜 시간 동안 시도되어 왔습니다. 마치 남. 북 관계처럼, 정말 안 친한 것 같지만,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지만, 만약 친해진다면 정말 대박! 이런 느낌이랄까요? (비유가 너무 거창한가요? ^^)


그런데, 그런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과 교육의 콜라보는 큰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이 둘의 대박사건일 것 같은 콜라보는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저도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만, 웅진씽크빅, 분석수학, 청담러닝 그리고 실리콘벨리의 Kidaptive에서 십수 년을 보내고, NCsoft, 그라비티, 아이덴티티게임즈, 스노우파이프 출신의 게임 전문가들과 7년째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것이 있어서, 오늘은 그 내용을 풀어볼까 합니다.


2000년 초반,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 시장의 규모 등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교육기업들은 투자와 상장 러시에 들어갑니다. 칼라일, 론스타 같은 이름만 들어도 대단하게 느껴지는 글로벌 자본들이 한국의 학원기업들에게 투자를 했고, 청담러닝, 이퓨처, 에듀박스 등의 기업들이 연달아 상장에 성공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루어졌죠.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교육기업들은 생전 안 하던 도전을 시작하는데 바로, 테크와 교육의 결합, 또 게임과 교육의 결합입니다. 이 때는 이걸 에듀테인먼트 (Education + Entertainment)라고 불렀었죠. 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느냐?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에, 에듀테인먼트를 시도했던 오너들이 다 교육기업이었다는 거죠. 그렇게, 철학이 강하고, 진지하고, 현학적인 그런 교육기업들이 재미있어 지려 시도를 하다 보니, 냉소적으로 말해보면, 아재 개그 같은 서비스와 제품들이 나오게 됩니다. (아마, 지금 나왔으면 아재 감성의 유행을 타고, 대박이 났을 수도??? -.-;;) 


에듀테인먼트의 처음 의도는 아이들 눈에는 엔터테인먼트처럼 보이고, 엄마 눈에는 에듀케이션처럼 보이는 걸 만들고 싶었던 건데, 막상 만들어 놓고 나니, 반대로 아이 눈에는 에듀케이션, 엄마들 눈에는 엔터테인먼트처럼 보여 불안한 제품들이 나온 겁니다. 그렇게,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나왔다가 사라져 갔고, 에듀테인먼트는 저 같은 사람이 소환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쓰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하게 교육기업이 너무 진지해서, 그런 교육기업이 오너였어서 실패했다고 정리해 버리기에는 뭔가 이 대박일 것 같은 아이템에 대한 분석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게임 기업이 오너가 돼서 시도하면 대박 나겠네??? 사실, 이것도 잘 모르겠거든요. ^^)


게임은 아주 신경 써서 하는 것, 그런데 교육기업은 등한시하는 것


교육기업 출신으로, 게임 전문가들과 일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7년 전의 저를 돌아보면, 보수적인 고객들을 만나야 한다면서 사무실에 매일 풀 정장으로 (교육기업에서 하던 데로) 출근했는데, 저 혼자 그랬어요. 다른 직원들 (게임 기업 출신의)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스웨그 있게 출근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들 눈에 제가 참 이상해 보였겠죠? ㅎㅎㅎ 그런데, 그때 제 눈에는 그분들이 참 이상하게 보였어요. (사실 속으로는 저런 사람들이랑 무슨 일을 하냐 정도의 생각도 들었습니다.)


외견의 다른 것 말고도, 가끔 모니터 너머로 보면, 제 생각에는 "도대체 왜 저런 일을 하고 있지? 시간이 넘쳐흐르나?" 이런 작업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호두잉글리시 배경의 꽃을 확대해서 이파리를 그린다던지, 게임 내에 웨더 엔진 (날씨 엔진)을 추가해서, 실제 날씨와 연동시키는 일이라던지... 정말 제 기준엔 이해가 안 되는 작업들이요. (아마, 그때의 제 뷰가, 대부분의 교육기업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뷰였을 것라 생각됩니다.) 단순한 예지만, 이렇게 교육과 게임은 바라보는 뷰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차원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옛날의 저를 비롯한 교육기업 쪽에서는 게임을 교육에 도입하면서, 외형적인 것을 게임스럽게 하는데 집중한 경향이 있습니다. UX를 예쁘게 만들고, 캐릭터를 도입하고, 아이템을 선물하면 게임을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죠. 호두잉글리시를 운영하면서, 교육 쪽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김 대표, 우리 서비스에도, 캐릭터도 있고, 아이템도 있고, 보상도 있고, 레벨도 있다. 그런데, 호두잉글리시는 뭐가 다른 거냐?" 그래서, 이렇게 답해 드렸죠. "형. 조인성도 코 하나고, 눈 두 개고, 입 한 개니까, 형이랑 똑같네? ^^"


다시 말해 보면, 게임의 강력한 기능은 몰입을 만든다는 것인데, 그 몰입은 단순한 UX의 변화나, 캐릭터의 도입, 보상 체계의 차용 등 외형적인 것을 게임스럽게 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방금 언급한 요소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암요!!!)


그럼, 게임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왜 아이들은 게임은 그렇게 좋아하는데, 공부는 좋아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생각하는 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제가 배운 레슨 중 하나는 바로, 게임은 "왜"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에서는 (갑자기 왠 손자병법 -.-;;) 전쟁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를  천 지 장 법法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중에도 도道 를 첫째로 꼽았습니다. 이 도道 가 뭐냐 하면, 바로 "왜 싸워야만 하는가?"라는 명분을 의미합니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냐고요? 바로, 게임은 신경 쓰고, 교육은 신경 쓰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왜"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호두잉글리시에만 해도, 엄청난 "세계관"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은 Alphea라는 세상인데, 저 너머에 Beita라는 가상 세계가 존재합니다. 그 가상 세계에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말을 훔쳐서 소통을 단절시켜 버리는 청크 몬 (Chunk Monster)가 등장해, 사람들로부터 말을 빼앗아 갑니다. 그래서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은 서로 미워하게 되어 불행해지고, 그 사태를 지켜보던 장로들이 모여 결정을 합니다. "Alphea에서 영웅을 불러오자,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을 되찾아 주자!" 이 영웅이 바로 학습자가 되는 것이지요. ^^ 이렇게 게임에는 "왜" 이렇게 선과 악이 형성되고, 네가 여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잘 짜인 세계관과 스토리가 존재하고, 이 스토리가 캐릭터, 그래픽, 이펙트와 사운드에 힘으로 설득력 있게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어, 몰입이라는 것을 일으킵니다.  아마, 이런 시도를 교육기업의 누군가가 하려 했으면, 아마도 인정받기 굉장히 힘들었을 겁니다. ^^;;

베티아에서 청크몬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반면 교육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공부는 그냥, 꼭,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그냥 해야 하는 공부에서는 "왜"라는 것이 별 효과가 없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교육업을 하면서, 만난 수학의 대가가 한분 계셨습니다. 이 분이 제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 이거였어요. "김 과장, 수학을 도대체 왜 공부하는 건지 알아?" 이 분의 이 질문은 정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많은 생각 중에 하나는 "왜 난, 그동안 이런 질문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멍해 있는 저에게 그분은 답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답을 듣고 나니, 놀랍게 수학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이 답을 10년 전에 들었으면, 분명 수학 교육의 성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답은 바로


"수학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야 할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훈련시켜 주는 학문이다."


라는 것이었어요.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 - 인간관계, 사업, 동료, 진로 등등 - 을 만나게 되는데, 수학이 그런 문제들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준다는 거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괴변이냐고요? ^^) 이어지는 설명에서 그 대가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수학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처음 보는 문제를 만났을 때 나타난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처음 보는 문제도 분석적으로 들여다 보고, 결국 예전에 공부했던 규칙을 적용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수학을 못하는 사람은 숫자 하나만 바뀌어도, 절대 배운 적 없다고 손사례를 친다. 이렇게 수학은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분석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그러시면서 자신은 수학을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 를 설명하는데 쓰고, 그 설명을 들은 아이들과 듣지 않은 아이들의 성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어떠세요? 교육에도 "왜"를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느낌이 오시나요? ^^


저희 호두 랩스는 10세 미만 Young Learner의 교육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그 나이에 학습자가 배움에 대해 가지게 되는 태도가 그 학습자의 평생학습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 나이 학습자에게는 "왜"라는 것을 논리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이 가지는 힘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인 거고요. 


교육과 게임의 성공적인 결합은 저희 호두잉글리시도 아직 ING 중인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하지만, 양 쪽의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고,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교육격차뿌셔뿌셔 에 도전 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저는 감히, 저희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과 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가 가능한 건지나 모르겠다."는 어느 퇴사한 직원의 자조석인 평가에, 제가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쉽지 않다. 아무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될 가능성을 우리가 가장 높다. 그리고 우리가 못하면, 아무도 못한다."


너무 패기 쩌는 답인 가요? ^^;; 이 치기 어린 답변이 현실이 되도록, 오늘도 #교육격차뿌셔뿌셔 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 우리는 에듀테크 기업 호두랩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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